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탁구3인방'에 국민 시선 아직 싸늘
축구 국가대표팀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난 11일 태국과의 3~4차전에 출전할 A대표팀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의 소신있는 선발에도 불구하고 특정 선수 선발에 대한 '왈가왈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선수들은 '하극상 논란'을 야기한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아시안컵 4강전 당일, 주장의 손가락 골절이나 '탁구게이트'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이 함께 그라운드에서 '물병 놀이’를 한 설영우(26.울산 현대)와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이다.
이강인의 '하극상'은 한국 사회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스포츠 세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금기에 해당된다. 이강인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사죄의 뜻을 밝힌데 이어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이강인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책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 국가의 대표 선수로서 이는 올바르지도 않은 행동이였기에 대한축구협회(KFA) 차원의 명확한 조사에 의한 사태 수습 조치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KFA 정몽규(62) 회장의 "너무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상처를 후벼서 악화시킬 수 있다"라는 말 한 마디에 공식 조치는 없었고 당사자 사과와 함께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듯 했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이 이강인과 설영우, 정우영을 그대로 선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는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경기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망각한 듯 이른바 이들 '탁구 3인방'이 ‘물병 놀이’를 했던 것은 '하극상' 못지 않게 국민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결국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은 당일 경기에서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한국 축구 역사상 최대 참사가 벌어지는데 한 몫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이들의 이번 황선홍호 승선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이런 분위기를 끝내 외면할 경우 이들에게 팬들의 직접적인 비난이 다시 쏟아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강인은 물론 다른 두 선수도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감에 휩싸이게 돼 태국과의 2연전에서 경기력이 저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뒤늦게라도 KFA가 나서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가라앉히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오는 18일 소집훈련(고양종합운동장) 이후 이강인과 설영우, 정우영이 어떠한 형태로든 공개 사과를 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KFA는 물론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이 실수를 털어내고 다시 설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축구는 '원팀'으로 하는 스포츠다. 팀웍을 해치는 선수는 용서 받을 수 없고 또한 용서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아직은 젊은 선수들의 순간적 일탈에 대해선 자숙과 반성의 기회를 부여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은 차세대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충분한 능력을 갖춘 자원이다. 만약 이런 자원을 잃는다면 한국 축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 더 큰 희망을 품기 어렵다.
지금 한국 축구의 시급한 과제는 카타르 아시안컵 참사의 불을 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KFA+코칭스태프+선수의 '삼위일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태국은 한국보다 한 두 수 아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황선홍호가 일련의 부적절한 문제들을 명쾌히 해결하며 원팀으로 거듭 났을 때 얘기다.
때문에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의 경기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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