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용감하게 투쟁하는 여성들, 연극 "정의의 여인들"

리허설 사진_블루(조옥형), ,화이트(목정윤) | 무대 한 켠에 있는 작은 단에 배우들이 오르면, 조명이 환하게 쏴진다. 각자의 입장과 처지는 다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는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못 본 척 외면하지 말기를...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원작 '정의의 사람들'의 주요인물들을 모두 여성으로 바꾸어, 차별과 억압의 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용감하게 투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극단 경험과 상상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창작한 연극 "정의의 여인들"이 지난 5월 28일부터 14일까지 짧은 여정을 마친 후,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경험과상상에서 반짝 앵콜 공연을 확정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 관객과 다시 한 번 함께 할 예정이다.

리허설 사진_블루(조옥형), 레드(김효진) | 리더이기에, 가장 저돌적인 레드와 사사건건 부딪히지 않는 일이 없지만, 사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를 가장 깊이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Aejin Kwoun

기성 체제를 수호하는 대판사 '블랙'을 처단하려는 혁명가들의 폭탄테러모의는 에상치 못했던 상황에 부딪혀 실패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내분은 격화하고, 체포의 위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2차 테러 준비에 들어간다.

리허설 사진 | 목표가 같다고, 모두가 방법이나 생각까지 같을 순 없다. /ⓒAejin Kwoun — 리허설 사진 | 목표가 같다고, 모두 방법이나 생각까지 같을 순 없을 것이다. /ⓒAejin Kwoun

살인과 폭력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과 행동은 이 작품의 백미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과 사색을 제공한다. 절체절명에 서 있는 인물들의 격렬한 드라마가 경험과상상 그리고 작품을 각색하고 연출한 류성 대표 특유의 누아르적 감각과 서사적 기법과 결합되어 독특한 스타일의 연극으로 재탄생되었다.

리허설 사진_핑크(강한진), 화이트(목정윤) | 아름다운 보석 아래 숨겨진 폭탄, 그리고 그 폭탄을 터뜨리려는 아름다운 모습의 핑크...／ⓒAejin Kwoun — 리허설 사진_핑크(강한진), 화이트(목정윤) | 아름다운 신을 뒤로 한 채 교회를 떠난 수녀는 휠체어를 탄 채, 폭탄을 제조하고 있다. 아름다운 보석 아래 숨겨진 폭탄, 그리고 그 폭탄을 터뜨리려는 아름다운 모습의 핑크...겉으로 보여진 것만으로 다 안다고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은...무엇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Aejin Kwoun

알베르 까뮈의 원작 주요인물들은 거의 남성들이며, 이 남성들이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극소수의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비주체적이며 모성에 고착된 여성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고전 속 그러한 시대적 한계는 2020년 지금에도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다.

리허설 사진_그레이(한덕균) | 이쪽과 저쪽의 생활 속에서 개인은 지쳐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인정'이라는 아주 작고 작은 것이었을는지 모른다. /ⓒAejin Kwoun

전 세계의 지적 담론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슬라보예 지젝은 '자유'와 '평등', '박애'와 '평화' 같은 가치들은 거대 담론을 거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조류에 휘말려 사라져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지젝은 진정한 '평등-민주주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한 혁명에서 잃어버린 보편적 가치를 되찾고, 그 혁명들이 멈춘 지점에서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과거의 실패한 혁명을, 그 전체주의와 폭력을 그저 반복하고자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혁명들이 '더 밀고 나가지 못한' 것들을 더욱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 슬라보예 지젝 저 "잃어버린 대의를 옹오하며" 책소개 발췌 -

리허설 사진_블랙, 핑크(강한진) | 우리가 싸우고 있는 그 무엇은 순수한 '악'일 수는 없다. 그리고 한 '개인'도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자기자신과도 치열하게 싸워야만 한다. /ⓒAejin Kwoun

거대한 사회 속 차별과 불합리 속에서 '깨어있는 개인'들이 앞장서서 자신들을 희생하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크고 작은 움직임은 역사 속에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그러한 희생의 당위성 앞에 개인의 삶은 감추어지고 축소되어지고 철저하게 무시되어 왔다. 하지만 이 작품 "정의의 여인들"은 대의를 위한 투쟁 뿐 아니라 개인의 아픈 삶 또한 선명하게 비추고 있다.

리허설 사진 | 깨어있는 개인들의 아픔과 힘겨운 절규는, 그들만의 것도 아닐 뿐더러 절대로 '당연'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Aejin Kwoun

그들은 더 나은 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대의 아래 사랑하는 신을 뒤로 하고, 제 몸 처럼 아끼는 가족을 뒤로 하고, 비난과 조롱조차 감수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꿈꾸던 정치, 인간이 능력을 한껏 펼칠 수 있는 좋은 삶의 본질을 위한 공정한 규칙을 만들려고 힘껏 고뇌하고 고뇌하며 '더 밀고 나가지 못한' 것들을 힘겹게 밀고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