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대중 삶과 문화 바로알기를 통한 평화통일의 지평을 열어 나가는 시공간

삼지연관현악단의 달려가자 미래로 / 문해청 기자

[뉴스프리존,대구=문해청 기자] 민주평화자문회의대구지역회의(부의장 허노목)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상임대표 배한동)는 16일 ‘생명과 평화 나눔의 집’에서 제1회 평화통일지도자양성과정 제5강 “북한 대중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주제로 통일인문학연구단HK연구 전영선 교수(건국대)의 강의를 공동개최했다.

전영선 교수(건국대)

이날 강사 전영선 교수(한양대 국어국문학 박사)는 주요저서로 『NK POP 북한의 전자음악과 대중음악』『북한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문화로 읽는 북한』『북한의 대중문화』『북한 민족문화정책의 이론과 현장』『북한의 문학과 예술』외 12권 이상 북한의 문화와 문학전문서적을 출판했다.

북한식 대중음악의 출발, 보천보전자악단을 엄밀하게 살펴보면 북한에는 대중음악이 없다. 대중음악을 향유하는 대중과 대중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는 당에서 기획하고, 창작을 검열하고, 유통을 관리한다. 다만 북한의 대중음악이라고 한다면 당 정책가요나 송가와는 다른 생활음악 혹은 전자음악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정치성보다 대중이 좋아하는 ‘인민성’이 강한 음악을 대중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대중음악의 출발이 된 것은 보천보전자악단으로 대표되는 전자음악의 출현이었다. 1980년대 중반 전자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이 출현하였다.

북한식 전자음악의 시작이었다. 기존의 악단이 추구하던 음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음악이었다. 신디사이저와 전자기타를 중심으로 구성된 보컬이었다. 기존의 음악과 달랐다. 힘차거나 무겁거나 장중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경쾌하고, 밝고, 개인의 노래였다.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로 편히 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 대중음악이라 할 수 있는 생활음악이었다. 북한에서 생활과 거리를 둔 음악은 없다.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예술이 다 생활을 반영하고, 생활 속에서 들어가야 한다. 예술이 생활로부터 나왔고, 예술은 생활을 반영해야 한다.

왕재산 예술단의 달려가자 미래로 / 사진 = 문해청 기자

북한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기본이다. 생활음악은 상대적 개념이다. 덜 정치적이고, 더 생활에 가깝다. 남녀의 사랑하는 감정을 싣기도 하고, 잔칫날이나 환갑날 부르는 노래이다. 1980년 대 선을 보인 생활가요는 지금도 꾸준히 인기를 받고 있다. 남한에 알려진 북한 가요의 대부분도 생활가요이다.

<휘파람>, <도시 처녀 시집와요>, <날보고 눈이 높데요>, <아직은 말 못 해> 등이다. 사회주의를 주제로 하면서, 경음악적 요소를 가미한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 <바다의 노래>,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우등불>, <아리랑>, <하나의 대가정>, <지세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 <내 나라 제일로 좋아>, <사회주의 지키세>, <결전의 날로>도 있다.

민요풍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옹헤야>, <아리랑>, <노들강변>, <도라지>, <밀양아리랑>, <풍년가>, <군밤타령> 등도 생활가요로 분류할 수 있는 노래들이다. 생활가요가 여전히 인기인 것은 생활 속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고, 친숙한 리듬에 신디사이즈, 전자기타 등이 주는 매력도 컸다. 북한의 전자음악의 기본은 민요조라고 한다.

전자음악이면서도 민요조를 강조하는 것은 명분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자음악은 서양음악이다. 그것도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 현대음악이다. 북한이 경계하고, 부정하는 자본주의적이고 퇴폐적 음악이다.

자본주의적이고 퇴폐적 음악이지만 대중적 인기는 어쩔 수 없었다. 북한도 1980년대 중반 디스코 열풍이 불었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적인 국가라고 해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다. 남한에서 디스코 광풍이 불었듯이 북한에서도 디스코 열풍이 불었다.

북한의 새로운 세대, 즉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이 등장과 맞물린 새로운 음악에 대한 환호를 통제만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접점을 찾았다. 우리식 음악을 하자. 서양식 전자음악과는 다른 우리식 전자음악을 하기로 하였다.

‘귀청을 째는 듯 일그러지고 소란스런 파열음과 불협화음, 광신적 음으로 노래 자체를 기형화’한 서양의 퇴폐적 헤비메탈이나 락앤롤이 아닌 건전한 전자음악이 필요했다. ‘사람들의 혁명의식과 민족자주의식을 마비시키고, 부화타락’하게 만드는 서양식 전자음악이 아니라 새로우면서도 건전한 우리식 전자음악이 필요했다.

