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환희
팔십종수(八十種樹)

우리 덕화만발 가족 중에 조성호님이 계십니다. 그 분이 어제 덕화만발 카페 <한 줄 쓰기 방>에 짤막한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을 보고 얼마나 쾌재(快哉)를 불렀는지 모릅니다. 부럽기도 하고 다리가 불편해진 제 두 다리 때문에 함께 할 수 없어 처량하기도 했습니다.

「팔십종수(八十種樹) 하렵니다. 43년 양띠입니다. 팔순 잔치 비용으로 배낭여행 갈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배낭여행이란 닥치는 대로 먹고, 하루 밤 정도는 노숙을 즐길 줄 아는 분으로 동행들을 찾고 있습니다. -조성호 올림-」

팔십종수(八十種樹) 조선일보 갈무리

「하하하하하하하하! 아주 멋진 꿈을 꾸고 계십니다. 부디 그 꿈 실현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마음도 굴뚝이지만, 무슨 업보인지 몇 년 째 제 다리가 영 부실합니다. 제가 전화를 드리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음으로라도 참여하고 싶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1943년생 양띠만 함께 하시고 싶다 하셨습니다. 얼마나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입니까? 누구라도 참여하시고 싶은 양띠인연이 계시면 제게 연락 주시지요. 언제라도 연결 시켜드리겠습니다.

청춘(靑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창 젊고 건강한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봄철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지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청춘은 결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청춘은 곧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닌가요? 저는 언제나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뛴다.’가 생활철학입니다. 이렇게 마음먹고 살아 온지가 오래입니다.

그렇게 사는 제 삶이 청춘입니다. 청춘예찬이란 말이 있습니다. 젊음의 역동성, 정열의 활화산 시기를 빗대는 예찬입니다. 지금 저는 노년에 이르러 내생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이생 최후의 일념이 내생 최초의 일념이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청춘을 예찬하고, 역동적인 삶을 예찬한다는 것은 이생과 같이 내생도 영원히 청춘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결단코 인생의 황금기는 노년입니다. 이는 내생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꼭 불태워야 할 청춘의 환희입니다. 지친 영혼으로 쇠락한 정신이 스스로를 파괴합니다. 노년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치매로 얼룩진 슬픈 현실이 아니라, 지적 성취가 무르익는 여유 있는 삶이 기다립니다. 물론 저처럼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지요.

우리 제대로 익어갑시다. 성성한 백발에 인자한 눈빛, 넘치는 열정은 우리가 바라는 노년의 모습입니다. 저마다 원하는 내생을 위한 자기 설계, 그 과정에서 노년은 언제나 청춘의 환희를 맛볼 것입니다.

반속요(反俗謠)라는 고시(古詩)가 있습니다. 이 시는 7세기 신라의 여승 설요(薛謠 : ?~693)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15세 되던 해에 아버지가 죽게 되자 곧장 삭발을 하고 세속을 떠나 승려가 되었던 것입니다. 설요는 승려가 되어 세상의 무상함을 극복해 보고자 하였으나, 꽃다운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해탈의 경지에는 이르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사람 구경하기도 힘든 적막한 산골에서 아름다운 꽃들이 향기를 발하며 흐드러진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며 설레는 자신의 마음도 가눌 길 없음을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써 여승 설요는 승복을 벗고 환속을 결심하게 되지요. 꽃다운 젊음을 가눌 길 없어 사랑을 찾아 나서는 여승 설요에게서 우리는 성(聖)과 속(俗)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반속요(返俗謠)>/ 설요(薛瑤)

구름같이 무심해지니 생각이 맑아지는데(化雲心兮思淑貞),

적막한 경지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구나.(洞寂滅兮不見人).

아름다운 꽃향기에 마음이 설레는데(瑤草芳兮思芬蒕),

어찌 할거나 꽃다운 이내 청춘을!(將奈何兮靑春!).

어떻습니까?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물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입니다.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편안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이팔의 청년보다 칠팔십 노인에게 청춘이 있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늙는 것은 아닙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지요.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인 사람에게는 저처럼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는 것입니다. 머리는 배코를 쳤고, 흰 눈썹 휘날리며, 눈매는 인자함을 머금어 언제나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동지들과 함께 배낭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청춘의 환희를 느낍니다. 우리 팔심종수 하시겠다는 조성호 동지와 함께 팔순 배낭여행 떠나실 분 어디 없나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3월 1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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