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 포스텉 /(제공=미지애시어터)
'만선' 포스텉 /(제공=미지애시어터)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희극적인 일상, 비극적인 현실에서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설 시간이 되길 바라는 휴먼가족극 <만선>이 지난 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대학로 극장동국에서 지난 공연보다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며 쓸쓸한 우리의 삶을 위로해 주러 다시 찾아왔다.

해 뜨는 동해에 떠 있는 통통배 한 척. 배 위엔 한 가족이 밧줄에 묶여 서로 이어져 있다.

이 수상한 가족은 아들의 비리가 발각되자 죽을 결심을 하게 된다. 드넓은 바다에 몸을 던지고자 배까지 훔쳐 타고 바다로 나오지만, 비장한 각오와는 다르게 유치한 사움에 종질까지 하며 시간만 보낼 뿐 도무지 죽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설상가장, 최후의 만찬으로 먹은 회 때문에 단체로 배탈에 시달린다. 크고 작은 소동도 아들의 유서와 함께 막을 내리고, 최후의 순간에 이들은 그 동안의 속내를 서로에게 터놓기 시작하는데…….

세상이란 망망대해 위에 내던져진, 위태롭게 떠 있는 가족이란 이름의 낡은 배 한 척. 그 안에서 오늘도 살기 위해 죽자고 싸우며 만선을 꿈꾸는 그들. 과연 그들의 운명은…….

힘든 현실 속에서 결국 동반자살을 선택한 가족 일행은 통통배를 훔쳐 망망대해로 나섰지만, 최후의 순간에도 사소한 것에 치고 박고 울고 웃는 가족들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이 희극적인 순간에 하나 둘씩 드러나는 그들의 상처들, 그리고 그 상처를 아프게 만드는 그들의 현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만선' 공연사진 /제공=미지애씨어터
'만선' 공연사진_어미(지미리), 노인(손인찬) /제공=미지애씨어터
'만선' 공연사진 /제공=미지애씨어터
'만선' 공연사진_아비(오세철), 노인(정상훈), 아들(김범), 어미(지미리) /제공=미지애씨어터
'만선' 공연사진 /제공=미지애씨어터
'만선' 공연사진_아비(오세철) /제공=미지애씨어터
'만선' 공연사진 /제공=미지애씨어터
'만선' 공연사진_딸(이진주) /제공=미지애씨어터

제32회 서울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 연출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원 작가의 ‘만선’을 원작으로 ‘괜찮냐’, ‘귀향’, ‘황야의 물고기’ 등을 연출했던 배우 겸 연출 정상훈이 연출을 맡았다. 치매로 자주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노인 역은 손인찬 배우와 정상훈 배우가, 튼튼한 의족을 차고 가족들에게 거듭 없이 발길질하는 아비 역은 오세철 배우와 최영준 배우가, 가족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어미 역은 지미리 배우와 이선 배우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비리경찰로 거듭난 아들 역은 안두호 배우와 김범 배우가, 방에 처박혀 음악과 책에 빠져 지내던 지체장애자 딸 역은 이진주 배우, 김지수 배우, 노지수 배우가 맡아 배역마다 다른 색깔과 서로 다른 하모니로 여러 가지 느낌의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우린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 누군가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미지의 세상에는 사랑이 가득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삶에 그리고 연극에 다가가고자 모인 이들이 함께 만든 극단이 ‘미지愛시어터’가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연극 <만선> 속 그들의 삶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마주하는 누군가는 배터지게 웃고, 눈물샘에 홍수가 나고, 답답한 현실에 화도 내고, 먹먹한 마음에 멍을 때릴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에게 잠시 멈춰서는 시간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설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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