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생각나지 않으세요?

‘안녕 후쿠시마’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CAST_메탈리스트 무진(이갑선), 바리스타(김결), 메탈리스트 형석(최영도), 나츠미(강유미), 여자(표혜미), 민수(김기훈)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추운 겨울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따스한 커피향 같은 이야기 <안녕 후쿠시마>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에 이어, 지난 19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앵콜 공연을 이어가며 관객들에게 잔잔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서 커피숍을 운영해 오던 바리스타. 어느 날 아내와 흡사한 여자가 찾아와 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엄마와 남동생을 잃고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 일본관광객, 그녀는 사라져버린 엄마가 배용준의 팬이었다는 것을 알고 한국으로 들어와 배용준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편, 후쿠시마에서 카페를 열었던 바리스타의 일본인 친구는 어린 시절 자신이 가지고 놀던 농구공이 쓰나미에 휩쓸려 알래스카까지 떠내려갔다는 뉴스를 듣고 농구공을 찾으러 알래스카로 떠났다가 연락이 두절된다.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바리스타(김결) | 극장에 들어서면 따스한 커피향이 가득한 예쁜 무대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커피가 한 잔 생각나는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까지 무대 위 테이블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관객들의 시선은 덤!!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바리스타(김결) | 극장에 들어서면 따스한 커피향이 가득한 예쁜 무대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커피가 한 잔 생각나는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까지 무대 위 테이블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관객들의 시선은 덤!!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바리스타(김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바리스타(김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여자(표혜미) | 공연 시작 전부터 테이블 위에서 냅킨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그녀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여자(표혜미) | 공연 시작 전부터 테이블 위에서 냅킨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그녀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바리스타(김동현) /ⓒ이강물(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바리스타(김동현) /ⓒ이강물(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나츠미(강유미), 바리스타(김동현) /ⓒ이강물(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나츠미(강유미), 바리스타(김동현) /ⓒ이강물(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 /ⓒ이강물(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무진(이갑선), 형석(최영도), 바리스타(김동현), 나츠미(강유미) /ⓒ이강물(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 /ⓒ이강물(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_바리스타(김결) | 농구공을 찾으러 간 친구...돌아오겠죠? 언젠가는?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 /ⓒ이강물(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공연사진 |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그녀는...자전거를 찾으러 다시 돌아오겠죠?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커튼콜 사진_민수(김기훈)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커튼콜 사진_민수(김기훈)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커튼콜 사진_나츠미(강유미)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커튼콜 사진_나츠미(강유미) /ⓒAejin Kwoun

대재앙의 트라우마에서 일본과 한국의 젊은 세대가 함께 나누는 아픔과 치유의 이야기 <안녕 후쿠시마>는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 이후 여전히 끝날 길이 보이지 않는, 인간이 만들어낸 대재앙 속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그 대재앙과 맞서야 하고 어떻게 삶의 의지를 다지며 구원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를 찾아나가는 작품이다. 더 이상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는 일본의 젊은이들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대하고 소통하며 따뜻하게 서로를 치유해 나갈 것인지를 커피를 매개체로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

이번 작품은 극단 명작옥수수밭을 이끌고 있는 최원종 연출과 이시원 작가 겸 연출가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올해 다시 돌아와 깊은 위로를 전해준 “헤비메탈 걸스”의 변함없는 최고의 콤비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김동현 배우와 김결 배우가 이번에도 <안녕 후쿠시마>의 주인공 바리스타로 분해 관객들에게 또 한 번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일본인 나츠미 역을 맡은 강유미 배우는 실제 제일교포 3세로,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의 친구들을 걱정하며 보낸 시간과 경험들을 오롯이 이 작품에 담아내며 진한 슬픔을 안겨준다. 연극 “세기의 사나이”로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이갑선 배우와 최영도 배우 그리고 이창민 배우와 박석원 배우가 메탈리스트 쌍둥이 형제로 나와 찰떡 호흡으로 만담과도 같은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매일매일이 괴로운 ‘여자’역은 걸크러쉬 나인뮤지스의 ‘혜미’가 표혜미 배우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대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기훈 배우는 민수 역으로 다시 한 번 말간 얼굴로 울컥할 수밖에 없는 공감 가득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 MINI INTERVIEW -

1. 2011년 3월,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로 인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6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 처음 만났던, 2019년 달력이 끝나갈 때 다시 만나는 작품 <안녕, 후쿠시마>는 애잔함과 따스함이 더 진해진 듯합니다. 아직까지 해결되어야 할 여러 문제들과는 별개로, 아픈 영혼들끼리 서로를 그저 지켜봐주고 다독여주는 이야기는 작품을 보고 극장을 나선 뒤에 잔상이 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국가에 소속된 개개인들이 국가의 의무와 책임과 별개일 수는 없겠지만, 개개인에게 국가적 책임으로서의 큰 짐을 오롯이 지울 순 없다 여깁니다. 하나의 큰 사고와 여러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오히려 작은 것 하나하나 조심스러웠을 듯 합니다. 희곡을 쓰고 무대화하며 어떤 점들에 더 심혈을 기울여 작업을 진행했을지 듣고 싶습니다.

