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희곡우체통 1차 낭독회

"X의 비극" 희곡낭독회 사진 /ⓒAejin Kwoun
"X의 비극" 희곡낭독회 사진_지문/상담사A,B(이기현), 박우섭(신안진), 안도희(임근아), 강현석(안병식), 윤애리(박희정), 어머니(홍윤희), 강명수(유동훈)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지난 11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2020년 첫 낭독회 “X의 비극(작 이유진)”을 시작으로 ‘희곡우체통’이 개시되었다. “X의 비극”은 ‘모란이모’, ‘소비자’ 등을 발표한 이유진 작가의 신작으로 생존을 위해 모두가 마라톤 선수처럼 달려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드러눕는 X세대 주인공을 대비시킨 작품이다.

X세대라는 말은 1991년 캐나다 작가 더글라스 커플랜드의 소설 ‘X세대, Generation X’에서 유래되어, 1990년대 대학을 다녔거나 졸업한 1960~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당시 기성세대와 다른 세대라는 개념으로 부르기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0년 지금 X세대인 그들은 40대가 되어 이시간의 흐름 속에서 책임과 의무가 늘었지만 감성은 20대와 이어지고픈 중간세대가 되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다!”

어느 날, 40대 가장 현서는 자리에 뻗어버린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더는 노력하고 매달리고 질주하고 경쟁하며 살고 싶지 않다.

세상을 좇으며 산다는 것에 탈진했다.

부인 도희, 아들 명수, 어머니, 친구 우섭이 돌아가면서 달려와 아무리 설득하고 읍소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두면 저대로 방바닥에 들러붙어 녹아내릴 것만 같은 현서. 과연 현서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작가의 시선은 냉소적일 뿐 아니라 가식이나 포장마저 없다. 이미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어쩌면 포기하거나 인정하던 사실과 현실들이 직설적인 대사들로 극도로 비정한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만들며 오히려 웃게 만든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기쁨에 가득 찬 즐거움과는 너무나 결이 다르다.

대표적인 염세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결코 만족하지 않으며, 우리가 가진 것 이상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너무나 우울한 처지이다.”라고 말한다. 이유진 작가의 “한때 빠릿빠릿했던 나는 갈수록 느릿느릿 늙어만 가는 듯하다. 이런 세상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몸만 살아있을 뿐, 바다에 뜬 폐플라스틱처럼 둥둥, 민폐나 끼치며 떠다니면 어쩌나, 이런 위기감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라는 이야기는 일면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생각과 맞닿은 듯도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 쇼펜하우어는 윤회의 불교철학 뿐 아니라 동양의 철학과 종교에 심취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인간과 세상을 염세적으로 보고 절망하기도 하였지만, 자연과 맞닿은 이면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을는지 모른다. 또한 "X의 비극"의 이유진 작가도 절망스러운 현실을 가감없이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음과 삶에 대한 실날같은 희망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김명화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사용해 의견을 함께 나누었다. /ⓒAejin Kwoun
김명화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사용해 의견을 함께 나누었다. /ⓒAejin Kwoun

함께 낭독회를 관람한 10대 청소년부터 X세대에 이른 40대, 그리고 그 세대를 지켜보는 윗세대들이 세대별로 같은 대사와 행동에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만들던 “X의 비극”은 누군가에는 진짜 현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치우고 싶은 불편함이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위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구태의연한 말장난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희곡우체통" 우체국장 김명화 작가, 연출가 심재찬, 예술감독 이성열 ​/ⓒAejin Kwoun
"희곡우체통" 우체국장 김명화 작가, 연출가 심재찬, 예술감독 이성열 ​/ⓒAejin Kwoun

익명으로 희곡을 투고받기에, 작년부터 신인작가의 소개가 많아지고 있는 국립극단의 창작희곡 상시 투고 제도 ‘희곡우체통’은 2018년 신설된 연중 소통 창구다. 초대작은 배우, 관계자, 관객들이 함께 하는 낭독 공연을 개최하여 자유로운 토론의 시간을 가진 후, 발전가능성이 높은 작품은 정식 공연화하여 작가와 계약하고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다.

"고독한 목욕 2019" 서울 공연 사진 /(제공=국립극단)
"고독한 목욕(2019)" 서울 공연 사진 /(제공=국립극단)

2018년 초대작 중 “고독한 목욕(작 안정민, 연출 서지혜)”이 2019년 정식 공연되었으며, 올해는 2019년 초대작 중 “사랑의 변주곡(가제)”가 12월 백성희장민호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또한 올해부터는 작가와 협의하여 ‘걷는사람’과 공동제작 방식을 통하여 희곡집을 발간하여, 출판물 제작 및 유통의 전문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공연을 찾은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할 계획이다.

"희곡우체통" 포스터 /(제공=국립극단)
"희곡우체통" 포스터 /(제공=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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