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포털인용

[뉴스프리존=안데레사 기자]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부정적인 인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성별에 따른 차별 철폐와 기회의 평등, 특히 여성의 권리 신장을 기치로 내건 페미니즘 열풍이 일었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진 성차별적 행태와 미비한 제도상 허점 등을 파고들어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부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남성 혐오 표현과 과도한 참여 독려 등이 남·녀 또는 여·여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오죽하면 ‘꼴페미’ 라는 용어도 생겼을 만큼 안 좋은 시선이 주를 이룬다. 온라인이나 미디어의 일부 세력이나 단체의 편향된 여론몰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비치는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 운동’ 또는 ‘여성 우월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여성주의운동으로 여성과 남성 간의 벽을 만드는 배타적인 형태의 사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본래의 페미니즘은 현재 우리나라 인식 속의 페미니즘과는 크게 다르다. 본래 페미니즘의 정의는 ‘여성의 권리 및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이다. 즉 여성을 억압하는 객관적인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나 여성적인 것의 특수성이나 남성과의 정당한 차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목적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닌 ‘양성평등주의’가 더욱 올바른 표현이다.

한국은 성차별에 민감한 사회이며, 최근에 불거진 미투 운동으로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서구보다 더욱 예민한 문제를 가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알 수 있다. 서구권은 역사적으로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를 중요히 파악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여성인권에 대해 무관심했다. 조선 시대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유교사상을 겪었다. 이후 독재정권의 3S정책 등으로 여성은 필요에 따라 상품화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서구보다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도 성차별의 원인을 심화시키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대중문화로 인해 불평등이 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디어가 보여주고 있는 남성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며 영웅처럼 묘사되는 반면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띈다. 따라서 대중은 남성중심적인 구조를 자연스럽게 수용한 뒤, 이 이념을 재생산하여 불평등한 구조를 심화시킨다.

결국, 본래 양성평등의 의미가 강한 페미니즘은 우리나라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상일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 사람들이 페미니스트가 되길 우려할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로 몰고 가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므로 여성을 우대하자는 이론이 아니다. 이것은 성 평등을 주장하는 이론이다. 또한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남성, 성 소수자 등 모두가 천부인권을 지닌 평등한 존재임을 말한다. 따라서 성 불평등은 양성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최근, 모두가 평등해지기 위한 사회의 많은 시도와 관심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나 개인의 인식에서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 페미니즘에 대해 비난하거나 옹호하며 분쟁할 때가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공부하고, 토론하여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비로소 대부분이받아들일 수 있는 평등한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성차별에 억압받고 그것에 익숙하던 일상들이 비로소 깨지고 있는 만큼, 현재의 움직임이 더 나은 사회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주최한 여성들만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도 올 들어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무고한 여성의 피해에 여성들이 ‘여성 혐오 범죄’라고 주장하며 모였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여성들은 주최 측의 조직력에 기대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였다. 〈세계일보〉에 다르면 지난달 19일과 이달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두 차례 열린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는 각각 1만2000명, 4만5000명이 모였다.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역대 최대 규모 집회를 연이어 기록했다. 지난 2일에는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여성 상의탈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페미니즘 단체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만든 가방, 의류, 휴대전화 케이스 등 이른바 ‘페미 굿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초·중·고교생이 늘면서 성평등 교육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고개 드는 반발 여론, 왜?

일부에서 보이는 페미니즘 과잉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성차별 철폐나 성평등 촉구가 아니라 남성 혐오와 여성우월주의가 페미니즘 진영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는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와 ‘워마드’ 등에서 흔히 쓰는 혐오 발언을 문제삼기도 한다.

두 차례 혜화역 집회에서는 남성 경찰을 가리켜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빗댄 표현)이라고 하거나 남성 성기를 언급한 욕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여기에 심한 모멸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았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성평등 수사를 촉구한다며 열린 시위에서 왜 굳이 남성 혐오 표현을 써 가며 열을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카페 등 온라인에서는 연일 남녀 간 ‘댓글 전쟁’이 벌어진다.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과 외모 비하, 조롱, 욕설이 난무한다. 최근에는 화장이나 치마, 하이힐 등을 거부하는 ‘탈(脫)코르셋’ 운동 동참 여부를 두고 여·여 갈등이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이나 대학가 등에서는 페미니즘 언급을 꺼리는 상황도 빚어진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신모(21·여)씨는 “남자애들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여자애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얘기는 일부러 쉬쉬한다”며 “괜히 싸움으로 번질까봐 걱정해서”라고 말했다.

◆“당연한 일”vs“문제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소 엇갈린다. 페미니즘을 향한 비판이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됐다거나 사회운동 측면에서 당연히 겪는 일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혐오 표현과 갈등 조장 등이 결국 페미니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일부 페미니스트가 남성 혐오 표현을 쓰는 등 과격해지는 건 지금까지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회 주류인 남성들이 보기에는 ‘폭력적이다’는 식으로 고립시키고,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류혜진 여성인권진흥원 대외홍보팀장은 “여성 혐오가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에 기반한 것인데, 권력자 위치에 선 남성들은 혐오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그런데도 남성 혐오라고 하는 자체가 여성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 국민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극단주의적인 경향이 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데 여성 입장만 무리하게 강조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전부 적으로 돌리면 자연히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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