북한 음악에서 우리식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민요였다. 민요조를 기본으로 서양식 전자음악을 수용한 우리식 전자음악이 탄생했다. ‘북한식’을 명분으로 전자음악의 대중성을 활용하며 분위기 전환을 통한 사회 활력을 불어넣고자했다.

김정은 시대 아이콘 모란봉악단은 우리식 전자음악으로 선보인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은 창단부터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북한음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전자음악을 앞세운 새로운 형식과 경쾌한 리듬, 귀에 감기는 가사, 화려한 패션과 퍼포먼스의 가수들을 보면서, 인민들은 매료되었다.

지금도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손에 꼽는 음악이 생활가요이다. 생활가요를 주도한 것은 보천보전자악단이었다. 왕재산경음악단도 있었지만 역할이 달랐다. 왕재산경음악단은 경음악 연주와 무용을 중심으로 한 무대공연이 주된 활동이었다.

반면 보천보전자악단은 방송과 노래가 주종목이었다. 보천보전자악단은 반짝이 의상에 화려한 머리장식과 노래로 인기몰이를 하였다. 보천보전자악단의 공연과 음반이 히트하며 김광숙, 전혜영, 리경숙, 조금화 등 가수는 최고 스타가 되었다.

그렇게 80년대를 풍미했던 보천보전자악단의 활동은 조금씩 수그러들었고,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를 오면서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상한 소문도 있었다. 모가수가 탈북했고, 그로 인해서 해산되었다는 소식이며, 최고지도자와의 스캔들이라는 관련 풍문도 있었다. 물론 풍문이었다.

왕재산 예술단의 라프춤 / 사진 = 문해청 기자

김정일이 사망한 이듬해인 2012년부터 진행된 회고음악회를 통해 보천보전자악단원들의 근황이 알려졌고, 탈북이나 총살 소식은 가짜뉴스임이 밝혀졌다. 하늘 높은 인기를 모았던 보천보전자악단이 사라지고, 이후로 전자음악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생긴 루머였다.

새로운 전자악단이 창단되었다는 소식은 김정은 체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없었다. 2009년 1월에 삼지연악단과 은하수악단을 창단했다. 삼지연악단은 정통 클래식연주를 하는 클래식음악단이고, 은하수관현악단 역시 클래식과 배합관현악을 중심으로 하는 클래식연주단이다. 대중음악적인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중음악이 다시 시작된 것은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2012년 7월이다.

김정은이 직접 창단하였다는 보천보전자악단이 창단 시범공연을 갖고 첫 선을 보였다. <아리랑> 연주를 시작으로 진행된 시범공연은 두시간 동안 진행했다. 공연 중간쯤 되었을 때였다. 새로운 막이 올라가며 시작된 2부의 첫 곡은 미국영화 <록키>의 주제가였다.

연주하는 동안 영화의 장면도 나왔다. 이어서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연주되었다. 무대에는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곰돌이 푸우 인형이 등장했다. 김정일 사망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파격적 무대로 첫 선 보인 모란봉악단은 이후 북한의 주요 행사나 명절에 열리는 축하공연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모란봉악단의 공연은 곧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김정은 시대의 아이콘이다. 공연에서는 ‘세계명곡’이라는 이름으로 클래식과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민요가 연주되었다. 무대만 놓고 보면 북한이라는 것을 알기 어려웠다. 그런 북한 가요계의 변화를 남한에서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은 2018년이다.

남북 대중음악의 만남은 어색하고, 어긋날 것만 같았던 남북 대중음악을 2018년 본격적 만남의 자리를 했다. 2018년 북한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였고, 친선교류의 일환으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성공 기원 축하공연’으로 시작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에서는 북한 예술단 공연이라는 것이 무색하다. 북한 노래 보다 더 많은 남한 노래와 클래식과 세계 민요를 연주했다. 김옥주와 송영이 부른 <J에게>를 비롯하여 70∼80년대대 남한 대중가요를 연이어 불렀다.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 더 놀라웠던 것은 평양 귀환공연이다. 2월 16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의 귀환공연은 세계 명곡의 메들리를 연주한 '친근한 선율'에 이어 ‘여러 곡의 남조선 노래’를 무대에 올렸다. 최룡해를 비롯한 당중앙위원회 간부들과 예술부문 일군들, 창작가, 예술인들이 관람한 자리였다.

