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국시 거부 구제책 마련해야, 합의서 파기 시사".. 정부 "큰 차질 없어 추가 구제 없다"

2726명이 '국가시험 거부'..여론도 힘 실어 '구제반대' 청원 44만명 육박
국시원장 "기회 줬지만 속수무책..구제기회 더는 없다"
한정애 "추가접수 없다. 구제방법 없어"

[정현숙 기자]=  2726명 '국가시험 거부'.. 마지막 기회마저 스스로 걷어찬 의대생들

“단체로 국시 접수를 취소하고, 취소하지 않은 이를 조롱하며 동맹 휴학을 결정하고, 또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 또한 자신들의 행위가 의료 공백으로 연결될 것을 알고 그것을 투쟁의 한 수단으로 쓰려는 것” -청와대 국민청원-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현 대한 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김지성 전임의 비상대책위 위원장.
사진: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현 대한 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김지성 전임의 비상대책위 위원장.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계획에 반발해 반정부 투쟁을 이어오던 의대생들이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찼다. 정부도 올해 의사 국가고시(국시)의 재연기나 시험 접수 기한 추가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2021년도 국시 실기시험의 응시율이 14%에 그쳤지만 재신청 기간은 7일 0시 부로 종료됐으며 예정대로 내일(8일)부터 시험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4일로 미뤘던 접수시한을 6일로 한 차례 더 미뤘고, 이 기간 재신청자들에 대해선 대한의사협회와 교수협의회의 건의를 수용해 시험일정을 11월 이후로 미룬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원칙과 형평성을 어겨가며 마지막 기회를 준 만큼, 더 이상의 배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최종 2726명이 '국가시험 거부'로 나타났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사국가실기시험의 경우 총 응시대상 3천172명 중 현재 446명, 14%의 인원이 응시할 예정"이라며 "시험은 당초 공지한 일정대로 8일부터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차례 (시험을) 연기하고 금주와 다음 주 응시자들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부여까지 해 준 이상, 추가 접수를 하는 것은 법과 원칙에 대한 문제이며 의사 국가고시뿐 아니라 국가시험을 치르는 수많은 직종과 자격에 대한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변인은 올해 시험 응시생이 줄어 내년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등 의료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일시적으로 크게 차질을 빚지는 않는다"라며 "현재 공중보건의사나 군의관 같은 경우 필수 배치분야를 중심으로 조정을 하면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도 의대 졸업자들이 바로 병역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1년의 인턴과정 후에 신청하거나 4년의 전공의 수련과정 이후에 병역을 신청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의사시험 주최기관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이윤성 원장도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투쟁과 상관 없이 8일 예고된 의사 실기시험을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 원장은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차례 기회를 줬지만 속수무책”이라며 “(시험은) 예고한 대로 실시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잘랐다. 

이 원장은 “(의대생들이) 응시를 거부해 여러 차례 물었는데 여전히 답이 없다”라며 “애초부터 응시를 희망하는 의대생들이 있는데, 응시 거부자가 많다는 이유로 응시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추가시험이나 재시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이 원장은 “(구제책을) 논의할 생각이 없다”라며 “시험을 보겠다고 하면 혹시 보건복지부에 건의를 할 수 있는데, 응시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추가시험이나 재시험을 거론할 수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의대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시 일정을 일주일 연기했지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응시자대표 의결을 진행, 만장일치로 국시를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의사 국가고시 일정의 추가 연기는 어려우며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시 접수를 어젯밤 12시까지 열어놓음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드렸다"라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연기를 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접수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이번 국시에 미응시한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방법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없다"라고 잘랐다.

국시 추가 접수가 끝났지만 대규모 미응시로 의료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한 정책위의장은  "그렇기에 그런 설명을 충분히 했고 실기 시험도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여론도 의대생 국시 거부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하는 모양새로 들끓고 있다. 네티즌들은 관련기사에서 시험을 두 번이나 연기 해준 것도 특권이라며 전부 유급시키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최근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글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44만 명에 가까운 동의자가 나왔다.

청원인은 “의대생이 국시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학부 정원부터 철저히 소수로 관리돼오면서 의료면허 획득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라며 “단체로 국시 접수를 취소하고, 취소하지 않은 이를 조롱하며 동맹 휴학을 결정하고, 또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 또한 자신들의 행위가 의료 공백으로 연결될 것을 알고 그것을 투쟁의 한 수단으로 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단체로 시험을 취소한 것은 결국 나라에서 어떤 식으로든 구제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청원인은 또 “추후 구제 또는 특별 재접수라는 방법으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면 그들은 국가 방역의 절체절명 순간에 국민 생명을 볼모로 총파업을 기획하고 있는 현 전공의들보다 더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일 것”이라며 “그때마다 국민들은 질병 자체에 대한 불안함보다 더 큰 불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의대생 국시 거부와 관련해 의사협회는 이날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의대생들을 구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여당과 도출한 진료중단 관련 합의안이 더이상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생 국시 거부 사태에 따라 합의안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의협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의대생의 국가시험 응시 거부는 일방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라며 "마땅히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협회는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하도록 모든 방법원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와 진행한 합의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 학생과 의사 회원에 대한 완벽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성립한 것"이라며 "여당과 정부를 이를 명심해야 하며, 이 같은 전제가 훼손되면 합의(안) 역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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