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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의 겨울, 그리고 함께하는 삶
  • 유병수 기자
  • 승인 2019.01.01 20:58
  • 수정 2019.01.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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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 오후 6시 퇴근시간을 맞아 사람들이 매서운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서울역 광장의 이른 아침, 시민들의 바쁜 발걸음 사이로 광장 구석 축 널브러진 이들이 눈에 띈다. 영하를 넘나드는 기온에도 종이상자와 신문지를 이불 삼아 버티는 노숙인들이다.

하지만 같은 서울 하늘아래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바로 기차역, 전철역을 집 삼아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노숙인이라고 부른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서울시의 노숙인 감소율은 3.2%. 올해 10억 원 이상 증액해 약 90억 원을 기록한 노숙인 일자리 예산이 무색해질 정도다. 국가에서는 노숙인들에게 노숙인 진료 시설과 급식 시설, 노숙인 자활·재활·요양 시설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제공하지만, 그 수도, 인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시립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서울역 광장의 북쪽 지하철 2번 출구 인근에 있는 서울시립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는 전국 주요 시·도에 설치된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중 하나로 노숙인 복지시설의 허브 임무를 수행한다.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의 이상은 사회복지사는 “노숙인들만을 위한 예산과 도시빈민층을 포함한 일자리 예산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노숙인 복지를 위한 예산이 풍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센터 내 인력 또한 야간엔 2~3사람이 150명을 관리하는 꼴”이라며 노숙인 복지시설 운영의 어려움을 밝혔다.

서울역, 영등포 역이라는 곳은 참 독특한 곳이다. 우선 다양한 부류의 많은 사람들의 집결지이다. 가족들의 추억여행 만들기로부터, 사랑하는 친구들을 멀리 떠나 보내야하는 이별의 장, 중요한 회사 업무차 출장을 떠나는 이까지 정말이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든다. 특히나 최근에 많은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한편 노숙인의 최소 생활 수준 보장을 목표로 하는 노숙인 복지시설이지만 그 역시도 노숙인들의 필요를 충족하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아직 대부분의 노숙인 복지시설과 응급대피소가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주거시설은 넓은 원룸 형태이다. 기자가 방문한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 역시 찜질방과 비슷한 구조의 공간에서 약 40명 이상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취침공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간신히 몸을 돌려 누울 정도의 이층침대가 개방된 공간에 빈틈없이 붙어 있어 중앙 통로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샤워실 역시 다수의 인원이 생활해야 하는 복지시설의 특성상 6인 정도의 인원이 함께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있음은 물론이었다. 이렇게 다수의 사람을 한 곳에 몰아넣는 주거방식은 노숙인들이 최소한의 사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형태의 공동체 생활은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을 겪는 대부분의 노숙인에게는 힘겨울 수 있는 규칙과 규율, 일정한 생활방식을 요구하기도 해 일부 노숙인의 경우 시설에 입소했지만 이러한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거리로 나서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그런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는 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대다수 시민들은 잘 모를 테지만, 서울시는 통상 500여명의 거리 노숙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나 겨울철은 노숙인 생활은 녹록치 않다. 추위는 곧 죽음일 수 있는 연유다. 바깥 외부보다야 낫다고 하나, 역사내에서 편안하게 잠을 잔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노숙의 주요 원인이 가정폭력 및 성폭력인 여성 노숙인의 경우 80~90%가 정신질환을 수반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해진다. 애초에 전국의 여성 노숙인 전용 시설이 12곳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서울에 집중돼 있어 여성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열린여성센터 측은 “거리의 여성 노숙인들은 스스로를 돌보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여성 노숙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소에 숨어 생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계자료가 제시되고 여성전용 노숙인 복지시설이 생긴 것은 15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남성 위주로 설계된 노숙인 지원시설에서 여성 노숙인들은 다시 한번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곳을 선호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먹거리가 해결된다. 주요역 주변에는 각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무료급식이 이뤄진다. 특히 서울역의 경우 서울시가 운영하는 ‘따스한 채움터’라는 무료급식소가 있다. 또한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머무를 수 있다. 사실 다 큰 성인 남자들이 마땅히 있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의심받기 십상이다. 같은 계층의 사람들과의 교류가 이뤄지는 것도 큰 이유가 된다.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의 이 복지사는 노숙인들을 위한 개인 공간 제공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1998년 IMF 발생 이후 대량으로 생겨난 노숙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정책의 기조가 단기 실적만을 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일자리 정책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취업과 안정된 사회생활은 단기간에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이뤄지기는 힘들다. 따라서 먼저 개인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일명 ‘하우징 퍼스트’ 정책이 노숙인들의 인권과 장기적인 노숙인 감소율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근 몇 년간 노숙인의 수가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같이 도시 빈곤층들에게 교육과 취업기회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사전에 제공한다면 노숙인이 거의 없는 수준까지도 도달할 것이라 이 복지사는 전망하기도 한다.

서울시립 양평쉼터 전경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허술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에는 노숙인 전담부서가 있을 정도다.  이들은 노숙인 숙소, 일자리, 의료, 주거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나 겨울철은 별도 특별대책을 수립하여 이들 보호에 나서고 있는데 거리에 대한 집중적인 상담실시는 물론 응급구호방 마련으로부터 임시주거지원 노숙인 쉼터 입소를 지원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많은 거리 노숙인들의 가정으로의 복귀를 희망한다. 노숙인들을 단순히 사회의 어두운 단면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상처받은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접근이 아닐까.

유병수 기자  ybj699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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