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했다.

찬성표는 임종윤·종훈 형제는 둘 다 약 52%,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51.8%, 사봉관 변호사는 52.2%를 얻었다.

이에 따라 종윤·종훈 사장은 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됐다.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종윤·종훈 형제 측 제공)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종윤·종훈 형제 측 제공)

반면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둘 다 찬성표가 48%로, 과반에 미달해 선임되지 못했다. 또 나머지 이사진 후보인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도 찬성표 과반을 얻지 못해 선임에 실패했다.

이로서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게 됐으며, 자연스럽게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약품그룹의 키를 쥐게 됐다.

이에 따라 OCI측과 한미그룹의 통합도 중단됐다. 당초 OCI홀딩스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둘 모두 OCI홀딩스 사내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임했다.

이번 결과는 정기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국민연금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 지지를 밝히면서 우리한 고지에 선 것으로 보였지만, 소액주주들의 전폭적 지지가 반전을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까지 형제 측이 확보한 공개 우호 지분은 전체의 40.57%로 송 회장 모녀 측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약 43%보다 다소 열세였고, 앞서 OCI와 통합에 반대하며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기각된 상황에서 4.5% 정도인 소액주주의 표심이 대거 형제 측으로 몰리면서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다.

한미약품 임종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종윤 측 제공)
한미약품 임종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종윤 측 제공)

특히 12.15%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을 지지하면서 형제 측 지지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은 모녀 측의 OCI와의 통합 추진에 대해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하며 통합 과정에서 임종윤 형제와 자신 등이 논의에서 배제된 것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주총 뒤 OCI홀딩스 측은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한미그룹 측도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주주님들과 전 현직 한미그룹 임직원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한미에 대한 성원 부탁드린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는 이날 주주총회가 끝난 뒤 "어머니와 여동생이 이번 계기로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같이 가기를 원한다"며 "곧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을 정식으로 공유하고 회사 브랜드를 긴급하게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들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과 의결권을 위임해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가수 조용필 등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OCI그룹에도 "협력할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형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자리에 오른 임종훈 이사도 "앞으로 가족들이 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회사 발전에 집중하며 겸손한 모습으로 커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윤 이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로GMP'라는 이름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에 나서겠다며, CDO(위탁개발)와 CRO(임상수탁기업)를 한미의 지향점으로 제시한 바 있어 추후 한미그룹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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