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무 기자] 27일은, 제8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인 이명박 정권의 유산이라면서 이를 폐지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행사 주관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선 장관이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노동당은 이날 ‘전면 탈핵을 위한 시작은 이제부터’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 행사에 장관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노동당은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 “2009년 12월 27일, 미국산 쇠고기 반대 등으로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권은 20조 원 규모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을 대대적으로 알리며 반전을 노렸다”고 말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작년에 없앴던 유공자 훈·포장 및 대통령 표창을 되살린 게 작은 위안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리하여 12월 27일을 ‘원자력의 날’로 정하고, 2012년까지 원전 10기,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5000억 원의 R&D 자금 투입, 2500명의 UAE 투입인력을 위한 국제원자력전문대학원 조기 개교와 10개의 핵발전 특성화 대학을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념행사의 주제는 ‘에너지 전환과 미래를 준비하는 원자력’이었다.

계속해서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도 핵발전 수출정책에 더해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고, 막대한 적자가 예견되는 자원외교 명분의 해외투자까지 감행했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핵발전 수출과 자원외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에 이어 ‘에너지 전환’이란 키워드가 또 등장했다. 정부에서 말하는 에너지 전환의 골자는 ‘원자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다.

노동당은 수사를 촉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2011년 2월 언론을 통해 UAE에 28년간 100억 달러의 수출금융을 장기 지원한다는 이면계약 사실이 알려졌고, 당시 야당은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청정에너지 원자력이 잠재 오염원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상징한다.

이어 “취약한 금융 조달 능력은 이후 프로젝트 수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2013년 전후 터키와 베트남 입찰에서 일본에 밀렸다”면서 “여기에 그해 8월 핵발전 수출 리베이트로 8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원전부품 품질인증서 위변조 사건, UAE 수출계약 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과 미국승인 과정에서 원 설계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규제기관으로 상당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등 비리와 부실이 드러나면서 총체적인 사기극임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계속해 “최근 UAE 바라카 원전이 상당한 규모의 정비사업을 국제입찰로 띄웠다고 하고 핵발전 사업 시장의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싸지는 재생에너지와 점점 비싸지는 핵발전 원가의 장기적 변동성 등 대규모 핵발전 사업의 적자 폭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의 날 행사가 초라해진 건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청와대의 기본 인식 때문이라는 게 원자력계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 행사에서 ‘탈(脫)핵 국가’를 선언했다.

또 “탈핵한다면서 핵 수출하겠다는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권 시절의 자원 외교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없이 그 연장선에서 세일즈를 한다는 데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핵 수출을 당장 폐기하고 MB 정권 당시 핵 수출과 자원 외교의 진상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탈원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노동당은 ‘진정한 탈핵의 시작, 더는 미루지 말자!’면서 “최근 자유한국당과 수구 언론에서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신울진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탈핵 공약을 파기하고, 공론화라는 무책임한 수순으로 주춤거리는 사이 전 방위적인 핵산업계와 핵피아들은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한계와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공약이 지지를 받은 것은 역사적 시작을 한다는 데 있었다”면서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단 하나의 공약도 이행할 의지도 없음이 드러났다. 신고리 4·5·6호기와 신울진 1·2호기가 현 정부 내에 가동에 들어갈 것이며, 핵 수출을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국내 핵발전 정책의 확대는 뻔 한 수순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원안위에서 안전과 관련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떤 ‘안전 조치’도 핵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가 명백히 보여 주는 진실이다. 핵은 더 이상 인류와 공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선 원자력계 산·학·연 관계자가 모여 전혀 다른 성격의 기념행사를 치렀다. ‘탈원전 정책 수립과정의 위법성 진단 토론회’였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선택을 미루는 사이, 아니 핵 진흥정책의 편에 서는 사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우리 후대와 전 지구적인 위험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핵마피아들은 신울진 3·4호기에서 머물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핵발전소를 요구할 것이며, 온 국토는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으로 덮일 것이다. 아니 그 전에 핵발전 사고가 언제든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 위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우위를 확보한 데다 40년 넘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해온 원자력이 졸지에 적폐로 몰려 참담하다”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다른 나라처럼 법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동당은 이 같이 우려한 후 “핵발전과 핵무기가 다르지 않다. 우리 당은 현재의 평화체제를 위한 노력에도 역행하는 신고리 4호기를 비롯한 모든 신규핵발전소 백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아울러, 핵 진흥정책의 잔재인 원자력 안전과 진흥의 날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탈원전 반대 여론은 최근 7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높다. 탈원전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건 비단 원자력계의 염원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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