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성찬기자] 1980년대부터 전두환 씨가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세웠다는 내용, 1979년 12·12 쿠데타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으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씨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담은 비밀보고서 원본이 미국 대학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88년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연구' 보고서이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전씨는 대통령 퇴임 후 민정당 총재를 맡고, 후임 대통령은 부총재직을 겸임토록 한다는 기본 구상 아래 후계자 육성과 선정, 대통령 지도력 및 민정당 강화, 1988년까지 예상되는 정국 불안요인과 대책 등을 광범위하게 다뤘다. 이 보고서는 1988년 국회 5공비리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첨예한 이슈로 다뤄졌으나 지금까지 원본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최용주 비상임연구원은 이 중에서 1984년 작성된 ‘88년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연구’ 보고서 원본을 찾아내 분석 중이라고 한다. 전 씨는 퇴임 후 민정당 총재를 맡고 후임 대통령은 부총재를 맡아 전 씨가 실권을 쥐는 것이다. 후계자는 전 씨가 직접 육성하고 선정한다고 돼있다. 보고서는 31쪽짜리 문서 묶음, 전두환씨가 대통령 재임 시절 정구호 전 경향신문 사장에게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 보고서는 전씨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후계자의 조건은 전 씨에 대한 충성심이 높지만 야심이 없어야 한다, 학벌 등 배경이 약한 60대 초반이 적절하다고 구체적으로 나타나있다. 최 연구원은 미국의 기독교 계열 인권단체인KCCPJR(Korea Church Coalition for Peace, Justice and Reunification)이 1995년 해산하면서 보고서를 다른 5·18 문건과 함께 UCLA에 기증했다고 설명했다. 5·18 기념재단(이하 재단)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동아시아도서관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자료 목록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전두환 정권이던 1984년 전 씨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가 1988년 퇴임 이후 당시 여당인 민정당 총재를 맡아 최소 2000년까지 집권하는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재단은 UCLA 동아시아도서관이 소장하는 한국 민주화운동 및 인권, 통일 관련 자료 중 5·18 관련 자료 6300여쪽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1985년 총선에서 전 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공천해 민정당을 장악하면 장기집권 시나리오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억누르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움직임을 막으라는 내용도 있다. 재단은 5·18 관련 문건을 국내로 들여와 분석하고자 지난해부터 UCLA과 업무협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으나, 연구 목적을 위한 열람만 가능한 상태라 보고서 실물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재단은 이날 미국이 5·18 당시 전투기 폭격까지 준비한 정황이 담긴 자료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재단은 UCLA 동아시아도서관에서 찾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광주를 폭격할 계획을 세웠으나 광주 체류 선교사들이 반대해서 철회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미국, 5·18 폭격 계획 있었으나 광주 체류 미 선교사 반대로 철회”).

그러면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다각도로 확인해야 한다. 다만, 당시에 이러한 소문(광주 전투기 폭격 계획)이 미국 현지에서도 회자됐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18 특조위는 이 보고서에 진상규명 방해 정황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5.18 기념재단에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특조위 측은 재단이 어제 발표한 전투기 출격대기설 관련 내용은, 문건만으로는 전투기인지 일반 항공기인지 혹은 항공모함인지 불명확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연구원은 “기밀해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 문건 등을 종합해 5·18 당시 미 정부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필요를 UCLA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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