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을 비호하는 자유한국당의 제동걸기로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박용진 3법 없이, 현행법이 ‘그대로’ 진행될수록 한유총에 유리해진다. 내후년 총선이 가까워올수록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한유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지니.

자한당은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되 정부 지원금은 국가지원회계로, 학부모가 내는 교비는 일반회계로 나누어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반회계로 나뉜 것은, 교육 외의 목적에 돈을 써도 따로 감사도 처벌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사립유치원 측에서 학부모가 낸 교비로 명품백을 사든, 성인용품을 사들이든, 종교시설에 헌금하든, 아파트 관리비를 내도 횡령죄로 처벌이 불가능하단 것이다.

국민 80% 이상이 찬성하는 ‘박용진 3법’ 처리가 어려워진 것과 관련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교통방송 < 김어준의 뉴스공장 > 과의 인터뷰에서 “법이 좀 지연되거나 할 때를 대비해서 저희가 시행규칙을 저희 교육부 내 규칙을 개정하려고 한다. 예외규정에 들어가 있는 사립유치원과 관련된 조항을 삭제하면 모든 유치원에서 에듀파인을 사용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유 부총리는 “자체 규칙을 개정하면 되는데, 다만 그렇게 될 경우에는 만약에 이렇게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처벌조항이나 이런 것들은 법이 없으면 강제할 규정이 약하다. 재정지원이나 행정지도 등은 할 수 있지만, 처벌규정을 만드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토로했다.

▲ 각종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알려지며 전국의 수많은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목적으로 써야할 정부지원금을 명품백이나 성인용품 구매 등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그러나 박용진 3법 통과 없이는 이런 행위를 처벌할 수가 없다. ⓒ JTBC

교육부는 지난 6일 사립유치원 폐원 등을 감안해 내년까지 국공립유치원 1080개 학급을 더 만들어 2만 명을 더 국공립에 다니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증설 학급의 62%는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유치원이고, 사립유치원 매입을 포함한 단설이 약 30%다.

유 부총리는 이에 대해 “원래 저희가 계획했던 게 내년도에 500학급을 증설하는 것이었다”며 목표치가 2배가량 늘었음을 설명한 뒤, 재정에 대해선 “지방교육 재정 교부금이 있다. 그 교부금에서 지출할 예정이다. 교부금에서 우선적으로 이 유치원 관련 예산은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며 재정은 현재 부족하지 않음을 설명했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해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단호한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최근 한유총의 집단 폐원 압박, 한유총 서울지회장 폭행 논란, 정치권 불법 쪼개기 후원 등 3개의 위법사항을 비롯해, 현재 한유총을 이끌고 있으며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덕선 비대위원장의 자격 적절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법 사항이 발견될 시, 법인허가 취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대처에 유은혜 부총리는 “당연한 거다. 저희가 이 문제가 생겼을 때 교육당국도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고 그동안에 이런 일들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것을 통감했기 때문에, 이제야말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비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유총 등의 집단행동 때문에 뒤로 물러섰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번에야말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저희가 확실히 약속드린대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 유은혜 부총리는 이번 한유충의 비리행위 등에 대해 교육부 입장에서도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며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교육부

그는 “확실하게 하려면 오늘 좀 국회에서 법도 통과가 되고 저희도 그것에 따른 시행령이나 규칙들을 좀 신속하게 개정해서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이런 제도가 잘 안착돼서 현장의 학부모님들이 정말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어준 < 딴지일보 > 총수는 “당정청 모두 확고한 의지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거네요”라고 되물었고, 이에 유 부총리는 “물러설 데가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사립유치원의 온갖 비리 행태들이 드러난 이상, 이를 그동안 알면서도 제어하지 못한 교육부 입장에서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강조한 거라 할 수 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