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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규직 전환정책 '노동 존중'에서 '재벌 존중' 규탄 결의대회
  • 손우진 기자
  • 승인 2018.08.09 21:47
  • 수정 2018.08.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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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매일노동뉴스

[뉴스프리존= 손우진 기자] 비옷을 입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무늬만 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지 1년이 지났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46만 명 중 33만 명은 아직도 비정규직이다. 모회사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도로 간접고용’ 꼼수도 빚어지고 있다. 직접고용이 되더라도 임금을 비롯한 각종 노동조건에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민주노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규직 전환 제대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자 500여명이 함께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1호’ 였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이처럼 실효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가운데, 9일 민주노총 소속 6개 산별·연맹(공공운수노조·민주일반연맹·보건의료노조·서비스연맹·정보경제연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고 공동투쟁을 선언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집회 내내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비옷과 우산을 쓴 노동자들은 “차별철폐 예산책정” “제대로 정규직 전환”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섰다.

고혜경 학교비정규직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비정규 노동자 임금은 적어도 정규직의 80%로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예산집행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며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해소 없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무슨 수로 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최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1주년을 맞아 노동자 13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46만명이다. 33만명을 비정규직으로 남겨 두겠다는 말이 된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인데도 정부는 정규직 전환지침과 제외지침을 동시에 만들었다”며 “일선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모든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파견·용역노동자 정규직 직접고용 △무늬만 정규직 무기계약직 차별 해소 △혈세낭비 민간위탁 폐지를 요구했다.일자리위원회 각 분과별로 양 노총과 사용자단체의 담당자가 있으며 수시로 정부 측과 협의가 진행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관련해서도 다양한 루트와 창구에서 실무 협의가 진행된다.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비록 정식 노-정 교섭이 아니라 실무 협의 수준이지만 말이다.

'노동 존중'이 아니라 '재벌 존중'

이 정도 수준이라면 누군가의 옷을 벗길 목표로 한 '햇볕정책'이라 부르긴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민주노총과 일체의 대화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얼어붙어버린 노-정 관계가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쬐어주는 따스한 햇볕이니 말이다.

하지만 노동정책에 쬐어주던 이들 햇볕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노동자들의 옷을 벗기는 ‘햇볕정책’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 시작은 집권 이후 2018년으로 해가 바뀌면서부터이다. 그럼 지금부터 지난 7개월 남짓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잠시 되돌아보도록 하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입법을 완료해 달라는 강한 요청을 했고, 지난 2월 28일 국회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미명 아래 △휴일 중복할증 폐지 △30인 미만 사업장 특별연장노동시간 적용 △탄력근로시간제 관련 부칙조항 삽입 등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이들 개악안 삭제를 끊임없이 요구했으나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금호타이어노조가 해외매각 반대 총파업에 들어가던 3월 30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별도 브리핑을 진행했다.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 즉,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먹튀 의혹이 가득한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강행할 것이며 "노조 포함 이해관계자가 고통 분담해야 할 때"라는 문재인 대통령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 5월 28일, 국회는 양 노총을 비롯해 거의 모든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개악안을 강행 통과시켰다. 지난해 16.4%의 기록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이번 법 개악으로 사실상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되었고, 심지어 박근혜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쉽도록 하는 독소조항까지 법제화했다.

■ 6월 1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자리에서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조만간 열어 구체적인 혁신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성과급·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했던 박근혜의 '노동개악'을 문재인 정권이 이어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6월 20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직권취소는 불가능하다"며 현재 상태를 바꾸려면 "대법원 판결을 반복하는 방법,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 두 가지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불과 하루 전에 김영주 노동부장관이 민주노총을 만나 직권취소 관련 검토해 보겠다는 얘기를 뒤집은 것으로,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볼 수 있다.

■ 7월 10일,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 결과 민주당은 11년 만에 환노위원장 자리를 자유한국당에 내주었다. ILO 핵심협약 비준, 이에 필요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진두지휘해야 할 국회 환노위 수장을 내준 것은 ILO 협약 비준도, 법 개정 의지도 없음을 반증한다. 환노위원장에 선출된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최저임금 2년마다 결정, 업종별 차등적용,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산입하는 울트라 개악안을 발의했다.

이제 우리는 1600만 촛불의 이름으로 외쳤던 “재벌도 공범”이라는 슬로건의 주인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까지 날아가서 별도로 만나는 장면까지 보고 있다. 며칠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역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혁신성장’ 구호를 외치고 머리를 조아리기까지 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이 ‘재벌 존중’으로 바뀌었다. 노동자들의 옷을 벗기는 ‘햇볕정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아진 게 있지 않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대화도 하지 않다가 그나마 이제 다양한 층위에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 그래도 뭔가 나아진 게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그럴 가능성 있는 부문들도 몇 가지를 뽑아 주석을 붙여보기로 했다.

■ 최저임금 많이 올랐다. 작년에 16.4%, 올해 10.9%를 인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죄다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법이 개악되어서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실제 체감되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박근혜 정권 시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있었다. 정규직 전환대상에 간접고용(용역·파견)을 포함시킨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전환목표 대비 정규직 전환율은 절반 수준이고, 대부분 무늬만 정규직인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귀결되었다. 용역·파견 역시 원청이 직접고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회사’라는 꼼수가 대대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부끄러웠는지 이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는 말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 만도헬라, 아사히글라스, 빠리바게뜨, 한국GM … 제조업·서비스업 곳곳에서 ‘불법파견’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준 것에 비하면 나아진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해보지만 자본가들은 전혀 듣지 않는다. 1인당 1천만원씩 수백억의 과태료를 때려봤지만, 자본가들은 ‘이의제기’ 한 마디로 과태료도 내지 않고 법원 소송으로 몰고 간다. 불법파견 판정만 있지 제대로 시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처럼 '노조 없음' 통보를 받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그렇다고 해서 노조 할 권리가 확장된 것도 없으니 말이다. △(대리운전 등)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보장 △구직자·실직자 노동기본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공약들은 폐기되고 있다.

