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유병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로 이어지는 올해 마지막 순방길에 나선다.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양측 고위급 회담이 교착 상태에 놓인 가운데, 문 대통령의 '조율 외교'가 어느 때보다도 힘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순방 기간 중으로 추진되는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 성사된다면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열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달 말로 예상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미뤄질 기미가 보이는 상황 속에서 순방길에 오르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은 전보다 무거워 보인다. 현 시점을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시간표가 흔들릴 수도 있는 중대 고비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 따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일정이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답방과 관련해 "(내년으로 예상되는) 북·미 2차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게 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데 효과적일지 여러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연내 답방을 기대하며 노력 중'이라던 청와대의 기존 메시지와는 결이 다른 내용으로, 북미 대화 교착에 따라 남북 간 일정에도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랐다.

순방 기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건 북미 대화 재개 여부를 가름하는 중대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G20 정상회의 계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개최를 미국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만약 북미 간 상황 변화 없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대북 경제 제재 완화'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로라도 밝힐지 여부가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북한은 통상 연말에 내년도 계획, 그러니까 신년사 작업에 들어간다. 내년도 신년사의 핵심 내용은 예상컨대 주민들 상대로 한 (경제) 비전제시일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정말 미국이 현재까지 공언한대로 검증을 통한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경제 제재 완화를 안한다고 하면 계산을 다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비핵화 최종단계가 아닌 중간단계에서라도 어떤 조건에 경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지를 미국이 명확히 해주면, 북한도 내년도 계획이 설 것"이라며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제재 관련 입장을 파악하고 대화 재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런만큼 "문 대통령의 부담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철도 연결을 위한 남북 공동조사'에 대해 미국을 주축으로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면제 조치를 내린 만큼, 이보다 더 나아간 경제 제재 완화 입장을 얻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순방 첫 일정으론 체코에 방문해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 수주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아르헨티나로 이동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이 기간 아르헨티나·네덜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과도 만날 계획이다.

◆27일(화)=문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늦은 오후 체코 프라하에 도착한다. 체코 방문은 아르헨티나로 향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 성격의 비공식 방문이다.

◆28일(수)=문 대통령은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와 회담을 갖는다. 양국 협력증진 및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다. 의제 중 하나는 원전 수주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원전 1~2기를 건설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와 가까운 체코 현지에 우리 원전의 강점을 알리는 것이 우선 목표다. 바비쉬 총리와 회담 후에는 현지 동포·기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늦은 오후 아르헨티나로 출발한다.

◆29일(목)=문 대통령은 29일 오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 그날 저녁 동포간담회를 진행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30일에서 다음달 1일까지 진행되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게 주 일정이다. 또 하나의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이 언제 진행될지 여부다. 한미는 G20을 계기로 한 정상회담 스케줄을 조율 중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종전선언 프로세스 등과 관련해 얘기를 나눌 게 유력하다.

◆30일(금)=G20 정상회의가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다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 비전, 전세계 디지털 공조, 자유무역 지지 등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각 세션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무역분쟁에 G20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다자무역의 필요성을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션이 끝난 다음에는 만찬이 계획돼 있다.

◆12월1일(토)=G20 정상회의 둘째 날에는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세션에서 문 대통령이 선두발언을 한다. G20 공동선언문에는 미중 갈등을 의식해 '보호무역주의 배격'이라는 문구대신 '규범에 기초한 다자무역'이라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별도로 아르헨티나·네덜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담은 현지 대통령궁에서 조찬을 겸해 진행된다. 네덜란드는 올해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의장국을 맡고 있다. 남아공은 내년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유럽 순방부터 강조해온 '유엔 외교'의 연장선에 있는 스케줄인 셈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신속하게 대북제재 해제 등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2일(일)=이날 늦은 오후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 대통령의 뉴질랜드 방문은 9년만"이라며 "양국 우호적 협력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과 우리 측 신남방정책-뉴질랜드의 신태평양정책 간 시너지를 낼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일(월)=문 대통령은 무명용사의 탑에 헌화를 하고 뉴질랜드 측의 공식환영식 및 공식오찬에 참석한다. 저녁에는 교포 간담회에 참석해 동포들을 격려한다.

◆4일(화)=국빈방문 마지막 날을 맞아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협력을 위한 방안을 주로 논의할 전망이다. 양국 공동 기자회견을 끝으로 문 대통령은 5박8일 순방 일정을 마치고 오클랜드를 출발, 서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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