[연속기획] 동물교감치유①
고령화에 따른 치매 문제에 효과적인 해법


[편집자주] 퇴근후 현관문 앞에 서서 도어락을 누른다. '띠리링...철컥' 소리에 아이들이 문앞으로 모인다. 기자는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고양이들은 다리에 몸을 비비거나 '박치기'를 한다. 강아지는 꼬리를 격하게 흔들며 반겨준다.

얼른 거실로 들어가 서로 부둥켜안고 '잘 있었냐, 심심했냐' 안부를 묻는다. 한바탕 인사를 끝내고 나면 가슴속에 있던 스트레스나 답답함과 같은 감정들이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동물이 매개가 되는 이런 심리치료를 '동물교감치유'라고 부른다.

관련 연구를 16년 동안 하고 있는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학회장 김옥진)가 있다. 학회에 따르면 동물교감치유는 치매 노인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고령화로 치매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 치유법은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경기도 고양특례시의 경우 2022년 지자체 최초로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 주민들에게 본격적인 동물교감치유 서비스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기훈 기자)
 (사진=김기훈 기자)

동물교감치유는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귀여운 동물들이 촉매제 역할을 맡아 환자의 심리치료나 재활치료를 수행하는 것이다. 동물과의 상호교감에서 나오는 치유의 힘을 보다 과학적으로 체계화해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법이다.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불안감이나 고독감 또는 우울감의 감소, 통증의 경감, 집중력 증가, 감정조절능력 향상 등이다. 동물을 돌보면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증가해 자살 충동이나 우울감이 줄어든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면 자연스레 얻는 운동 효과 외에도 마주치는 행인들과 강아지를 매개로 '몇 살이냐? 예쁘다' 등 짧은 대화도 나누게 되면서 대인관계도 좋아진다.

동물교감치유의 대상자는 아동이나 노인, 시청각 장애인 또는 자폐증 환자 등 누구나 될 수 있다. 동물로부터 긍정적인 치유 효과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 AI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 AI사용)

특히 노인 대상자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5년에는 20.3%, 2060년에는 43.3%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치매 유병률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중앙치매센터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내 치매환자 수를 96만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65세 노인인구 900만명 중 1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인지기능이란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 입수 및 처리, 저장 및 검색 등에 관여하는 지적 능력을 말한다. 지능, 기억, 추상력, 판단력, 공간 지각력, 주의집중 및 계산력, 학습력, 이해력 등을 포함한다.

치매 노인은 인지기능 저하와 함께 우울, 망상, 불안, 초조 등의 심리증상을 겪는다. 이 가운데 우울 증상은 치매환자의 약 40 내지 5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학계는 본다. 치매노인의 우울증상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바로 이런 우울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를 개선하는데 동물을 매개로 한 치유법이 효과가 있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 AI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 AI사용)

원광대학교·대학원의 이시종, 김옥진 교수는 개를 매개로 한 치매노인 치료 프로그램을 실험했다. 실험의 결과를 담은 논문을 살펴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치매노인의 인지기능 중 주의집중 및 언어기능이 향상됐다.

또 우울 증세가 감소했으며 삶의 질이 높아졌다. (이시종·김옥진, "집단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이 치매노인의 인지기능과 우울 및 삶의 질에 미치는 효과", 2020년, 한국예술치료학회지)

해당 실험에서는 연구자와 동물매개치료 전공교수 1인, 전공자 2인, 병원 실무자 1인 그리고  치료도우미견 (골든 리트리버, 비숑프리제) 두 마리가 투입돼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 12명을 대상으로 6주간 총 11회에 걸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의 구성을 보면 먼저 초기에는 도우미견과 노인이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 모두가 각자의 명찰을 꾸며 달고 자기소개도 했다. 안대를 착용하고 손으로 도우미견을 만지며 신체 부위 알아맞혀 보기, 안아주고 이름을 부르면서 빗질 해주기와 같은 활동이 진행됐다.

중기에는 지난 활동을 상기시켜 기억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도우미견에게 기본훈련(앉아, 엎드려 등)을 시키며 잘했다고 칭찬해주면서 그동안의 삶에서 '내가 잘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 도우미견과 함께 보물찾기, 퍼즐맞추기, 빙고게임 등의 놀이 활동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는 여러 가지 재료를 반죽해 도우미견에게 간식을 만들어 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잘했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또 정원을 산책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나누고, 함께 산책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끝으로 그동안 도우미견과 활동했던 영상을 감상하고 함께 찍은 사진을 넣은 액자를 꾸미며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이미지 제작=김기훈, 플레이그라운드AI 사용)

연구자들은 실험에 참여한 치매노인들이 치료도우미견과 관계를 형성하고 접촉과 활동을 하면서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보고했다. 특히 우울감의 경우 실험 대상자들의 평균 점수가 프로그램 체험 전 8.00에서 체험 후  4.00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비모수 통계 방법인 윌콕슨 부호순위 검정 실시, 분석)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동물교감치유의 가장 큰 특징은 따뜻한 체온이 있는 동물과 접촉하고 눈을 맞추며 교감해 환자의 긍정적 감정과 활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동물교감치유 프로그램은 아직 전국적으로 확산,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최근 들어 지자체마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손을 뻗고 있으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위치한 동물교감치유센터 (사진=김기훈 기자)
일산서구 대화동에 위치한 동물교감치유센터 (사진=김기훈 기자)

하지만 경기도 고양특례시의 경우 이동환 시장이 민선8기 공약으로 내세운 동물교감치유센터 설립과 운영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동물행정팀 관계자는 "단체장 주도하에 인간과 반려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명존중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면서 "동물교감치유센터는 일산동구 보건소와 연계하여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4월 초 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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