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거목

근 1년 동안을 온 나라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혁입법들이 1월 13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연 이어 1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거의 1시간 50분 동안에 걸쳐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퇴임과 정세균 신임총리의 취임식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나 두 패로 갈라진 국민들도 한 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이 돼야할 것 같습니다.

국회
국회

요즘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 중에 하나는 정치가 너무 오랫동안 국가 전반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치는 국가가 해야 할 여러 가지 분야 중의 하나에 자나지 않습니다. 정치 말고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남북문제, 북미 핵 회담, 방위비협상, 호르므즈파병, 한일 무역 갈등, 총선 등 그야말로 문제가 산더미 같습니다. 그런데도 작금의 각 언론들의 뉴스를 보면 70% 이상이 정치문제를 가지고 아귀다툼하는 것만 보여줍니다. 사마천(司馬遷 : BC 145?~BC 86?)은 2천여 년 전 《사기(史記)》에서 “호전적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했습니다.

국가만 그러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싸우기 좋아하는 정당이나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부정적인 사람이나 늘 호전적인 사람은 언제나 그 결말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 보면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서 자신을 돋보이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남을 짓밟아야 자신이 높아지는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란한 언변으로 남의 주장을 함부로 제압하려 하거나 자신의 얘기가 늘 옳다는 듯이 단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람을 볼 때마다 가시가나무가 생각납니다. 나무의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잎이나 가지 등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시를 가진 나무는 많습니다. 아카시아, 장미, 찔레, 탱자나무 같은 것들이지요.

그런데 이들 나무의 공통점은 모두가 집을 지을 정도로 큰 재목으로 자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가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무는 거목(巨木)으로 성장해서 여러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나무나 사람이나 똑같습니다. 가시가 많은 나무나 가시가 많은 사람은 절대로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뾰족한 사람에게는 다칠 가봐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가시가 많은 사람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가시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가시에 주변 사람들이 자주 다치고 있다는 것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혹시라도 내가 가시 많은 사람은 아닌지 우리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지 말입니다.

조선 후기의 유학자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 1798∼1879)은 일찍이 다음 과 같은 교훈을 남겼습니다.

「處世柔爲貴 剛强是禍基 發言常欲訥 臨事當如癡 急地尙思緩 安時不忘危 一生從此計 眞個好男兒」

『처세에는 유한 것이 제일 귀하고, 강강함은 재앙의 근본이니라. 말하기는 어눌한 듯 조심히 하고, 일 당하면 바보인 듯 삼가 행하라. 급할수록 그 마음을 더욱 늦추고, 편안할 때 위태할 것을 잊지 마라라. 일생을 이 글대로 살아간다면 그 사람이 참으로 대장부니라』

이것이 난세(亂世)를 살아가는 비결(祕訣)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지고 사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아마도 ‘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기는 것은 곧 이익을 가져오고, 지는 것은 손해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가 이기고자 하는 노력 속에 살면서 결과적으로 다함께 손해에 직면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이 비극은 정치, 경제, 외교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우리 이웃과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없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기려고만 들면 도토리 키 재기식의 가시나무로 밖에 성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 가끔은 져 주고, 양보하며. 겸양의 미덕으로 살아가노라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거목으로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요 며칠 개혁입법이 완성되고, 문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보면서 우리도 아니 우리 정치도 우리나라도 가시나무를 벗어나 선현(先賢)의 말씀대로 살아 난세의 거목으로 우뚝 서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월 1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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