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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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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삶
  • 김덕권
  • 승인 2019.03.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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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삶

누구나 늙음은 처음 가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 볼 때도 많습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요즘 제가 먹는 것이 시원치 않습니다. 끼니마다 먹는 밥이 겨우 반 공기 정도입니다. 거기에다가 매운 것만 입에 들어가면 온통 기침이 튀어나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매워도 못 먹고, 시어도 못 먹고, 짜도, 달아도 먹을 수 없으니 집사람 보기가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닙니다. 또 그 투정을 견뎌주는 아내에게 미안하기가 그지없지요.

늙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이제 몸의 한계가 와서일까요? 거기에다가 언제나 배가 더부룩합니다. 무슨 고장이 난 것은 아닐까요? 오래 전에 저의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대장암은 유전이라는데 아마 저도 이미 때가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노년(老年)은 새로 전개(展開)되는 제3의 삶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나이와 화해(和解)를 배우며, 불편(不便)과 소외(疏外)에 적응하고, 감사생활과 사랑에 익숙해지는 수행에 열심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그런대로 인생을 잘 살아왔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이렇게 노년이라는 제3의 삶을 아름답게 살기위해서 힘과 여유(餘裕)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정열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노년에게 주어진 제3의 삶을 사랑과 감사로 막을 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노년은 새로운 삶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노년은 황혼(黃昏)처럼 사무치고 곱고 야무지고 아름답습니다. 누가 노년을 추하다고 하겠습니까? 서녘하늘에 불타오르는 낙조(落照)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곧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저녁하늘도 마땅히 아름다워야 하지 않는가요? 황혼은 아름답습니다. 우리 인생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위대한 교향곡(交響曲)의 마지막 악장(樂章)처럼 장려(壯麗)하게 휘나레를 장식하기위한 혼신(渾身)의 노력으로 몸과 마음 다 태우는 열정(熱情)으로 살다가 떠나가면 좋겠습니다.

노년은 누구에게나 모범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는 나이입니다. 노인은 언제, 어디서나 세상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獻身)할 수 있습니다. 노인은 그냥 무기력하게 스러지면 안 됩니다. 마지막 성취(成就)와 결실을 향한 장엄한 팡파르를 울릴 때인 것입니다.

우리가 어쩌다 혼자가 된다 해도 고독(孤獨)과 싸우지 말고 고독과 어깨동무하고 즐기며 사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추(醜)하고 치사(恥事)하게 보이면 안 됩니다. 수행을 통해 내생을 준비하며, 돌부처처럼 묵묵하고 진중(鎭重)하게 살아야 합니다. 자신을 갈고 닦으면 권위(權威)와 인품도 저절로 생기고 어느 누구에게서나 존경받는 원로(元老)가 되는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지팡이가 없으면 걸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무명초(無明草)라고 하는 머리칼도 시원하게 밀어버렸습니다. 사시사철 한복 한 벌에다가 흰 운동화 그리고 중절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老慾)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거리다가 찾은 것이 덕화만발입니다.

이젠 덕화만발 가족들이 저에게는 무척 애틋하고 절실합니다. 또한 덕화만발 가족들이 이렇게 그리울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은 우리입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 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보다 아름다운 황혼 길을 아름다이 아름다이 걸어가고 싶습니다.

첫째, 건강에 안달하지 않습니다.

넉넉하고 윤택하지 않아도 삶이 그윽하고 만족스러워 무엇을 먹어도 무엇을 입어도 어디에 살아도 즐겁게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고마워하며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죽음의 보따리를 쌓아야 합니다.

언제 삶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흐트러지지 않게 정리하해야 남의 존경을 받습니다.

셋째,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욕심은 끝내 충족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채우는 것보다 욕심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삶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넷째, 자랑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를 애써 돋보이려고 하는 것은 자기 확신이 없고 속이 텅 빈 사람입니다. 늙음을 초조하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추하고 딱한 모습인가 하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다섯째, 항상 중도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들리지 않던 것도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것이 노인입니다. 큰 소리가 반드시 옳은 소리가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침묵 속에서 그 침묵의 소리를 듣고 중도를 잃으면 안 됩니다.

여섯째,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바위가 이야기하는 것도 들리고 꽃의 숨소리도 들리는 노인이 되어야 합니다. 늙음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그래서 마침내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며 잔잔한 평화가 서서히 마음을 적셔오는 것을 온몸으로 들을 수 있는 노인이 되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러다가 모든 사람, 모든 것, 그래서 자신의 삶 자체를 스스로 ‘사랑했노라’ 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년은 또 하나의 삶입니다. 이 여섯 가지로 살면 우리의 노년이 얼마나 아름다울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3월 2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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