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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禁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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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禁忌)
  • 김덕권
  • 승인 2019.05.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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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禁忌)
금기(禁忌, taboo)란 무엇일까요? 마음에 꺼려서 싫어하거나 금함 또는 어떤 사회에서 부정(不淨)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접촉을 신앙적인 차원에서 금하는 풍습을 말합니다. 금기는 사회적으로 전승되면서 그 사회 속에 깊이 뿌리내려 일종의 속신(俗信)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기가 끈질기게 전승되는 이유는 금기를 범하면 해당 신령(神靈)의 노여움을 사 벌을 받거나 재앙을 받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금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삼국유사》<고조선조>에 보입니다. 금기에는 행동이나 표시로써 하는 것과 말로써 하는 것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신성한 제의(祭儀) 공간에 황토를 뿌리고 금줄을 쳐 사람의 출입을 막는 것이나, 해산 후 같은 표시를 하는 것, 역귀(疫鬼)나 잡귀(雜鬼)가 들어오지 못하게 대문 위에 가시나무나 엄나무를 달아놓는 것 등은 행동하는 금기에 속합니다. 한편 ‘밥 먹고 금방 누우면 소가 된다’, ‘해가 진 뒤에 전곡(錢穀)을 내보내면 복이 나가 가난해진다’는 등의 속신은 말로 하는 금기에 속하는 것입니다.

또 현대에서도 넉 ‘사(四)’가 죽을 ‘사(死)’와 음(音)이 같다고 하여 건물에 4층 표시를 하지 않는 속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두려움의 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피하는 말이나 행위를 가리키는 금기는 어디서나 발견되는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지요.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나오는 금기에 관한 얘기가 있습니다. 세종대의 신숙주(申叔舟)는 통신사로 일본에 갔다가 돌아오던 배 안에서 폭풍을 만납니다. 배에는 일본의 포로가 되었다가 함께 귀환하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들 중에 임신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뱃사람들은 일제히 “임신한 여자는 물길에서 꺼립니다. 물에 던져 재앙을 면해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신숙주는 “사람을 죽여 삶을 구하는 것은 나로서는 차마 못할 짓”이라고 하며, 몸으로 임산부를 가로막으며 뱃사람을 설득합니다. 얼마 뒤 태풍이 잠잠해져 배가 순항했습니다.

이렇게 금기에는 공동체 구성원의 아픔과 기억을 공유하는 기능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동체엔 ‘해서는 안 될 짓’이 있습니다. 며칠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국회의 ‘패스트트랙’ 법안이 마침내 4월 30일 새벽 각 위원회에서 통과가 되었습니다.

패스트트랙은 신속처리 법안을 말합니다. 국회에서 중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특별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한 법적 절차입니다. 사안이 긴급하고 중요한데도 국회에서 통과가 지연될 경우,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법>에서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의 처리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경우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의 독자적인 법안 처리가 쉽게 가능할 수 있으므로 법안 통과의 요건이 일반적인 의결보다 높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초유의 폭력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몸싸움, 고성(高聲)은 물론 망치와 쇠 지렛대까지 등장했습니다. 국회에서 이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한 건 2011년 한⦁미 FTA를 두고 의원 간 충돌이 벌어진 이후 8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동물국회를 막자고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금기를 깨뜨린 것이지요. 그럼 이 금기를 깨트릴 정도의 패스트트랙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요?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선거제 개편안입니다.

의석 300석을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늘리고, 배분 방식은 50% 권역별 연동형으로 하자는 내용입니다.

둘째,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처(공수처) 설치법 안입니다.

검찰이 독점해 온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 권 일부, 공소유지권을 독립 기관인 공수처에 주자는 내용입니다.

셋째, 검⦁경수사권 조정안입니다.

경찰에 1차 수사권⦁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하자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3개 사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에 합의하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며, 지난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실에 항의 방문했고, 25일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회의가 열릴 수 있는 세 곳을 점거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럼 자유한국당은 왜 이 패스트트랙을 금기를 깨트리면서 까지 반대하는 것일까요? 자유한국당은 무엇보다 선거제 개편안이 자유한국당에 불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결국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 시동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이 투표한 대로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소수당에 유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국회가 거대 양당 체제보다 다당제로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자유한국당의 의석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발과 여야4당의 엇갈린 이해에 따라 향후 논의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대 330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됩니다. 그러나 어쨌든 통과야 하겠지만 선거제 문제에 있어선 향후 불리하단 계산이 서는 당이나 정파의 반대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금기에는 벌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금기를 깨트린 정당이나 단체는 반드시 국민의 지지를 잃어 엄청난 과보(果報)를 받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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