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의사국시 상·하반기 두 차례 치른다" 발표에 웅성웅성, 그러나 '괘씸한' 의대생들에 제대로 '한 방' 먹인 것!

2020년 마지막날 보건복지부 발표에 부글부글 여론 "정부가 떼쓰기에 항복했냐", 그런데 자세히 찾아보니? 
2021년 상반기 응시 합격자의 경우, 50%는 지방병원으로 32%는 공공병원으로. '선택권' 있는 정상 응시자와 큰 차이!
'한 달도 안 남은' 상반기에 응시하기도, '올해 응시생하고도 경쟁'할 하반기에 응시하기도. 정부는 '공공의료' 명분 세우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한해 마지막 날에 국시 거부 의대생들 구제해줬다고, 이게 공정이냐고 울부짖으며 문프와 민주당 지지를 막 철회하고 그러시는 분들, 저도 기레기들한테 낚일 뻔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로군요. 상당히 합리적이고 뺀질거리는 계산이 작용한 묘수 같습니다. 내용이 이렇다면 저는 불만 없습니다. 공공 의료 확충에 방점!" (류근 시인, 31일 페이스북)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1일 의사 국가고시와 관련, “내년도 응시인원을 고려해 (의사 국시를) 상·하반기로 나누어 2번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을 최대한 앞당겨 1월 말에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사 국가고시는 원래 매년 하반기 한 번 치러진다. /ⓒ 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1일 의사 국가고시와 관련, “내년도 응시인원을 고려해 (의사 국시를) 상·하반기로 나누어 2번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을 최대한 앞당겨 1월 말에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사 국가고시는 원래 매년 하반기 한 번 치러진다. /ⓒ 연합뉴스

정부가 2020년 마지막날인 31일 내년 하반기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2회 실시키로 발표했다. 이 중 상반기 시험은 바로 내년 1월 말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의 발표와 관련, 공공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제 밥그릇'만 지키던 '괘씸한' 의대생들을 이렇게 구제해주는 것이냐는 비난 여론이 쏟아져 나왔다. 기득권을 가진 집단들이 모여서 '떼만 쓰면' 결국 굴복하는 것이 아니냐며 문재인 정부가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무너뜨렸다고 목소릴 내고 있다. 

의대생들은 지난 8월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강화 정책에 반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집단으로 거부했다. 정부는 한 번 더 기회를 줬으나, 시험에 응한 이는 423명(합격자는 365명)에 불과했으며 응시거부한 인원은 응시자보다 훨씬 많은 2700명에 달했다. 

의대생들의 태도도 여론의 매를 벌기에 충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들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덕분에 챌린지’를 비꼬아서, 엄지를 거꾸로 내리는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진행했던 것이 바로 의대생들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챌린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이 이를 패러디해 엄지손가락을 거꾸로 내리는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벌였다. 이들의 행동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싸우는 의료진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 JTBC
‘덕분에 챌린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이 이를 패러디해 엄지손가락을 거꾸로 내리는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벌였다. 이들의 행동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싸우는 의료진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 JTBC

또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전교 1등 의사, 성적 모자란 공공의대 의사 중 어느 의사를 선택하겠습니까?”라는 '학벌주의'에 찌들대로 찌든 홍보물을 올렸다가 거센 비난을 사기도 했다. 

박근혜-전광훈 추종세력들의 광복절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는 와중에 오로지 '자기 밥그릇'만 지키려는 그 태도, 그것도 모자라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들까지 모독하는 행위를 했으니, 그래서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 '절대로' 구제해주면 안 된다는 여론이 강했던 것이며, 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수차례 올라왔던 것이다. 이들을 만약 구제해줬다가는 다른 국가고시 응시생들마저 강한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1일 보건복지부 정례 브리핑에서 논란의 내용이 발표됐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내년도 응시인원을 고려해 (의사 국시를) 상·하반기로 나누어 2번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을 최대한 앞당겨 1월 말에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사 국가고시는 원래 매년 하반기 한 번 치러진다.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하거나 재응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 급한 의료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시험 일정을 앞당기는 것일뿐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가고시 응시자에 별도의 사과를 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의사 국가고시를 출제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모습. /ⓒ 연합뉴스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하거나 재응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 급한 의료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시험 일정을 앞당기는 것일뿐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가고시 응시자에 별도의 사과를 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의사 국가고시를 출제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모습. /ⓒ 연합뉴스

