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뜨겁다. 중국 영화시장은 더욱 뜨겁다. 열을 올린 장본인은 7월 5일 개봉된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药神, 누군가는 ‘아부시약신’이라고 옮겼다)》이다. 워낙 7월 6일 개봉예정이었는데 상하이(상해)국제영화제와 시연에서 좋은 반향이 나오니 하루 앞당겨 목요일 5일에 개봉했다. 투자액이 1억 위안(한화 170억원 상당)에 그쳐 대작에 속하지 않았고 사전홍보도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박스오피스 기록 억 단위 상승을 우습게 알더니 개봉 10일 만에는 22. 94억 위안을 기록하여 역대 흥행 9위에 올랐다. 필자의 기억에는 10일 만에 역대흥행 10위에 들어간 작품이 없다. 지난해 소개했던 역대 최고흥행작 《전랑(战狼) 2》와 금년에 소개한 역대 흥행 제2위 《홍해행동(红海行动)》도 그처럼 빠르지는 못했다.

15일 만에는 외화의 최고흥행기록을 세운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26. 7억 위안을 누르고 역대 5위에 올랐다. 이 역시 전에 없는 속도다. 그동안 태풍과 장마 영향을 받아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관람객수가 팍 줄어들지 않았더라면 1위 《전랑 2》의  56. 7억 위안은 몰라도 역대 흥행 제2위 《홍해행동》36. 4억 위안은 위협하지 않았겠나 생각이 들 지경이다. 박스오피스 흥행순위가 이제 더 올라가든 말든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이미 신화를 낳았다. 필자가 여러 번 소개했다시피 중국에서는 제작비 대 흥행성적의 손익분기점이 1 대 3인데, 투자액의 20배를 훨씬 넘긴 건 《전랑 2》도 《홍해행동》도 이루지 못한 기적이다. 필자의 인상으로는 2억을 투자한 《홍해행동》이 18배 흥행성적을 따낸 게 예전의 최고기록이다.

잘 팔린 영화는 욕 먹기 쉽고, 평론가들이 찬양하는 영화는 잘 팔리기 않기 쉽다. 헌데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거의 모든 사람의 호평을 받았다.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평점이 개봉초기에 9. 9라는 신기한 기록을 세웠다가 후에 좀 내려왔으나 여전히 8점 이상이라 이 역시 기적이다.

그러면 어떤 영화였기에 그처럼 열렬한 호응을 받았을가?

웃으러 들어갔다 울면서 나왔다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사전홍보 강도와 보급도가 낮았기에 개봉초기에 많은 오해를 자아냈다. 며칠 동안 제일 많은 반향이 희극인 줄 알았는데 눈물을 끌어내더라는 식이었다.

그러면 왜 그런 오해가 생겼을까? 주역배우 쉬쩡(徐峥서쟁)과 제작자 닝하오(宁浩)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든 영화들은 황당 코미디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스터도 배역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담았으니 희극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 《나는 약신이 아니다》 포스터

영화는 앞부분에서 여러 가지 수단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고 들어갔던 사람들은 과연 희극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부터 분위기가 싹 바뀌더니 눈물샘을 자극한다.

초기 반향들을 좀 모아보자.

극장 입구에서 냅킨을 나눠주는 걸 사절했다가 소매를 버렸다.

짧은 소매 옷을 입고 갔다가 눈물을 닦기 불편해 혼났다.

웃으러 들어갔다 울면서 나왔다...

한국영화, 인도영화가 더 부럽지 않다.

양심작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중국 영화의 희망을 보았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예전 같으면 촬영허가가 나오지 않고 상영가능성도 없었을 영화가 흥행하는데 크게 고무되었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초기에는 다른 영화와 닮은 꼴을 찾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예컨대 영화의 뒷부분에서 주인공이 수인차에 실려 감옥으로 향할 때, 백혈병환자들이 길가에 모여 배웅하는 장면은 “쉰들러 리스트”를 오마주한 것이다는 식이다.

한국영화와의 닮은 꼴을 찾으면서 《택시운전사》, 《변호인》, 《도가니》 등 작품과 송강호를 언급하는 팬들도 있었다. 포스터도 한국영화 스타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니, 독자분들이 포스터를 다시 한 번 감상하시기를 권한다.

어떤 영화팬들은 전날 한국과  인도의 사실주의 영화들이 무척 부러웠는데 이젠 부럽지 않다고 했다. 한국은 경제수준이 중국의 다수 지방보다 나으니까 한국영화를 부러워한 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의 여러 방면에서 인도보다 훨씬 나은데도 영화를 비교하면서 중국을 폄하하는 건 사실 좀 웃긴다.

