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송재영 기자, 사진 KBL 제공]= 프로스포츠에 있어서 경쟁은 필연적이다. 치열한 경쟁과 라이벌의 존재는 팬들이 경기에 심취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두 팀 간의 경기를 우리는 ‘더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비 개념이 프로스포츠의 흥행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팬과 연맹을 불문하고 더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국내에서 더비라고 불리기도 하는 ‘더비 매치(Derby match)’는 본래 연고지가 같은 팀들 간의 스포츠 경기를 의미한다. 더비라는 단어의 기원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영국의 도시 지명인 ‘더비’에서 펼쳐졌던 풋볼에서 파생됐다는 설, 영국의 경마 대회인 더비 스테이크스(Derby Stakes)에 기원을 둔다는 설 등 유래가 많지만 확실하진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더비는 원래 같은 지역 연고 팀들의 경기에서 사용되는 명칭이다. 그러나 최근 지역과 국가 간 체감 거리가 줄어듦과 더불어, 팀 혹은 지역 심지어는 국가 간 라이벌 의식이 치열해짐에 따라 라이벌전을 ‘~더비’라 명명하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의 흥미를 더욱 극대화하고, 팬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KBL의 ‘더비 매치’. 시스붐바가 KBL의 대표적인 ‘더비 매치’를 정리해 봤다. 

이번 기사에선 더비 매치의 어원에서 비롯된 지역 간 더비를 알아보고자 한다.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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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더비(S-derby)

서울 삼성 썬더스(이하 삼성)와 서울 SK 나이츠(이하 SK)는 공통점이 많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은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잠실학생체육관(SK)과 잠실실내체육관(삼성)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모기업의 첫 글자가 ‘S’로 시작하기도 한다. 원래 두 팀의 경기는 지역명을 살려 ‘서울 더비’, ‘잠실 더비’로 불렸다. 그러나 프로농구의 인기 감소에 따른 흥행 침체로 돌파구가 필요했던 두 팀은 해결 방안을 강구했다. 2017-2018시즌부터 두 팀의 경기는 ‘S-Derby’로 명명됐으며, 연맹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S-Derby의 ‘S’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 서울의 ‘S’, 경쟁의 ‘S-urvival’, 함께 나눈다는 의미의 ‘S-hare’가 포함돼 있다. 전통적인 더비처럼 선수와 팬들 사이 과열된 양상을 보이기보단, 축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S-더비의 가장 큰 특징이다. 명명된 이래 크리스마스에 항상 두 팀의 경기가 펼쳐져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했으며, 이번 시즌엔 연휴 기간인 신정과 구정에도 S-더비를 편성했다. 크리스마스에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이번 시즌 S-더비는 SK 올 시즌 홈 최다 관중(5,209명)을 동원할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S-더비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후 2017-18시즌부터 2022-23시즌까지 양 팀의 전적은 SK가 35전 22승 13패로 우세에 있다. 2023-2024시즌도 그 기세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5라운드까지 더비 매치 전패를 기록하며 마지막 6라운드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6라운드 관전포인트 : 그래서, 자밀 워니 어떻게 막을 건데?

국내 농구팬들에겐 익숙한 하나의 밈(meme). SK의 외국인 용병 자밀 워니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나온 말이지만 삼성에겐 그저 밈에 치부되지 않는다. 자밀 워니는 유독 삼성전에서 킬러의 면모를 보여줬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5라운드 S-더비에서 30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 야투성공률 75%를 기록하며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최고 흥행 경기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매치에서도 자밀 워니는 31득점 16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SK의 신승을 이끌었다. (80-76)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내리꽂는 자밀 워니의 슛감에 삼성은 속수무책이었다. 삼성은 미스매치와 속공 상황에서 번번이 자밀 워니에게 오픈 찬스를 내주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S-더비 연패 수렁에 빠진 삼성에게 내재한 패배의식도 타개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김효범 삼성 감독 대행도 한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언급하며, 실점에 개의치 않고 공격을 이어가길 바랐다. 과연 삼성이 자밀 워니의 슈팅력을 저지하고 6라운드에서 승리하며 전화위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6라운드 S-더비는 3월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다.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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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낙동강 더비

서울에 S-더비가 있다면, 영남에는 낙동강 더비가 있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창원)를 연고로 하는 팀 간의 맞대결을 뜻하며,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에선 익히 쓰이는 더비 매치다. 그러나 프로농구에서는 낙동강 더비가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연고지를 이전한 적이 없는 창원 LG 세이커스(이하 창원 LG)와 달리, 부산을 연고로 했던 팀들의 연고지 이전이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진, 창원 LG와 부산 kt 소닉붐(현 수원 kt 소닉붐)의 맞대결을 낙동강 더비로 지칭했다. 2021년 6월, 부산 kt 소닉붐이 수원으로 연고 이전하며 낙동강 더비는 잠깐 사라졌지만, 2023년 체육관 신축 문제로 지자체와 갈등을 빚은 전주 KCC 이지스가 부산으로 연고 이전하며 창원 LG와 부산 KCC 이지스(이하 부산 KCC)의 낙동강 더비가 2년 만에 부활했다. 여담으로, 창원 LG 입장에선 세 번째 새로운 팀을 더비 매치 상대로 맞이하게 됐다.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 – 부산 kt 소닉붐 – 부산 KCC 순)

이번 시즌 새로이 시작된 더비 매치인 만큼, 팬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5라운드까지 두 팀의 전적은 창원 LG 기준 3승 2패로 우위를 비교할 수 없다. 2, 3, 4라운드를 투 포제션 게임으로 마무리했을 정도로 양팀의 경기는 치열한 접전을 보여줬다. 3월 ?일 기준 각각 3위와 5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봄농구라 불리는 플레이오프에서도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다. 

6라운드 관전 포인트 : 외곽의 LG vs. 내곽의 KCC

이번 시즌 창원 LG는 3점슛을 많이 시도하는 팀 중 하나다. 그만큼 먼 거리에서도 슛을 쏠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유기상(체육교육학과 20, 이하 체교)과 이관희(체교 07) 등 가드진이 외곽을 지배하는 날이면, 창원 LG는 손쉽게 승리를 가져왔다. 반면 부산 KCC는 치열한 내곽 싸움을 이겨내며 승리를 가져오는 패턴을 종종 보여줬다. 최준용(스포츠레저학과 13), 송교창 등의 포워드진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두 팀의 치열한 수싸움은 경기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앞선 경기에서 가비지 게임이 나온 두 경기를 살펴보면, 5라운드 부산 KCC의 승리에선 창원 LG의 3점슛 성공률이 매우 저조했다(5/33). 부산 KCC의 포워드들이 많은 활동량으로 창원 LG를 압도했다. 반면 1라운드 창원 LG의 승리에선 높은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하며 큰 격차를 만들었다(16/28). 창원 LG의 3점슛 성공률이 부산 KCC의 화력을 잠재울 수 있을까? 6라운드 낙동강 더비는 3월 22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펼쳐진다.

KBL의 더비 매치에는 타 스포츠 리그와 차별화된 특징이 존재한다. 바로 능동적 팬 활동의 산출물이라는 점이다. 대개 팬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라이벌 구도가 중계 방송사와 연맹으로 역수출돼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스붐바에서 소개한 더비 매치를 중심으로 KBL을 지켜보며, 내게 특별한 재미를 가져다주는 팀을 찾아 '나만의 더비'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 본 기사는 시리즈 기사로 연재되는 글로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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