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산=김현무 기자] 세월호 참사 1688일 째 안산시의 모습은?

1987년 나는 아무 걱정 없는 철부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다.

당시 부모님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 생면부지인 이 곳 안산에 정착해 고된 노동자의 삶을 사시며 우리 4남매를 키우시고 새로운 이웃을 사귀는 즐거움과 함께 안산의 발전을 지켜 보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엊그제 같은데 31년의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가 버렸다.

▲ 김현무 본지 기자

나는 어릴적부터 역사를 좋아했던 좋은 습관으로 안산의 유래가 궁금해 찾아보니 삼국시대를 거슬러 올라 고려 초기에 비로써 안산군(安山郡)의 이름을 갖게 됨을 알게됐다.

이후 조선시대를 거쳐 지난 1986년 1월 1일 안산시로 승격해 지금의 도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거의 도시 승격과 함께 시작한 30년이 넘는 안산의 생활 속에 나름 시의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산을 잘 안다고 생각하며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냈던 나.

하지만 요즘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확인하게 된게 불과 한 달도 채 되질 않는다는 사실에 부끄러움 마저든다.

그 계기는 얼마 전 4.16 기억교실에서 만난 신대광 원일중 역사 교사의 말 때문이다.

‘안산은 민중의 땅이다’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됐다.

신 교사는 민중은 항상 역사적으로 소외 받으며, 권력에 맞서 저항한 이들인데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 바로 안산이라는 사실에 마음 속 숙연함을 느꼈다.

더 나아가 해방 이후 한국전쟁으로 실향민과 섬진강 지역 수몰민들이 이 곳 안산에 대거 이주했다는 사실과 부천상이용사들이 현 화랑유원지에 살았던 것도 새삼 알게 됐다.

도시계획의 영향으로 주거지역과 공업단지로 분리되는 등 신흥공업도시로서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줬다는 것도.

운명의 2014년 4월 16일...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 안산시에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엄청난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 해 대한민국의 민낯 특히 언론의 민낯은 가히 추악하기 이를 때 없을 정도였다.

당시 언론 초년병에 가까웠던 내 자신에게 ‘정말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화랑유원지 내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으며 참사 희생자들에게 진실규명과 안전사회구축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방문록과 마음에 새기며 나름 함께 했던 기억이 여전하다.

어느덧 4년 7개월이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 지난 7월 안산에 민선 7기 윤화섭 시장의 간단한 취임식이 있던 날을 기억해 본다.

이날 ‘화랑지킴이’라는 단체와 20여 명의 시민이 나와 화랑유원지 내 4.16생명안전공원 조성 반대의 목소리에 내 귀가 번뜩이며 이내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런 가운데 윤화섭 시장 취임 152일 째인 오늘도 여전히 시와 시민 단체의 치열한 공방전은 숨가쁘게 이어가고 있었다.

세월호 관련 진행에 누구보다도 더 관심을 갖고 있던 나지만 이들도 역시 지난 7월부터 안산시청 앞 삼거리에서 연일 ‘화랑유원지 납골당 결사 반대’를 부르짖는 모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화랑지킴이 대표와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그들 생각이 다르다고 욕을 한다면 더욱 해결점은 멀어지기에 흔히들 말하는 대화와 소통이 정말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안산시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은 정부의 확고한 결단과 진행을 기대하며 올 연말까지는 4.16생명안전공원 추진위의 협의 결정이 나와 정부에 전달돼 내년에는 유가족과 시민이 원하는 공원조성을 희망한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이뿐 아니라 2주 전 4.16기억교실에서 만난 유가족의 한 어머니는 아이들이 2년간 다녔던 학교 교실을 그대로 존치하고, 참사의 기억을 잊지 않는 교육을 교육계에 요청했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교육계의 모습에 가슴 아파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더 큰 불행을 당해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까?

15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안산이 수많은 아픔과 고난을 헤쳐 왔을 것을 생각할 때 세월호 참사를 통해 역사의 교훈을 배워 마음을 모으고 서로를 먼저 배려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게 이렇게도 어려운가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민중의 땅에 살고 있는 우리가 성숙한 자세를 갖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진정한 참교육이 무엇일지 다가올 밝은 미래를 바란다면 나부터 깊은 성찰을 요구해 보련다.

이제 4.16 세월호생명안전공원 추진위원회가 위촉식을 갖고 막바지 조율을 위해 장고의 회의를 거친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 시민들의 마음을 전달해 내년에는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데 과연 다가올 미래는 서로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가슴이 뛴다.

내일은 단원고 내 4.16세월호참사 추모조형물 제막식이 있는 날이다.

여전히 참사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노라면 현장에서의 내 마음도 힘들 것 같다.

최소한 이 곳에서만큼은 정쟁이든 생각이 다르든 간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성찰해 보는 시간이 되길 진심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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