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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청탁' 의혹 서영교와 사법행정권 남용 양승태의 공통점과 차이점
  • 온라인뉴스 기자
  • 승인 2019.01.21 09:00
  • 수정 2019.01.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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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차이점부터 말해보자. 한 사람은 여성이고, 한 사람은 남성이다. 한 사람은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선출되지 않는 대법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한 사람은 개혁 세력이라고 불리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보수 정권에서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법조인이다. 한 사람은 사법개혁을 외쳤던 인물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법개혁 요구를 방어하는 위치에 있던 사람이다. 그 밖에도 두 사람 사이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차이점이 있다.

● 서영교와 양승태의 놀라운 공통점

놀라운 것은 서영교와 양승태,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검찰이 지난 15일 추가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서영교 의원은 임종헌 전 차장을 통해 재판부에 재판 청탁을 했다. 공소장 내용 일부를 직접 인용해보겠다.

"서영교 의원은 2014년 12월경 서울시 중랑구에 있는 행사장 등지에서,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의 0000을 맡고 당선 이후에는 0000을 수행하는 등 정치적으로 자신을 보좌하는 관계에 있는 A로부터 '제 아들인 B가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으니 법원에서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게 되자 도와주기로 마음먹고 그때부터 자신의 보좌관인 C로 하여금 수시로 강제추행미수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하게 하여 이를 보고 받았다.

그 후 서영교 의원은 2015년 5월 18일경 보좌관 C로부터 B가 피해자와 합의를 하였음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구속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국회 파견 근무 중이던 김 모 판사를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김 모 판사에게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B에 대하여 2015년 5월 21일 선고가 예정되어 있는데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 달라'는 취지로 요청하였다.

이에 김 모 판사는 2015년 5월 18일 17시 31분경 임종헌에게 '서영교 의원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서영교 의원은 피고인이 공연음란의 의도는 있었지만 강제추행의 의도는 없었고, 추행의 의사가 없었으니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입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서영교 의원으로부터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한 요청을 받았음을 보고하였다.

임종헌은 김 모 판사로부터 위와 같은 서영교 의원의 요청 내용을 보고받고, 당시 상고법원안 발의에 서명하였음에도 법안 통과에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던 서영교 의원을 설득하고 향후 사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법안 등에 대해 도움을 받기 위해 서영교 의원의 요청 내용을 강제추행미수 사건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여 요청 취지가 재판에 반영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임종헌은 청탁을 서울북부지방법원장에게 전달했고. 당시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은 이 사건을 맡은 판사에게 임종헌이 부탁한 내용을 다시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 판사는 부탁을 거절했다. 선고기일을 연기하지 않았고 죄명 역시 변경하지 않았다. 다만, 성범죄 관련 전과가 있는 강제추행미수 피고인에게 선고하는 형량으로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이상의 공소사실은 임종헌 전 차장의 첫 번째 공소장에 기술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된 재판 청탁 의혹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다만, 이 사건에는 서영교 의원이 아니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등장한다.

이 사건 관련 검찰의 공소사실은 너무나 길기 때문에 직접 인용은 하지 않겠다. 요약하면 이렇다.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잇달아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원심 확정을 미루고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다시 논의해달라고 청탁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에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던 청와대를 설득하고 향후 사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법안 등에 대해 도움을 받기 위해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고, 2016년 9월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을 외교부에 보내 청와대 요구대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방침이란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소부에서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지 않고) 소부에서 원심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 서영교 사건과 양승태 사건, 청탁 구조는 동일하다

서영교 사건과 양승태 사건, 두 사건의 구조를 보기 쉽게 간략히 도식화시키자면 다음과 같다.
(※ 검찰이 제기한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사실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 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실은 아님)

[서영교 의원 관련 사건 청탁 흐름도]
서영교 -> 국회 파견 판사 -> 법원행정처(차장) -> 해당 법원장 -> 담당 판사

[강제징용 소송 관련 사건 청탁 흐름도]
청와대 -> 법원행정처(처장) -> 해당 법원장(대법원장) -> 담당 판사(대법원 소부 주심 대법관)

서영교 사건에서 청탁자는 서영교, 전달자는 국회 파견 판사와 법원행정처 차장, 수신자는 해당 법원장(서울북부지방법원장)과 해당 판사다(지방법원 형사 단독 판사).

강제징용 사건에서 청탁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청와대, 전달자는 법원행정처장, 수신자는 해당 법원장(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해당 판사(당시 주심 대법관)다.

한눈에 봐도 두 사건의 구조가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서영교 사건은 사이즈가 매우 축소된, 미니 강제징용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중요도와 재판의 규모가 작을 뿐이지 '재판에 대한 권력자의 부당한 청탁'이라는 본질은 똑같다는 뜻이다. 특히,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영교 의원은 강제징용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맡은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 물론 법원행정처 자체가 대법원장의 비서 조직이기 때문에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청탁의 전달자이자 수신자 역할을 동시에 한다고 보고 있다. 즉,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도식에서는 서영교 사건과의 비교를 위해 역할 구분을 단순화시켰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들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 결과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조서 열람 과정을 포함해 4일 이상 검찰에 출석했지만 거의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서영교 의원은 국회 파견 판사를 만난 사실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민주당이 전했다.

● 같은 사법농단, 다른 반응 : 집권여당의 기준은 무엇인가?

하지만 역시 두 사람의 차이는 작지 않다. 특히 집권 세력인 민주당이 두 사람에 대해 180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김정현 대변인은 2019년 1월 11일 논평을 통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고개를 떨구고 들어가도 할 말이 없을 판"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은 지금이라도 사법농단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법적 처분을 기다리기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해선 "서 의원이 당과 사법개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수석부대표 및 관련 상임위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를 수용하였다."라고 밝혔을 뿐이다. 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에 대해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하지도, "법적 처분을 기다리"라고 선언하지도 않았다.

● 검찰의 판단에 쏠리는 시선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선 기소에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해놓은 상태다. 서영교 의원에 대해선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서 의원이 응하지 않았다며, 일단 서면조사만 해놓은 상태다. 검찰은 현재는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치인 등 재판개입 관련 법원 외부 인사에 대한 처벌 가능성 문제는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수사 이후 충분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부터 처리하고, 서영교 의원 등 정치인 문제는 나중에 결정하겠단 뜻이다.

서영교와 양승태, 두 사람에 대한 검찰의 태도는 과연 두 사람의 공통점이 될까, 아니면 차이점이 될까. 사법농단과 관련된 두 사람의 공통점에 검찰이 주목할지, 아니면 살아 있는 권력인 여당의 주요 정치인과 지난 정권이 임명했던 퇴임 대법원장이라는 차이점에 주목할지,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SBS 취재파일]

온라인뉴스 기자  onlinenew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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