・최원종 연출

2011년에 동일본대지진과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원전사고가 수습되지 않으면, 일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전혀 새로운 삶의 변화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제게는 너무나 막막하고 커다란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곳에서 평화로웠던 일상을 살았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후쿠시마를 기억해야 합니다. 어쩌면 10만년 혹은 100만년, 인간의 삶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 그 시간을 견디어야 하는 삶. 그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그 거대한 재난 속에서 수습이 불가능해 보이는 후쿠시마만 떠올립니다. 고향과 가족을 한순간에 잃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2011년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다루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상실감과 고통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2. 3년 만에 다시 만났을 배우님들의 호흡들이 참 좋았기에 그 따스함이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해진 듯 합니다.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공연을 해오며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안녕 후쿠시마’ 최원종 연출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최원종 연출 /ⓒAejin Kwoun

・최원종 연출

감당할 수 없는 너무나 큰 재난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안녕 후쿠시마’ 바리스타 역 김동현 배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바리스타 역 김동현 배우 /ⓒAejin Kwoun

・바리스타 역 김동현 배우

자신의 인생을 곱게 포장하면 특별해질 듯 평범해지고, 솔직해지면 평범한 듯 특별해지는 것 같습니다.

‘안녕 후쿠시마’ 바리스타 역 김결 배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바리스타 역 김결 배우 /ⓒAejin Kwoun

・바리스타 역 김결 배우

이 대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이 대사를 할 때 가장 슬퍼서, 대사하기 가장 힘든 순간이기에 기억에 남습니다. 이미 떠나보낸 아내를 두고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말한다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인 듯 하여서...

‘안녕 후쿠시마’ 나츠미 역 강유미 배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나츠미 역 강유미 배우 /ⓒAejin Kwoun

・나츠미 역 강유미 배우

언뜻 들으면 엉뚱한 말인데 후쿠시마 출신 나츠미에게는 여러 의미와 소원이 내재되어 있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분들도 피식 웃다가 나중에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대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내 대사가 아니지만 바리스타의 "인생은 먼지 같은 거다" 이 대사는 정말 명대사라 꼽고 싶습니다.

‘안녕 후쿠시마’ 민수 역 김기훈 배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민수 역 김기훈 배우 /ⓒAejin Kwoun

・민수 역 김기훈 배우

취업과 사랑에서 절망을 느끼고 있는 민수가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게 해준 대사이며, 개인적으로 모든 건 ‘그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이 지나면 돌아오지 않으니,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어 좋아합니다.

‘안녕 후쿠시마’ 메탈리스트 무진 역 이갑선 배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메탈리스트 무진 역 이갑선 배우 /ⓒAejin Kwoun

・메탈리스트 무진 역 이갑선 배우

콕! 집어 말하기보다...각박한 세상 속에서 사람 냄새나는 작품의 대화들...그자체로 충분히 따뜻합니다!!!

‘안녕 후쿠시마’ 메탈리스트 형석 역 최영도 배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메탈리스트 형석 역 최영도 배우 /ⓒAejin Kwoun

・메탈리스트 형석 역 최영도 배우

주인공의 대사인데 살다보니 인생이 먼지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사유를 하게 되는 대사라 인상 깊게 남습니다.

'안녕 후쿠시마' 여자 역 표혜미 배우  /ⓒAejin Kwoun
'안녕 후쿠시마' 여자 역 표혜미 배우 /ⓒAejin Kwoun

・여자 역 표혜미 배우

마지막 독백 대사에서 계속 툴툴 거리고 진상만 부리며 좋아하는 마음을 티도 못 내던 여자가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합니다. 물론 바로...깨갱하며 꼬리를 내리긴 하지만요...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은 것 같습니다.

3.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을 들려주세요.

・최원종 연출

2020년 1월에 하는 “외톨이들”을 준비 중입니다.

“깐느로 가는 길”, “세기의 사나이”, “메이드 인 세운상가”도 2020년 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 역 김동현 배우

2020년 1월에 하는 “외톨이들”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바리스타 역 김결 배우

12월 29일이 되면 현재 공연 중인 두 개의 작품이 다 끝납니다. 그리고 촬영 중인 두 개의 드라마가 내년 상반기까지 갈 것 같고...아직까지는 다음 무대 일정은 없습니다.

・나츠미 역 강유미 배우

내년 2월 21일에 일본 교토예술센터에서 "세자매" 리딩 공연을 합니다.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주최하는 인재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해외 예술가를 초청해서 한 달 동안 수강생과 함께 연습하고 공연을 올리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거기에 한국의 성기웅 연출님이 초청 돼서 "세자매"를 각색해서 공연하는데 저도 함께 배우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또 3월에는 홍콩 프리 스페이스에서 중국인 아티스트 XIN SHEN 감독과 함께 미디어 아트와 퍼포먼스 공연 "BRINE LAKE"를 올릴 예정입니다.

・민수 역 김기훈 배우

내년 2월 교토에서 활동 중인 극단 위성의 작품 “주코의 암자”에 인터내셔널 캐스트로 참여.

・메탈리스트 무진 역 이갑선 배우

또 다시 극단 명작옥수수밭과 “외톨이들”이란 작품을 하게 되었습니다.

・메탈리스트 형석 역 최영도 배우

2020년 1월에 하는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이야기 “외톨이들”에 출연합니다.

・여자 역 표혜미 배우 

아직 계획은 없지만 또 기회만 주어진다면, 저는 언제든지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안녕 후쿠시마' 포스터 /(제공=아트리버)
'안녕 후쿠시마' 포스터 /(제공=아트리버)

일상 속 깊은 슬픔과 작은 기쁨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이어지며 관객들의 마음에 큰 여운을 남기고 있는 <안녕 후쿠시마>는 그럴싸하거나 거창한 위로를 말하지 않는다. 아픈 마음을 이해하려 때로는 모른 체, 때로는 무심한 척, 때로는 새하얀 거짓말을 하는 우리네 일상을 따스하게 전하는 이야기들은 진한 커피 향과 함께 각박한 세상 속 우리도 모르게 얼어붙어 있던 가슴을 어느새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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