한국에서는 흥행성적이 별로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인도 방문에서 원형인물을 만나 한국에서 화제로 된 《당갈(Dangal)》의 경우, 중국에서 《쏴이쟈오바, 빠빠 (摔跤吧爸爸,아빠 씨름하자요》라고 번역되어 12. 95위안 흥행실적을 올려 다수 할레우드 영화를 압도했다. 필자도 본 좋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의 주요모순인 여자애들의 레슬링 훈련과 경기 참가가 중국에서 전혀 문제로 되지 않고 세계 경기 금메달을 따낸 중국 여자 체육선수들이 수두룩하다는 건 인도가 비길 나위가 없으니 중국이 왜 그런 영화를 찍지 못하느냐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근년에 중국에서 꽤나 잘 나간 인도영화들이 다룬 소재들은 중국에서 이미 해결한지 오랜 것들이다. 그런데도 인도영화가 중국영화보다 엄청 앞섰다면서 중국영화폄하에 열중하는 영화팬들이 있다. 사실주의라는 기준만으로 잰다면 근년에 나온 중국의 상업성 영화들이 한국영화, 인도영화보다 못한 건 사실이나, 한국영화, 인도영화들도 결코 현실을 그대로 그리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과격한 비판은 논리적으로 허점이 존재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번에 현실을 그려냈다고 찬사를 받는 《나는 약신이 아니다》도 사실만 다룬 게 아니다. 팬들의 관람 후 짐작이 아니라 제작팀 성원이 털어놓은 데 의하면 한국영화를 의도적으로 본땄고 중국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영화에 집어넣기도 했다.

주인공은 워낙 거친 동북사나이로 설정했다가 소심한 상하이 남자로 바꾸었고 원형과 다른 배역설정을 했으니 제작진의 설명에 의하면 바로 《변호인》 등 한국영화를 참조한 것이다. 사회는 전혀 관심하지 않고 먹고 살기에 바쁘던 인물이 어떤 일을 계기로 변신한다는 설정은 확실히 한국영화들을 연상시킨다.

필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백혈병환자들이 제약회사 앞에 모여 피켓을 들고 고가약품에 항의하는 장면이 어딘가 어색했다. 실제인물 루융(陆勇육용)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의에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발생했다. 2005년에 내가 한국으로 가서 한국 백혈병조직의 회장과 만났는데 그가 나에게 많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제약회사에 가서 항의를 했고 한국의 사회보장청 가서 청원하거나 제의서를 제출했다. 그는 또 여러 번 수감되었다. 중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在中国没有,但是在韩国是发生过的。2005年的时候,我去了韩国,和韩国白血病的组织的会长见面,他给我看了很多照片,他们到诺华公司进行抗议,去韩国的社保厅进行请愿或者是提交建议书,他还被拘留过好几次。在中国是没有过。)”

그러고보니 영화 속의 항의가 한국식이었기에 필자가 중국에서는 저렇지 않을 텐데 라는 이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한국인들은 혹시 친근감을 느낄까?

실화와 영화의 경계

1968년 생인 실존인물 루융은 직물 수출회사 사장이었는데 2002년 47살에 벽혈병이 확진되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스위스 한 회사의 표적치료제 거레웨이(格列卫글리벡)을 장기복용해야 되나 1개월 분량인 1곽에 23, 500위안으로서 너무나도 비쌌다. 치료에 재산을 거의 다 날린 그는 2004년 6월 우연한 기회에 인도에서 생산한 모방약의 효과가 거의 비슷하나 가격은 고작 4000위안/곽임을 알겨 되어 구매하기 시작했고, 다른 환자들을 도와 대리구매도 했으니 그 규모가 천 명을 넘겼다.

헌데 인도의 모방약은 특허권을 무시한 제품이었고 중국에서 수입판매허가증을 따지 못했기에 중국의 법규정에 의하면 “가짜약” 범주에 속했다.

구매와 관련하여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았던 루융은 2015년 1월 베이징 비행장에서 체포되었고, 숱한 백혈병환자들이 법기관에 편지를 써서 형사책벌 면제를 청원했다. 결과 루융은 얼마 후 무죄석방 되었다.

그 사건에 주목한 영화인이 루융에 접근하여 이야기로 영화를 엮을 허락을 따냈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금년에 개봉에 앞서 영화를 본 루융은 거칠게 항의했다. 나는 영화에 나오는 일들을 하지 않았고 법을 어기지도 않았다, 영화 주인공은 현실 속의 자신과 너무나도 다르다... 허나 쌍방은 적당히 화해했고 개봉식에 루융이 나가서 축사도 했으며(위 사진) 영화 효과가 좋으니 꽤나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면 영화는 어떤 내용일까?

