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기(屈起)라는 말은 몸을 일으킨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보잘 것 없는 신분이었다가 성공하여 이름을 떨치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하심(下心)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입니다.

굴기 하심

굴기와 하심

굴기하심(屈己下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굴기(屈起)라는 말은 몸을 일으킨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보잘 것 없는 신분이었다가 성공하여 이름을 떨치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하심(下心)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서든지 한 경지에 이르고 보면 더욱 하심하지 않으면 화를 불러 오기 십상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잘난 체 하지 않고 늘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겸손해 하면서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높여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제가 스스로 높은 체하는 사람은 반드시 낮아지고, 항상 남을 이기기로만 주장하는 사람은 반드시 지게 되느니라.」하셨습니다. 이 법문(法門)의 핵심은 교만과 겸손의 결과입니다.

첫째, 제가 스스로 높은 체하는 사람은 반드시 낮아지는 진리입니다.

내가 높다는 생각으로 교만하면 결국 떨어집니다. 공덕을 쌓아 놓고도 공덕을 쌓았다는 상(相)에 집착하면 그 공덕마자 사라집니다. 그리고 정당한 도로써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것은 좋지만, 이 또한 높다는 상에 집착하면 그 높은 지위에서 추락하기 마련이지요.

둘째, 남을 이기기로만 주장하는 사람은 반드시 지게 되는 진리입니다.

기운과 기운이 상통(相通)합니다. 내가 상대방을 이겨야겠다고 하면 상대방 또한 나를 이겨야겠다는 기운이 생겨나 서로 대질리게 됩니다. 강한 것은 언제인가는 부서집니다. 하지만 물은 구부러지거나 부러지지 않습니다. 이는 부드러움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임을 나타냅니다.

주역(周易)에도「굴기하심으로 나를 낮추어 마음을 겸손히 하면 남들이 존경하게 되고, 굴기상심으로 나를 높이려 한다면 남들은 오히려 무시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항상 어눌한 듯, 부족한 듯, 겸양의 도를 통해 자기 자신의 교만함을 극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일원상의 둥근 진리처럼 나를 낮추고 살아가다보면 상대방과도 척(慽)을 지지 않을 것이며 상생(相生)의 인연을 맺게 될 것입니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를 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孟思誠 : 1360~1438)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무명 산사(山寺)를 찾아가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산사 스님은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찻잔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계속하여 차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십니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틀에 세게 이마를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인간관계에 있어 마음이 아픈 것은 대부분의 이기려는 마음으로 해서 생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도 부족하면서 다른 사람의 부족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하는 것 아닐까요? 나도 부족하면서 다른 사람의 실수와 잘못을 용납하지 못하고, 그 사람을 질책하고 단죄하면 결국 그 사람과의 관계도 무너지기 십상입니다.

제가 요즘 하심을 제대로 못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꾸중을 들었을 것입니다. 굴기 했으면 반드시 하심을 해야 합니다. 마음에 교만심이 많으면 천한 과보에 떨어지는 만고의 진리를 왜 사람들은 모르는 것일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11월 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