■ 대리운전노조가 노동조합 설립변경신고를 내자 이를 반려했다. 표면적 이유는 변경사유가 아니라는 거지만, 실제 사유는 이들의 '전속성'이었다. 다양한 업체로부터 콜을 받는 것은 대리운전업계의 기본인데, 어느 한 업체에서만 콜을 받아야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빠져있는 것이다.

■ 기간제교사노조가 설립신고서를 내자 구직중인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며 이를 반려했다. 기간제교사 특성상 취업과 실업, 구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영원히 노조를 만들지 말라는 말인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곳곳에서 정부와 노동조합 사이에 대화는 이뤄지고 있다. 대화가 없는 것에 비하면 낫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노동조합 의견이 반영이 되질 않는데 말이다. 정규직 전환에서 자회사 꼼수 쓰지 말래도 ‘개’무시, 임금체계 개편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해도 들은체 만체, 최저임금 산입범위나 중복할증 관련해선 노동조합 의견 무시하고 일방통행 … 대화는 있으되 의견 반영은 없다. 이런 것도 과연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혁신 성장, 창조 경제의 다른 이름

"도대체 박근혜 때와 달라진 게 뭐야?" 요즘 정말 자주 듣는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전교조 얘기만 놓고 보자. 대법원 판결이 나오거나 법률이 바뀌어야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얘기는 이명박·박근혜도 할 수 있는 약속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거나 법률이 바뀌면 전교조 합법화는 정부가 안 나서도 당연히 이뤄지는 것 아닌가!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이 함께 외친 '혁신 성장', 도대체 혁신 성장이 뭔지 우린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 걸까? <인사이드 경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 자료, 기획재정부가 내놓는 혁신 성장 관련 자료,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자료 전체를 숙독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자료에서도 '혁신 성장'의 실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근혜가 내세웠던 '창조 경제'와 비교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의 자료들을 몇 개 꺼내 읽다가 이내 덮어버렸다. 마찬가지였다. '창조 경제'가 뭔지 제대로 설명한 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혁신 성장이건, 창조 경제이건 모두 '규제 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그 논리 전개까지 완벽하게 동일했다.

이 정도면 꽤 쉬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아하~ 혁신 성장은 창조 경제의 다른 이름이었구나! 창조 경제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면 ‘적폐 정권’을 답습한다는 비난에 시달릴 테니, 정무적 감각을 가진 누군가가 ‘작명’을 새롭게 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뿌리가 같으니 정책도 같지 않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정부는 지금 금산분리(은산분리) 완화, 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 원격의료·바이오의료 산업화 등 재벌들의 숙원사업을 제1의 정책으로 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조차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을, 촛불항쟁의 결과로 등장한 문재인 정권이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재벌들은 “문재인 만세!”를 연호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착시에서 벗어나야

그렇다. 누군가는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겠지만, 박근혜 정권이 하고자 했던 일과 문재인 정권이 하고자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다. 다만 박근혜 정권은 채찍을 들고 그 일을 수행하려 했던 반면, 문재인 정권은 당근을 들고 나타났을 뿐이다.

하지만 당근에 독을 묻혀 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선 안 된다. 햇볕이건 구름이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게 목표였듯이, 채찍이건 당근이건 하고 싶은 일은 같으니까 말이다. 따스한 햇볕 같았던 ‘유화정책’은 결국 중복할증도 폐지하고 최저임금도 줬다가 빼앗아가는 등 옷을 벗겨서 우리 노동자들 임금을 ‘벌거벗은 임금’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던가.

이제 '문재인 정권 = 노동 존중'이라는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이 정부의 정책 기조는 '재벌 존중'으로 옮겨갔다. 이제 우린 박근혜 정권에서 봤던 그 모든 것들을 다시 목도하게 될 것이다. 공공부문 직무급제 도입 강행, 구조조정 과정에 노동자에게 책임전가, 합리적인 규제마저 적폐로 몰아 사냥하기…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파기한 것처럼 노동자·서민을 위한 수많은 공약들이 파기될 것이다. 아니, 파기된다기보다 이걸 지킬 수 없는 책임을 모두 자유한국당 탓으로 돌릴 것이다. 벌써부터 <인사이드 경제>의 귀에는 이런 낯익은 변명, 하지만 비겁한 변명이 귀에 들리기 시작한다.

"우린 ILO 핵심협약 비준도 하고, 노동관계법도 다 개정하고 싶어요. 그런데 자유한국당 반대로 국회에서 막혀 있네요. 그러니 2020년 총선에서 우리에게 확실히 과반 의석을 밀어주세요."

최저임금법 개악할 때, 근로기준법 개악할 때, 그리고 8월 안에 은산분리 완화 입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항상 자유한국당과 함께 해오지 않았던가! 자신들이 할 생각 없으면서 남 탓만 하며 선거 때 표 달라는 저 오래된 레코드를 벌써 30년 넘게 틀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문재인은 약속을 지켜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재인은 약속을 했고, 약속의 이행 요구는 정당하니까. 하지만 찬찬히 되돌아보자. 문재인이 진보적이고 친노동적이어서 그 많은 약속을 했던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촛불의 힘, 끈질긴 노동자투쟁의 힘이 있었기에, 당선을 위해 문재인이 약속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그 약속을 이행하게 만드는 진정한 힘 역시 촛불의 힘, 끈질긴 노동자투쟁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손우진 기자  shson4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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