이 실장은 그 이유에 대해 “내년에는 당초 시험 예정 인원 3200명과 올해 미응시자 2700명을 합하여 약 6000명 대상으로 의사실기 시험을 시행해야 한다”라며 “한 번의 시험을 치를 경우 장시간의 시험기간, 표준환자 관리 등 시험 운영 부담이 크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상반기 실기시험 실시 이유에 대해 "공공의료 강화 대책의 차질없는 시행,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 확충, 취약지 의료공백 방지를 위해서는 기존 의사인력 배출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9월 실기시험 미응시에 따라 신규 의사 2,700명의 공백이 생기고 공중보건의 약 38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마치 언론에서 쏟아져나온 보도들만 보면, 의대생들의 '떼쓰기' 작전에 정부가 항복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발표는 이렇다. 이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도 (의대생들에게)재응시 기회를 주거나 구제가 내년 실기시험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의료인력 운영 차원에서 상반기 시험을 앞당겨 최대한 의료인력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 정책 등에 반기를 들며 집단행동에 나섰으며, 올해 후반기에 치러질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 JTBC
의대생들은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 정책 등에 반기를 들며 집단행동에 나섰으며, 올해 후반기에 치러질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 JTBC

이렇게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하거나 재응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 급한 의료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시험 일정을 앞당기는 것일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가고시 응시자에 별도의 사과를 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내년엔 올해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까지 응시하면 거의 두 배로 응시인원이 많아져서 시험을 한 번에 감독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또 당장 급한 의료인력 공백을 메울 수 있어야 하기에 할 수 없이 낸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보도자료 내용 중 이곳에 담겨 있다. 

"내년 1~2월 실기시험 응시 후 의사면허 취득자에 대한 인턴전형 시 지역‧공공의료 분야 인력충원 시급성을 고려하여 비수도권‧공공병원 정원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20년 실기시험 응시자와 21년 상반기 응시자를 구분하여 21년 1월 말, 2월 말에 각각 모집한다"
"21년 상반기 응시자 대상으로 하는 인턴 모집에서는 비수도권과 공공병원의 정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국가고시를 거부하지 않고 제대로 응시한 의대생들과, 내년 상반기에 응시할 의대생들과는 구분해서 분명 차이를 두겠다는 것이다. 올해 실기시험 응시자 대상 인턴정원은 1,200명, 그리고 내년 상반기 실기시험 응시자대상 인턴 정원은 2,000명이다. 이들을 분명 구분해서 모집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병원의 인턴 수는, 갑자기 병원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일정하다. 올해 정상적으로 응시해 합격한 의대생들은, 대부분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병원에 인턴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반대로 올해 상반기에 응시해 합격한 의대생의 경우 지방 민간병원이나 공공병원에 배치될 가능성이 82%다.  /ⓒ JTBC
전국 병원의 인턴 수는, 갑자기 병원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일정하다. 올해 정상적으로 응시해 합격한 의대생들은, 대부분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병원에 인턴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반대로 올해 상반기에 응시해 합격한 의대생의 경우 지방 민간병원이나 공공병원에 배치될 가능성이 82%다. /ⓒ JTBC