주인공 청융(程勇정용)은 자그마한 인도신유(印度神油)가게 사장이다. 인도신유란 생식기에 바르면 온 밤 선다고 알려진 물건인데 청융은 비정규경로로 들여오던 인도신유로 한때 돈을 꽤 벌었으나 비아그라가 나오는 바람에 장사가 망한다. 게다가 가정폭력으로 아내와 이혼했고 아내는 아들애를 외국으로 데려가려고 애쓴다. 한편 아버지가 앓아서 청융은 생활도 사업도 곤경에 처했다.

이런 그에게 백혈병환자인 뤼써우이(吕受益여수익, 포스터에서 뒤쪽 복판에 선 인물)가 찾아와 거레닝(格列宁)이라는 백혈병특효약의 가격문제를 설명하고 인도의 모방약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단마디에 거절했던 청융은 아버지가 뇌질환으로 수술해야 되는데 8만 위안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기에 결국 뤼써우이가 대준 구입비를 갖고 인도로 간다. 잘 아는 택시운전사를 통해 제약회사에 찾아간 청융은 중국에서 팔 수 없는 모방약의 한계를 알게 되나 거레닝의 몇 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가격에 혹해 중국구역 대리를 하겠다고 나선다. 인도의 제약공장 사장은 이번에 구매한 약을 1개월 안에 다 팔면 중국구역 대리권을 주겠다고 대답한다. 청융은 전날 인도신유를 밀수하던 경로를 이용해 인도 선원에게 약트렁크를 맡긴다.

약은 가져왔으나 뤼써우이와 청융의 능력으로는 팔리지 않는다. 하여 환자들 속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을 모으게 되어 나이트클럽에서 봉춤을 추는 류스후이(刘思慧유사혜), 교회의 류(刘유) 목사가 합류하고 푸줏간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청년 펑하오(彭浩팽호)도 끼어들어 5인 힐링조가 무어진다. 뤼, 류, 류, 펑은 특혜가격으로 약을 사는 외에 수당금도 받는다. 장사가 엄청 잘 된다. 진짜 약과 약효가 비슷하나 값은 훨씬 싸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진이 많이 떨어진다. 청융은 병자들에게서 융거(勇哥용형님)으로 불리다가 급기야 “야오신(药神약신, 약의 신)”으로 승진(?)한다.

세상일은 쉬운 법이 없다. 제약회사 사람들이 공안국에 의뢰하여 경찰들이 “가짜약”을 찾아 다니는 데다가, 밀가루로 만든 진짜배기 가짜약을 파는 무리가 환자들을 속여 더 싼 값을 제시하기에 장사도 어려워지고 결국 패싸움이 벌어진다.

여러 모로 고려한 청융은 손을 떼기를 결심하고 힐링조 성원들과 식사한 다음 헤어진다.

1년이 지나 의류공장을 경영하면서 잘 나가는 기업인이 된 청융은 뜻밖의 방문객을 만나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심하고 눈물샘 자극부분이 다 드러난다. 결론만 말하면 청융은 결국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에 언도되었다가 감형을 받아 나온다. 항암약이 의료보험에 들어갔다는 말로 영화가 끝난다.

영화는 당연히 사실보다 훨씬 극적이다. 루융과 다른 일부 백혈병환자들은 어느 어느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지만, 대중은 잘 모르던 세상을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암환자를 돌본 경험자들이 특히 감동받았다고 표현한다.

영화는 격투씬, 차량 추격씬 액션영화의 요소들, 오해와 헛소리, 역전 코미디영화의 요소들을 두루 갖추었으나 그저 액션영화나 코미디영화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필자는 중국영화인들이 영화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중국에 뛰어난 배우들이 참 많다는 데 새삼 놀랐다.

뤼써우이를 연기한 왕취안쥔(王传君)은 환자의 병태를 나타내기 위해 날마다 수천 회 줄뛰기를 했고, 죽기 전의 장면을 위해서는 이틀동안 일부러 잠을 자지 않았다 한다. 왕취안쥔 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열정을 다 바쳐 명연기를 펼쳤다 한다.

특효약, 모방이냐 구매냐?

영화에서 단 한 씬에 나오지만 관중들이 눈물을 쏟게 한 할머니가 있다. 경찰은 가짜약 발원지를 찾기 위해 인도약을 사용하는 환자들을 습격하여 연행해다가 공급자를 불라고 강요한다. 무거운 침묵 끝에 한 할머니가 나서서 경찰 책임자에게 하소연한다. 내가 앓는 바람에 집이 다 날아나고 가족들이 고생한다, 이 약 덕분에 지금 살아가고 있다, 이 약이 끊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 난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 당신은 한평생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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