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분위기가 미지근하다. 현직 진보 교육감들은 여론조사에서 보수 교육감 후보들을 앞지르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현직 교육감 중엔 보수성향이 더 많았다. 보수진영에는 압도적 인지도의 고승덕 전 의원(서울시), ‘전교조 저격수’ 조전혁 전 의원(경기도) 등의 인물이 있었다. 그럼에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대승했다. 교육계의 야권이 된 보수진영은 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을까. 현직 프리미엄, 단일화, 전교조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현직 프리미엄

 모든 선거마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다르다. 자유한국당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도전자 입장인 민주당 후보들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나왔다.

반면 교육감 선거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5월 들어 발표된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 중 최신 자료들을 살펴봤다. 현직 진보 교육감이 모든 지역에서 보수 후보에 비해 적게는 오차 범위 밖, 크게는 3배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이데일리의 의뢰를 받아 5월 13~1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45.2%의 지지율을 기록해 11.3%인 조영달 후보(중도성향)보다 4배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보수진영 단일후보를 자처하는 박선영 동국대 교수(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지지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조 교육감은 강남4구를 포함한 서울 전 지역에서 4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현직 진보 교육감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인물은 김지철 충남교육감이다. 한국리서치가 KBS와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5월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김 교육감은 24.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모르겠다’는 응답은 49.2%에 달한다. 2위인 명노희 후보의 지지율도 7.6%에 그쳤다.

진보 교육감들도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영향을 받고 있다. 5·18 기념식 하루 전인 5월 17일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 3명(서울 조희연·경기 이재정·광주 장휘국 교육감)이 광주교육청에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16년 겨울 우리는 광주의 혼이 촛불로 다시 타오르는 것을 보았다”며 “문재인 정부가 열고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시대는 혁신교육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현장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전북 김승환·세종 최교진·경남 박종훈·제주 이석문 교육감도 이날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진보 교육감의 ‘문재인 효과’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앞선 서울시교육감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층의 57.4%가 조 교육감을 지지했다. 보수 후보들은 인물·정책 경쟁력에서 진보 교육감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는 압도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 막판까지 여론조사 1위를 달렸다. 2014년 서울교육감 선거는 막판까지 보수성향의 고승덕·문용린 두 후보의 대결구도로 흘러갔다.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던 조전혁 전 의원도 전교조의 계기수업을 금지하겠다고 하는 등 선전했으나, 보수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2등으로 낙선했다.

2014년 교육감 선거는 세월호 참사 직후 실시됐다. 당시 지방정부 선거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 민주당이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존 교육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난 결과라는 분석이 많았다. 또한 진보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확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새로운 혁신정책을 발굴하기도 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에서 새로운 게 안 보인다”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은 “보수진영은 현재 교육계의 야권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혁신교육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4년 전 진보 교육감 후보들처럼 돌풍을 일으키려면 보수 쪽에서도 누구나 무릎을 칠 만한 새로운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2014년 교육감 선거 결과는 대부분 단일화에서 승패가 갈렸다. 전국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단일화를 성공시킨 데 비해 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분열했다. 2014년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39.08%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2·3위를 기록한 문용린·고승덕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54.90%였다.

진보성향의 김석준 부산교육감도 34.67%로 당선됐다. 당시 보수 후보였던 임혜경·박맹언 후보 득표율의 총합은 42.56%였다. 이 외에도 인천·세종·경기·충남·경북·제주의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30%대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진영의 단일화 과정은 가시밭길이다. 반면 진보진영은 현직 교육감이 출마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단일화 관련한 잡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국적으로 의미가 큰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 단일화는 후보등록 마감이 8일 남은 5월 17일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5월 11일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기구인 우리교육감 추대 시민연합(우리감)과 좋은교육감추대 국민운동본부(교추본)는 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보수 단일후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반대활동을 해왔던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은 이 단일화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지해온 곽일천 후보를 단일화 모바일 투표에 넣지 말라고 교추본에 부탁했음에도 교추본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단일화 결과를 발표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학연은 박선영 후보가 보수 교육감 후보로 자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학연 측은 “(박 후보는) 인권조례를 만든 곽노현 전 교육감과 함께 젠더 법학회를 이끌었다. 또한 박 후보는 2014년 국회 개헌자문위원일 때 헌법의 ‘양성평등’이란 표현을 ‘성평등’으로 고치기도 했다”며 “보수 교육감 후보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하는데 박 후보는 인권조례 폐지가 어렵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성향의 이청연 전 교육감이 뇌물 및 정치자금법 혐의로 구속된 인천에서도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가 지지부진하다. 5월 8~9일 리얼미터가 <인천일보>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성향의 도성훈 전 전교조 인천지부장이 13.6%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중도 후보로 분류되는 박융수 전 인천 부교육감,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고승의 전 인천교육청 기획관리국장, 최순자 전 인하대 총장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박융수 후보가 5월 14일 돌연 사퇴함에 따라 보수 교육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고승의·최순자 두 후보의 단일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 후보 측이 최 후보 측에 ‘경선에서 이긴 쪽에서 진 쪽의 선거비용을 보전해주자’고 제안했고, 이 제안 내용이 선관위에 알려지면서 양 캠프 사이의 감정이 많이 상했다. 교추본에서는 5월 17일 양자의 후보단일화를 다시 제안했으나 고승의 후보 측에서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보수 교육학자인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전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천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좌파 진영은 단일화한 반면 분열된 우파 진영의 패배가 누적되어 왔다. 특히 2014년 선거에서 결정적 참패를 했음에도 우파 진영은 반성하지 않았다”며 “현재 우파 진영의 역량으로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전패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천세영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자다. 그는 교육감 직선제가 된 이후로 ‘해체주의 교육’이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교조식 교육은 권위를 해체하는 교육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지면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나는 본다”며 “학생인권조례나 이런 게 다 해체주의 교육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학습 결손층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선거만 해도 전교조 교육이 ‘주류’라고 주장하긴 어려웠다. 전체 교육감 중 10곳이 보수 교육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로 당선된 진보 교육감 중 8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조희연·김승환 교육감 등도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를 주장하는 등 친전교조 성향을 나타낸 바 있다.

교육감의 과반수가 전교조 출신 또는 친전교조 교육감으로 구성되면서, 보수진영의 전교조 공격도 다시 시작됐다. 5월 16일 박선영 서울교육감 후보는 출마 선언식에서 “전교조 적폐청산”을 거론했다. 그는 “30년 전교조 교육이 무너뜨린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학교를 학교답게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 후보는 자신이 교육감이 되면 전교조와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며, 자사고와 외고는 현행 유지, 대학입시에서 정시 확대 등의 정책도 발표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진보 교육감들이 전교조 경력을 갖고 있고, 교육의 관점에서 전교조를 파트너로 인정해온 게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앞서고 있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야 하지 않나”라며 “보수 진영에서는 자신들이 말하는 ‘전교조식 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의 지지가 높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무조건 진보 교육감을 전교조와 연결짓는다고 해서 지금의 분위기가 바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경향신문]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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