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 기자] 15일 오전 9시 넘어서 검찰조사 중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들여다보는 수사 항목이 총 40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넘겨지면 공소장에 적시될 범죄 혐의가 최대 40건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2015년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낸 ‘한정위헌’ 심판 제청을 취소하게 하고, 같은 해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모아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할 때 임 전 차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두 사건에 대한 범죄 혐의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게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양승태 사법부와 관련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일부 판사 인사 불이익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 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집행정지를 둘러싼 소송 개입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개입 및 판사 해외파견을 둘러싼 부적절한 접촉 △공보관실 운영비 부적절 집행 등 다각도로 관련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를 마무리 한 이후에 구속영장 청구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혐의가 많은 만큼 이르면 16일 재소환을 비롯해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수사는 ‘양승태 대법원’ 때 고위 법관들 수사와도 이어진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출신 전직 대법관 등 ‘윗선’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정리하면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과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5월 법원 특별조사단은 법관 뒷조사와 재판 거래 의혹의 책임을 임 전 차장에게 돌리는 듯한 보고서를 냈다. 임 전 차장이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도 상당 부분 밝혔는것. 법원이 검찰 수사 초기에 다른 고위 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하면서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락한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전 차장은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법원이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져 있는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올해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됐지만 이어 나머지 특수 2, 3, 4부가 추가로 투입됐다. 최근 대검찰청 연구관 등까지 합류하면서 수사팀 소속 검사만 50명이 넘는다. 당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 시작 전 ‘수사팀에 검사 60명을 지원해 달라’며 대검에 인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에 투입된 검사보다 많은 숫자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관련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고 법원행정처 역시 처음 약속과 달리 수사 관련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당초 잡은 목표 시점을 넘기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법원이 당초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특별검사 세 가지 안 중에서 검찰 수사를 택한 것이 이런 (수사 지연) 전략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검찰 안팎에선 15일 임 전 차장 소환조사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2년부터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연이어 지낸 임 전 차장은 수사 초기부터 의혹을 풀 열쇠를 쥔 ‘키맨’으로 지목됐다.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되는 문건을 작성한 판사 대부분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썼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압수수색에서 행정처 내부 보고문건 수천건이 백업돼 있는 USB(이동식저장장치)를 확보해 수사를 벌여왔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이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양승태 사법부에서 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 등 최고위층 수사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 전직 대법원장·대법관들의 운명이 임 전 차장의 ‘입’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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