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는데 의사들끼리 “고뿔이다, 아니다 감기다.” 이러고 있다면 환자들은 뭐라고 할까? AI시대 감기 바이러스 하나 찾지 못하는 학자나 의사들을 나무라고 싶어서가 아니다. 경제 전문가, 언론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소득주도 성장론’을 놓고 정치인들끼리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나 시간당 최저임금문제로 싸우는 유명인사들을 보면 감기환자를 진단하는 의사가 감기가 맞는지 고뿔이 맞는지 싸우는 모습이나 다르지 않다.

“국회 국회의원 246명이 참여해, 찬성 233명, 반대 0명, 기권 13명의 결과로 퇴직공무원 연금액 인상도 2020년까지 동결되는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 이 법안의 통과로 ‘퇴직한 공무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금이 5년간 동결되고 유족연금은 70%에서 60%로 삭감됐다. 현 자유한국의 전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대표 발의한 지 7개월 만인 2015년 5월 29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면 손자들 돌 반지까지 내놓는 게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이다. 정말 경제가 어려우면 모든 국민이 일심동체가 되어 나라를 살리는 게 도리요, 그런 주장에 누가 감히 반대하겠는가? 그런데 힘없는 퇴직공무원들 연금을 삭감하자는 국회의원들은 피감기관의 돈을 받아 외유성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한 짓(?)이다. 강도를 잡으러 가는 경찰이 미리 강도를 만나 강도로부터 푸짐한 접대를 받고 봉투까지 챙겨 나왔다면 그런 경찰이 강도를 잡아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까?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외유성 해외여행까지 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특활비에 온갖 특혜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힘없는 퇴직공무원들 연금을 그것도 5년간이나 삭감하는 법을 만드는 게 순리에 맞는가? 연금이란 국가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에게 특혜로 주는 돈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퇴직하기 전, 매달 받는 월급에서 기여금이라는 형식으로 일정금액을 매달 적금식으로 저축한 돈이다. 여기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일정 금액을 보태 퇴직한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연금이다. 이런 연금을 퇴직공무원의 의견수렴이나 공청회 절차 한번 없이 여야 국회의원들이 ‘반대 0명’으로 통과시켜 시행 중이다.

이 땅의 정치인들, 언론인들, 학자들… 이 하는 짓을 보면 가소롭고 뻔뻔하다.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시급)이 지난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060원 인상되자 자영업자들보다 정치인이나 언론이 더 난리다. 지금까지 한자릿수로 인상되던 시급이 두 자리 수로 인상됐다며 나라 경제가 곧 거덜날 것처럼 난리다. 평소 때 관심의 대상조차 아니던 자영업자를 얼마나 걱정해서 하는 소린지 몰라도 문재인정부가 경제를 망친다고 길길이 뛰고 있다. 정말 양심이 있는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이라면 시간당 최저임금이 무엇인지 이렇게라도 올리지 않으면 한계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살길이 막막해진다며 한 번쯤 ‘양극화문제, 소득재분배문제’, ‘지하경제 양성화문제’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도 제기 해야 도리 아닌가?

이 땅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은 한통속이 되어, 민족주의 속에 마련된 기득권과 권위의 달콤한 꿀을 나누어 먹고 있다. 정치인들, 당연히 그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본질적으로 유전자가 왜곡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한 입에서 두 가지 말을 아무런 혀 물림 없이 내뱉을 수 있는 요괴 인간들이다. 기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진실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청국장처럼 냄새가 풀풀 나는 현장을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 없이 채팅하듯 기사를 뱉어내는 고급 품펜들이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김경일교수의 쓴 책에 나오는 얘기다. 김교수의 얘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자. “권력의 해바라기들이 되어 있는 편집 데스크의 심중을 충분히 헤아리면서 만들어낸 원고들을 기사랍시고 만들어낸다.” “학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거짓과 위선으로 만들어진 가면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빙충이들이다. 그들이 논문에 써대고 강의실에서 뱉어내는 말들은 아무 곳에도 써먹을 수 없는 그들만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들은 언제나 끼리끼리 만나서 자리를 나누고, 적당히 등록금과 세금을 연구비나 학술보조비 따위로 나누어 먹으며 시시덕거리지만 돌아서기가 무섭게 서로를 물고 뜯고 비방하는 저열한 인간들이다.”

아무도 감히 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용기라고 한다. 용기 있는 정치인, 언론인, 학자… 들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높은 사람에게 찍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계산 때문일까?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몰라서 그렇지만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지식인들은 정의보다 계산이 앞서 힘없는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더 작아지고 있다. ‘정직, 성실, 근면’을 금과옥조로 가르치던 교사도 권력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재벌도 높은 사람 눈 밖에 나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계산에 밝은 정치인도 모두가 외면하는 정의는 그 똑똑하고 잘난 학자들 논문 속에서나 살아 있다. 이런 세상에서 돈도 권력도 정보도 없는 순진하고 착하기만 한 민초들의 설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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