왕재산 예술단의 륜춤 / 사진 = 문해청 기자

북한예술단이 최고위급 당간부가 참가한 공연에서 남한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남한가요에 대한 해금이다. 적어도 공연에서 불렸던 남한 가요 정도는 이제 북한에서 불러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한에서 남한 가요는 꽤 많이 알려져 있다. 남한 예술단의 방북 공연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첫날 공연에서 가수 최진희는 자신의 히트곡을 나두고 듀엣 ‘현이와 덕이’의 노래 <뒤늦은 후회>를 불렀다.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북측의 특별한 요청 때문이었다.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뒤늦은 후회>를 요청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난 다음에 김정은 위원장은 최진희씨에게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하였다. <뒤늦은 후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겨 부렀던 노래였던 것이었다. 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는 요청이다.

남북의 대중음악이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만남을 위해서는 70년이 넘는 분단의 벽을 넘어야 한다. 넘을 수 있을까? 최근 북한 예술단의 행보를 보면 전면적인 교류는 어렵겠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넓어지는 것 같다. 단초는 2018년 1월에 선보인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었다.

삼진연관현악단에서 선 보인 <달려가자 미래로> 였다. 검은색의 타이트 한 짧은 팬츠에다 민소매의 빨간색 상의를 입고 활기찬 율동과 함께 부른 <달려가자 미래로>는 차이만 두드러졌던 남북 문화교류에서 공통성을 기반으로 한 교류 가능성을 열어 둔 무대였다.

2017년 7월 9일 열린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성공 기념 음악무용 종합공연”에서 선보인 왕재산예술단의 공연은 남북 대중음악 공연에서도 다양한 레퍼토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지연현악단이 부른 <달려가자 미래로>는 북한에서는 모란봉악단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공연에서는 모란봉악단의 노래보다도 북한식 칼군무를 선보이는 무용곡으로 더 많이 활용된다. <달려가지 노래로>가 어떻게 활용되는 보여주는 공연으로 2017년 7월 9일 열린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성공 기념 음악무용 종합공연”이 있다.

이 공연에서는 타이트 한 흰색 바지에 흰색 상의를 입은 왕재산예술단의 여성무용수 6명이 출연하여 <달려가자 미래로> 노래에 맞추어 시원하고 활기찬 율동을 선보였다. 북한 예술단의 최근 공연을 살펴보면 공연에서 ‘예상 밖’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공연에서 공연 구성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수령 송가나 혁명가요, 당정책가요들이다. 정치적 색채가 짙은 가요를 전면에 배치하면서도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대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공연은 무대 장식, 연주 방식, 무대연출 방식에서 이전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무대 공연을 주도하는 예술단은 왕재산예술단이다.

왕재산예술단은 다른 예술단과의 협력무대인 종합공연은 물론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2016년에는 삼지연군의 공연을 비롯하여 량강도 순회공연, 청진공연, 흥남비료련합기업소 공연, 김책시공연, 신의주공연, 평안남도순회공연, 황해제철련합기업소공연, 평양공연을 비롯하여 130여회의 공연 진행하였고, 2017년에도 다양한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에서는 개막곡

<가리라 백두산으로>을 중심으로 <우리의 김정은 동지> 같은 새로운 송가를 비롯하여 ‘혁명적 열의를 높여주는 노래’를 중심에 놓으면서도, 타프춤 <청춘시절>, <명랑한 취사병>과 현대무용도 공연에 포함하였다.

.공연무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왕재산예술단의 공연으로는 2017년 7월 4일의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성공 기념 음악무용 종합공연”이 있다. 왕재산예술단은 공연에서 가요 <승리의 축배>를 배경음악으로 라프춤을 무대에 올렸다.

라프춤은 ‘탭댄스’의 북한식 표현이다. 군복을 입은 남성무용수 8명과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원색을 입은 여성무용수 8명으로 구성된 16명의 단원들이 동작에 맞추어 탭댄스를 선보였다. 북한 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서양의 탭댄스를 무대에 올린 것이다.

같은 공연에서 이어진 무대는 <륜춤>이었다. 검은색 탱크탑의 상의와,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무용수들이 무대를 누비면서, 기계체조 동작을 응용한 무용을 연출하였다. 2016년과 2017년 가장 왕성하게 전국 순회공연을 진행했던 왕재산예술단의 공연이라는 점에서 북한 대중문화의 현재를 확인하는 무대였다.

통일인문학연구단HK연구 전영선 교수(건국대)는 북한 대중문화는 ‘인민성’을 기본으로 점차 ‘대중성’을 더하고 있다. 남북 대중음악의 접점은 조금씩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라고 북한 대중문화에 대한 특성을 잔잔하고 소신 있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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