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정은미 기자] 시중은행들이 경영성적표 개선에도 정작 점포를 줄이고 고용 규모를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4곳의 국내 영업점포(출장소 포함)는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3572곳으로 전년동기말대비 100곳이 감소했다.

하나은행이 54곳 줄여 가장 감소 규모가 컸다. 신한은행은 28곳을 축소했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1곳, 7곳을 줄였다.

점포가 줄어들면서 은행원들의 설자리도 좁아졌다. 시중은행 4곳의 직원수는 지난 상반기 말 기준 5만9591명(기간제 근로자 포함)으로 전년동기말대비 2163명 줄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이자 이익 등이 늘면서 경영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영업 점포를 줄이고 고용 인력을 되레 줄이고 있는 것이다.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총 6조861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6.9% 급증했다. 평균 두자릿수의 성장세다.

하나은행의 영업이익이 1조62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나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29.6%, 신한은행 23.7%, 우리은행 21.8%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수익다각화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 영향보다는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택으로 풀이된다.

대출 이자 수익 등이 포함되는 이자이익은 방카슈랑스·펀드·신탁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에 비해 실적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워낙 큰데다 이번에 증가세도 두드러지면서 은행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경영성장세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영업 환경이 변하고 있어서다.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들보다는 인터넷뱅킹 등을 활용하는 고객들의 증가세가 워낙 뚜렷한데다 지점을 유지하기 위한 임대료나 고용 비용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의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을 보면 지난 1분기 중 인터넷 뱅킹을 활용한 자금이체 비중은 전체의 46.2%로 절반을 육박했다. ATM 등 무인기기 이용 비중은 35.4%, 창구 이용은 9.5%였다.

대출총액 제한·불법 사채업 처벌 강화

2006년 대금업법 개정
 연소득 3분의 1까지 빌려줘
1금융서 대출하도록 지원
 벼랑 끝 채무자 숨통 터줘

 한국은 1·2금융부터 옥죄
 대부업 대출잔액 되레 늘어

日 규제로 대부업 대출 70% 축소

일본 정부는 대부업체들의 불법 추심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자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냈다. 대부업의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대신 1·2금융권 은행과 금고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했다.

우선 대부업체들은 채무자 연소득의 3분의 1까지만 신규 대출하도록 했다. 소득이 낮은 저신용자들이 상환 능력 이상의 빚을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채업자를 막기 위한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지키지 않거나 무등록 대부업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불법 추심 행위는 2년 이하 징역을 살게 규정했다.

일본 대부업계는 빠르게 축소됐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2007년 1만1832개이던 대부업체는 작년에 1926개로 9년간 1만 개 가까이 줄었다. 대부업체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 역시 2007년 20조3053억엔에서 2016년 6조627억엔으로 70.1% 감소했다.

내년 2월8일부터 대부업 최고금리 연 24%로

대부업체를 이용하기 힘들어진 금융소비자들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마을금고 등 1·2금융권으로 발걸음을 돌리도록 했다. 일본 감독당국은 각 은행에 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일본 은행·금고 등 1·2금융권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2007년 4조107억엔에서 지난해 5조7088억엔으로 늘었다. 2007년 171만 명에 달했던 다중채무자들은 9만 명으로 급감했다. 도쿄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사카모토 에이지 씨는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쉬워지면서 2010년 연 15%대의 고금리로 쓰던 대부업 대출을 연 5%대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었다”며 “제도권 대출 한도가 늘면서 불황에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韓 대부업 대출 4500억원 늘어

도우모토 히로시 도쿄정보대 교수는 이 같은 일본 정부 정책에 대해 “대부업체에 대한 총량규제로 금융산업이 재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가계 대출 억제책은 대부업과 불법 사채 시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 총량규제 정책 범위에 대부업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한국의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여신심사가이드 라인을 통해 지난 10월 대출요건을 강화했다. 지난 3월에는 카드사의 대출 자산을 전년보다 7% 이상 늘릴 수 없도록 했다. 저축은행 역시 연간 5.4% 이하로 늘리도록 했다.

풍선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와머니 등 상위 대부업체 7개사(대출 자산 기준)의 여신잔액 규모는 지난 1월 6조6400억원에서 2금융권 총량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8월엔 7조900억원으로 4500억원 늘었다. 도우모토 교수는 “총량규제는 본질적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해치는 규제”라면서도 “제도 설계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전혀 상반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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