정부에선 "21년 상반기 응시자 대상으로 하는 인턴모집에서 비수도권(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2021년 상반기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들이 인턴으로 배치될 곳은, 의대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민간병원이나 공공병원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당초 비수도권 민간병원으로 배치되는 인턴 비율이 40%에서 50%로 늘어나고, 공공병원에 배치될 인턴 비율 역시 27%에서 32%로 확대된다. 그러니까 상반기 합격자들 중 82%는 지방이나 혹은 공공병원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올해 정상적으로 응시해 합격한 의대생들은, 대부분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병원에 인턴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인턴정원보다 한참 모자른 수가 합격했기에, 이들에겐 선호하는 지역의 병원을 선택할 권리가 부여되는 셈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국가고시는 1월말에 진행될 예정이라, 시험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평소에 고시를 열심히 준비한 의대생들만 합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국가고시에 떨어졌다고, 하반기에 다시 응시할 수도 없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 정책 등에 반기를 들며 집단행동에 나섰으며, 올해 후반기에 치러질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이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 행동에 많은 이들이 분노한 바 있다. /ⓒ 연합뉴스
의대생들은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 정책 등에 반기를 들며 집단행동에 나섰으며, 올해 후반기에 치러질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이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 행동에 많은 이들이 분노한 바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고 2022년에 국가고시가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기존 하던대로 하반기 한 번만 진행할 것이다. 그러니 바로 다음 달 치러질 국가고시에 떨어질 경우엔, 1년반 이상이 지난 2022년 후반기에나 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2년을 날리는 꼴이다. 그러니까 시험 준비 제대로 안 한 사람이 바로 국가고시를 치르려 한다는 것은, 아무리 합격률이 높은 시험이라도 꽤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후반기에 응시할 경우엔 올해 응시예정인 3200여명과도 경쟁해야 한다. 병원 수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 이상, 배치되는 인턴의 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합력률이 매우 높은 의사 국가고시에만 붙으면 인턴으로 배치되는 것은 당연시됐으나, 갑자기 응시생 수가 확 늘어나버리니 훨씬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의 발표는 올해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 중,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뽑아서 신속하게 현장에 배치하라는 취지로 요약하면 되겠다. 분명 한국의 코로나 방역(K방역)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그 의료진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한만큼 그 정책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한편 올해 국가고시를 거부한 2700여명의 의대생들은 내년 상반기에 응시하기도 부담스럽고, 하반기에도 응시하기도 부담스러운 이른바 '외통수'에 걸리게 된 셈이다. 

분명 한국의 코로나 방역(K방역)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그 의료진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한 과제다. 공공의료 확충은 꼭 필요한 과제다. /ⓒ 뉴스타파
분명 한국의 코로나 방역(K방역)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그 의료진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한 과제다. 공공의료 확충은 꼭 필요한 과제다. /ⓒ 뉴스타파

그럼에도 현재 언론들 모두 이를 짚고 있지 않으며, 마치 문재인 정부가 공정성을 무너뜨린 것처럼 또 권력집단의 '생떼'에 굴복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오히려 진상을 파악한 네티즌들이 적극적으로 '팩트체크'에 나서고 있고 여론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특히 한 네티즌은 이런 말을 남기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정부 진짜 천재다. 내년 의사국시를 두 번 보는데, 먼저 보는 사람은 공공의료로, 하반기에 보는 사람은 올해 내년 두배 인원이 경쟁하라 이거지? 천재다 천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의 반응을 보면 "정부에 당했다"는 입장이다. 거의 '일베' 성향으로 파악되는 디시인사이드의 <의과대학 마이너 갤러리>에 올라온 글들 중 주목받는 글의 제목은 <개X같이 열어준건데 이겼다고 신났냐?>가 대표적이다. 해당 글을 인용해봤다. 

"국시 1월 7일 8일인데 1월 말 시험임 31일로 잡아도 준비 기간 22일 3주임 필기 끝나자마자 실기 3주 준비해서 붙을거 같냐? 5주는 잡고 들어가는건데 뭐 붙을 사람은 붙겠지 사실 붙는 사람이 더 많을 거임
근데 떨어지면 9월 시험도 못본다. 그럼 내년 9월에 보는건데 그럼 필기도 다시 봐야 된다고. 2년을 통째로 날리는거임. 바로 입대하면 실기 전에 전역하는 수준. 작년에 실떨들은 3달만에 다시보는데 ㅋㅋㅋㅋ
어쨌든 어렵게 합격을 했어 그런데 인턴을 1월 3월 나눠 뽑는데 1월 1200명 3월 2000명 이래 작년에 400명보고 남은게 2600명인가인데 이 XX같은 배치는 뭐냐? 수도권 인턴만 따지면 1월 약 400명 3월 약 400명임 1월에 말 잘들은 것들은 수도권 꽂아주고 정부에 반항한 것들은 서로 죽이라고
코로나로 조진거 같으니 열어는 주는데 너네 반항했으니까 벌은 달게 받으라고 이따구로 보느니 나는 9월에 보는거 진지하게 고민중임 3주 공부해서 합격할 자신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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