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여명 서울시 의원이 자의적 편집과 심각한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항일음악330곡집>을 배포한 서울시교육청과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시민단체를 비난한 데 대해 민족문제연구소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 놓인 '친일인명사전'을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 2009.11.8 연합뉴스

22일 <친일인명사전> 발간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보도자료를 내고 "여명 서울시의원(자한당 비례대표)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연구소의 명예를 손상시켜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여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민·형사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여명 시의원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무맹랑한 억설이긴 하나, 이를 방치할 경우 사실 왜곡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보고 재발방지 차원에서 엄중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인 여명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은 운동권 역사단체의 재고떨이 기구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논평에서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과 <항일음악330곡집>을 맹비판했다.

또 "자의적 편집이 짙은 책으로 명확히 친일행위를 했어도 민주당 소속이라면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며 박정희를 명단에 올려놓는 심각한 정치적 편향성 등을 주장했다. 이 연구소가 펴낸 <항일음악330곡집>(2017)에는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가 수록돼있다고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연구소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명예를 훼손한 여명 의원에 대해 민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더불어, 연구소에 일체의 취재나 확인도 없이 여명 의원의 보도자료를 일방적으로 전재하다시피 보도한 극우 인터넷 언론들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는 물론 법적 조치까지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명 시의원은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직속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에서 '연구소가 제시한 증거는 신빙성이 없기 때문에 박정희의 친일 행각을 밝힐 수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박정희 대통령을 명단에 올려놨다든지 하는 심각한 정치편향성"이라며 "친일인명사전을 근거로 우리 아이들이 '박정희는 친일파 명단에 올라있던데요?' 하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5년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여 의원이 주장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시한 증거는 신빙성이 없기 때문에 박정희의 친일 행각을 밝힐 수 없다'고 한 적이 없다는 게 팩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당시 박정희를 보고서에 바로 수록하지 못한 것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박정희의 만주군관학교 지원 혈서와 일본군 예비역 소위임을 입증하는 군인계 등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박정희의 대일본 충성 '혈서'는 2009년에 그에 관련한 기사가 발견됐다. 일본 국회도서관에 있던 <만주신문> 1939년 3월31일자에 박정희의 만주군관학교 지원 혈서가 실려 있던 것이다. 2005년 당시에는 이같은 자료가 발굴되지 못했었다.
박정희 혈서'를 실은 만주신문 1939년 3월 31일자. 지난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서 박정희를 친일파로 분류한 근거로 삼고 있다. 소위 임관 당시의 박정희의 모습.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임선화 민족문제연구소 법무 담당자는 “친일인명사전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여러 단계의 심의 검증을 거쳐 편찬됐고, 수록 내용에 대해 일일이 문헌상 출처를 제시하고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 제기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 등 수십차례 소송에서 재판부가 일관되게 친일인명사전의 공정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임 담당자는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가 무슨 노래를 말하는지 모르겠고, 이 책에 편향적 이념을 찬양한 노래는 없다”고 말했다.

박정희 혈서 조작 허위 사실 유포로 강용석, 정미홍 명예훼손 벌금형까지 받아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멸사봉공, 견마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 - 박정희 -

박정희의 '일본인으로서 죽음으로 이 한 몸 바치겠다'는 충성 혈서가 일본 국회도서관에 보관된 <만주신문>에 수록되어 있다. 박정희 혈서를 조작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강용석 변호사와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일간베스트' 회원 등이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지난 2017년에 선고받았다. 지금에 와서 새삼 논란이 될 거리가 아니다.

2017년 1월 31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이기택)는 강용석 변호사 등 3인에 대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강용석 변호사 등의 상고를 기각하며 강용석 변호사에게 500만 원, 정미홍 전 아나운서와 ‘일간베스트’ 회원 강모 씨에게 각각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강용석 변호사 등 3인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에 게재한 박정희의 혈서가 조작 및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는 명백한 사실을 거짓 선동하고 있다며 2014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박정희 혈서는 민족문제연구소에 보관하고 있는 만주신문 1939년 3월 31일 자를 근거로 삼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09년 11월 친일인명사전에 그 내용을 담았다. <만주신문>에는 만주국 군관으로 자원한 박정희의 혈서를 소개하면서 천황폐하에 충성을 다짐한다고 소개하며 일제 제국주의의 위대함을 미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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