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
지난 4월 8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한 항공의 조양호 회장이 향년(享年) 70세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입니다. 놀라움이 지나자 조회장의 완전한 해탈천도를 기원하는 심고(心告)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공과(功過)가 있겠지만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운 공로가 생각나서였습니다.

조금 있자니 덕화만발 가족들의 ‘카톡’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대개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거나, 아니면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또는 ‘자살’이 아니겠냐는 짧은 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줄 올렸습니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고요.

회자정리는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뜻이고, 공수래공수거는 ‘세상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인생무상은 ‘사람의 일생이 덧없이 흘러감을 두고 이르는 말이지요. 조양호 회장은 1949년 3월 인천에서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인물입니다. 그러나 부친이 세운 한진그룹 전체를 맡지는 못했습니다. 조 회장이 그룹의 주도권을 잡는 과정에서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한진가(家) ‘왕자의 난’이라고도 불리는 이 다툼에서 한진그룹은 차남 조남호의 한진중공업, 3남 조수호의 한진해운, 4남 조정호의 메리츠금융으로 나뉘었습니다.

또한 조양호 회장 말년에는 가족들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2018년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갑질’로 한진가가 질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조회장의 부인 이명희의 갑 질 논란은 온 세상을 놀라게 했고, 조 회장도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결국 이런 사건이 연이어 터져서인지, 지난 3월 말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은 주주의 반대로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조 회장은 40년 넘는 세월을 항공업계에 몸담으며 1970~1980년대 오일쇼크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숱한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대한항공 창사 50주년인 올해 글로벌 항공업계 최대 행사인 IATA 총회를 서울에 개최하는데 성공했으나 행사 개최 2개월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야말로 ‘인생무상’이 아닌가요? 고작 70살 밖에 못사는 인생에 그리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욕을 버리지 못했으니 수신(修身)도 잘 못한 것 같고, 처자식과 형제들 간에도 불화가 깊었으니 제가(濟家)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승려 일연(一然)의《삼국유사(三國遺史)》에 나오는 설화(說話) 하나가 있습니다. 어느 날, 신라 고승 원효대사에게 친구인 사복(蛇腹)이 찾아왔습니다. 사복은 원효스님에게 집에서 오래 기르던 ‘암소’가 간밤에 죽었으니 장사(葬事)를 도와달라고 합니다. 스님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서 곧 사복의 집으로 갔지요.

바로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를 함께 장사지내고 스님이 축원을 하자, 사복이 뭘 그렇게 말이 기냐고 타박을 합니다. 사복이 딱 두 줄로 말을 줄입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 모든 생명은 반드시 죽음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마친 사복이 순식간에 땅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불가(佛家)의 가르침에『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體皆苦)』라는 세 개의 법칙이 있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요약한 진리요 가르침의 핵심을 짚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우주만유를 관통하는 불가의 ‘삼법칙'(三法則)’이라고들 합니다.

세상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존재는 없습니다. 무상(無常)입니다. 모든 존재는 인연(因緣)으로 생겨난 것이므로 자아(自我)라고 내세울만한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상(相)이 없다는 것이지요. 즉, 객관적 대상이라는 게 사실은 다 허상(虛相)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제법무아입니다. 사람들이 이 무상과 무아를 깨닫지 못하는 데서 모든 고통과 고뇌가 따른다는 것이 일체개고입니다.

사복이 원효대사와의 장례 대화에서 이 가르침을 스스로 깨달았다면 어쩌면 원효보다 한 수 위가 아닐까요?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는 것은 없습니다. 생(生)의 마지막 앞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모아들인 부(富)가 산해(山海)처럼 많고, 쌓아올린 명예나 지위가 하늘만큼 높아도, 생의 마지막에 동행할 수는 없습니다. 단 하나도 가져갈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오직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평생 지은 공덕(功德)이요, 평생 닦은 마음의 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무상, 무아, 자비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가치요, 우리의 마지막 길에도 함께하는 벗일 것입니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쌓고 갈 것인가요?

첫째는 공덕입니다.

재물을 끌어 모으려고만 하지 말고, 이루어 놓은 부(富)를 세상을 위해 널리 펴는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 같이 재물이 있는 사람은 재물로, 재물이 없는 사람은 이 건강한 몸으로, 몸도 약한 사람은 마음으로라도 세상이 잘 되라고 빌어주는 것입니다.

둘째는 삼학수행입니다.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 이 세 가지 공부가 삼학(三學)입니다. 이 삼학수행을 닦으면 삼대력(三大力)이 생깁니다. 이 삼대력을 높이 쌓은 사람을 불보살(佛菩薩)이라고 합니다. 이런 불보살이야 말로 인생을 해탈(解脫)고 열반(涅槃)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힘’의 소유자인 것입니다.

‘재⦁색⦁명⦁리(財色名利)!’ 이것 다 허망한 것입니다. 우리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죽음에서 보듯이 인생무상을 깨닫고, ‘평생지은공덕’과 ‘평생 닦은 마음의 힘’을 길러 영생을 잘 살아가면 어떨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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