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 기자] 삼성은 창업 초기부터 무노조 경영 원칙이 존재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27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

검찰은 삼성의 이번 행위를 ‘반헌법적 범죄’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노사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도 했다.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임원 등 30여명을 기소한 검찰은 2013년 이후 사측의 협력업체 폐업, 조합원 재취업 방해 및 노조 탈퇴 종용과 임금 삭감, 경총까지 합세한 단체교섭 지연ㆍ불응, 사생활 사찰, 불법파견의 도급 위장 등 광범위한 관련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금품을 앞세워 경찰을 비롯해 고용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노조 전문가, 심지어 숨진 노조원 가족까지 매수했다고 한다. 2013년 심상정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이 노조 탄압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삼성이 이렇게 법을 무시하고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공권력이 삼성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마무리가 됐습니다.라고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이는 2013년에 벌써 밝혀냈어야 할 일이다. 검찰은 당시 강제수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사진: 곽형수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 지난 4월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서 각각 고 염호석, 고 최종범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인터넷언론인연대

이런 격한 언사를 보면 ‘서는 곳’이 달라진 검찰이 이제 ‘풍경’을 이전과는 다른 쪽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그룹 회장단하고 계열사 임직원들 상대로 한 고위급 자료거든요. 한마디로 말하면 무노조, 완전 범죄 계획서 같은 거예요. 사실은 삼성에서 부인할 방법이 없었던 건데, 처음에는 그랬어요. 이게 자기네 내부 문건이다. 건전한 조직문화를 위한 내부문건이다. 건전한 조직문화란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조직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워크샵 자료다. 이렇게 얘기했다가 일주일 만에 뒤집었어요. 이렇게 사라질 뻔했는데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로 삼성을 압수수색 하다 노조 와해 문건 6,000여 건을 발견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수사결과는 수년 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S그룹 노사전략 문건’ 폭로 이후 노조와 언론이제기했던 의혹을 대부분 사실로 확인한 것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삼성 입장대로 노조가 필요 없는 노사화합의 산물이 아니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노조를 와해하려 한 사측 공작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찰은 노조활동 방해 혐의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인 에버랜드 본사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에서도 진실을 분명히 가려내기를 기대한다. 검찰은 또 “노조의 불법행위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강하게 처벌해온 반면, 사쪽의 부당노동행위는 사쪽에 유리하게 해석·운영되어온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기업 삼성의 노조 탄압은 대외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행태가 삼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은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의 정점으로 그룹 미래전략실을 지목했다. 201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에게 “법은, 검찰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평등하냐”고 물어 본적이있다. 그러면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강효상 갑을오토텍 대표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회사를 비난하는 펼침막을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로 기소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에게 검찰이 똑같이 징역 8개월을 구형한 사례를 들었다. 검찰이 사용자 쪽에 서 ‘불평등’하다는 것이었다. 검찰의 구형과 달리, 법원은 강 대표를 법정구속(징역 10월)했고, 유성기업 노동자에겐 벌금형을 선고했다.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결성된 포스코도 사측이 “강성 노조가 근로자 권익과 무관한 활동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며 새 노조를 비방하고 기존 어용 노조를 적극 지원하려다 들통이 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인사지원팀이 컨트롤 타워 역할로 노조와해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로 차례로 전달돼 실행됐다고 결론 낸 것이다. 노조파괴의 대명사 격인 유성기업을 비롯해 대부분의 회사 쪽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검찰은 줄곧 무혐의 처분하기 일쑤였다. 검찰이 사쪽에 유리하게 법을 해석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법원 재정신청을 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고, 검찰은 공소제기 명령이 내려진 뒤에야 기소했다. 이 때문에 유성기업의 경우 1심 선고가 나기까지 무려 6년 반이 걸렸다.

앞서 검찰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그룹 차원에서 '그린화 전략'이란 이름의 노조와해 공작이 벌어진 정황을 잡고 수사해 왔다. 수사 과정에서 삼성 측이 노조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를 폐업시키거나 노조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일종의 사찰을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다.

또 노조탄압 과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조원 염호석 씨의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지 않게 하려고 삼성 측이 부친에게 6억8천만 원을 대가로 건넨 사실도 확인됐다. 외부세력인 경총과 경찰을 끌어들여 노사교섭을 지연하거나 회사 측에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기도 했다. 이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은 삼성이 힘과 정보의 우위에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전사적 역량을 동원한 조직범죄'를 저질렀다고 노조와해 공작을 규정했다. 검찰은 '삼성 2인자'로 꼽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 등 28명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직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인 목 모 씨 등 4명은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현재 에버랜드의 노조방해 의혹도 수사하고 있어 삼성의 다른 계열사로도 관련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공개된 문건에는 "악성 노조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흔들림 없도록 비노조 DNA를 체화시켜야 한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균을 막듯 노조를 차단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폐업하고,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하거나, '심성 관리'라는 이름으로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해 노조를 탈퇴를 종용하는가 하면, 개인의 채무, 재산관계, 임신 여부까지 사찰했다. 검찰이 ‘노조파괴 전문’이라고 언급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도 검찰은 사건 발생 4년이 지나서야 공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봐주기’ 기소했다.

이 때문에 창조컨설팅 전 대표 심종두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7년이 넘은 지난달 23일 징역 1년2월에 법정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은 “피고인들은 공인노무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나아가 헌법과 법질서를 경시하는 태도마저 엿보인다. 노조 와해는 물론 노조 탈퇴 유도, 가입 저지 등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노동조합ㆍ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검찰 수사가 좁혀오자 4월 노조와 하청업체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고 노조 활동도 인정하기로 하면서 80년 삼성 무노조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

비록 방조범이긴 하나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만약 검찰이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이번에 스스로 밝힌 대로 “전사적인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의 성격을 갖고 있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사안이 중하므로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주동자를 대거 기소하여 엄정한 대응을 했다”면 이런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고용부는 법정형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다. 현재 여당 의원들조차 개정안 발의가 없다. 삼성의 노조파괴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조합원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삼성공화국’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법 앞에 평등한지 법원의 재판과 판결을 통해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노조와해 사건을 지휘했다고 봤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개입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고용노동부도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 2013년 삼성전자 서비스 불법파견 혐의를 조사하면서, 일선 감독관들의 의견과 다르게 삼성에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것. ‘무노조 경영’이란 노동자를 부품으로 여기던 개발독재 시대에나 가능했던, 진즉 버렸어야 할 후진적ㆍ반인권적 믿음이다. 이번 사건이 노조를 진정 기업발전의 파트너로 존중하는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부분들이 추가 수사로 밝혀져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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