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치 아닌 구태와 계파정치의 연속, 국민의힘은 과거회귀중 

[뉴스프리존]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간 갈등국면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측과 갈등의 대상이었던 당 선관위원장에 정홍원 전 총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내 분란 상황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후보들마다 윤 후보측을 집중 공격하는 등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당내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진심을 담아 국민과 당원께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방법론과 절차에 있어서 다소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선관위가 출범하는 이상 이런 이견보다는 정권교체를 향해 모두 결집하면 좋겠다”며 “공정한 경선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우리 지도부가 경주하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또한 이 대표는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던 선거관리위원장과 관련해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선임했다. 당초 이 대표는 서병수 경준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내정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이른바 토론회를 둘러싸고 윤 후보측과 갈등 끝에 선회한 것이다. 당내 최고위원들도 정 전 총리인선에 대체로 찬성하는 의견을 보이면서 이 대표와 윤 후보측의 갈등도 일단 봉합되는 것으로 보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야권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드루킹 댓글조작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답하고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 전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때만해도 두 사람의 결합이 국민의힘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줄 알았는데 입당 이후 내내 갈등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 대표의 사과는 예상 밖이었다. 주말 내내 윤 후보측의 비대위설과 캠프측 인사인 민영삼 국민통합특보의 ‘이 대표 사퇴론’으로 논란이 커질만도 한데, 짐짓 한발 뺀 모습으로 ‘분란을 피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대신 그동안 잠잠했던 후보들이 윤 후보를 난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먼저 발단은 지난 21일 윤 후보측 캠프 내부에서 이 대표를 끌어내린 후 '비대위'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이미 윤 캠프 소속 신지호 정무실장도 경준위 토론을 두고 신경전 과정에서 '당대표 탄핵'을 거론한 바가 있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도 안지나 22일엔 윤 캠프에 갓 들어온 민영삼 특보가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라. 아니면 대표직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을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는 글을 게시했다. 비대위 논란에 불을 지른 이 발언으로 민 특보는 논란이 커지자 특보직에서 사퇴했다. 

비대위 논란에 즉각 반응한 것은 최재형 후보였다. 

최 후보는 "윤석열 후보는 구태정치를 답습하려는 것이냐"고 직격했다. 최재형 열린캠프 천하람 언론특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윤석열 캠프가 당을 흔들고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을 모두가 보고 있는데, 누구를 속이려 드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이준석 대표와의 친분관계로 인해 말을 아꼈던 유승민 전 의원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캠프 인사들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윤 후보는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며 "'내 뜻이 아니다'라는 말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께서는 정권교체를 하러 우리 당에 오신 겁니까, 아니면 당권교체를 하러 오신 거냐"며 "행여 힘으로 당을 접수해야 쉽게 후보가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잘못된 생각은 버리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발언 중 가장 강도가 쎈 내용으로 윤 후보 공격에 가담했다.

이에 윤 후보측은 허위보도에 근거한 공세라며 사과 요구 등을 일축했다. 윤 캠프 소속 김병민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 황당무계한 허위보도를 근거로 한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비대위 운운하는 낭설에 대해선 이미 윤 후보가 직접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또한 당의 화합을 해칠 수 있는 언행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왔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윤 캠프에서 퇴직 경찰 등을 영입하기 위한 공고문을 올리면서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측은 지난 19일 경찰대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캠프 근무희망자를 모집한다는 공고에서 근무 장소와 모집인원, 수사·정보 경력자나 변호사 자격 소지자 우대 등 구체적인 사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공고에 대해 원희룡 후보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의 권력관은 문재인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다”며 ‘권력기관 사유화’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그간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이 헌법을 위배하여 자의적 통치를 했다고 비판해왔다. 그 근거로 문재인 정권의 ‘권력기관 사유화’를 첫번째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 자신은 모든 것을 걸고 싸웠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권력기관 사유화를 근절하고 헌법주의, 법의 지배를 실현시키겠다고 공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로서의 준비를 하기는커녕 권력기관의 한 축인 경찰 조직의 핵심이랄 수 있는 경찰대 총동문회를 캠프로 끌어들일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했다.
 
유승민 후보 역시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2년째 국회에 있지만 그런 일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황당하다.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찰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건 제 기억엔 없다”고 꼬집었다.

해당 공고와 관련해 '권력기관 사유화' 등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측은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사퇴’를 거론한 민영삼 전 특보는 자진 사퇴 직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더 자유롭게 (이 대표를) 비판할 수 있어 시원하다"고 소감을 전하면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윤 캠프의 '이준석 적대감'이 공공연하게 표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윤사모 일부 회원들은 23일 오후 2시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었다. 물론 캠프에서는 만류했지만, 사퇴 촉구집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지지율 1위라 후보들의 ‘공공의 적’이 된 윤 후보에게 엉뚱한 사단도 벌어졌다.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에서 친윤(親尹) 입장인 김재원 최고위원이 설화를 일으켰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범여권인 정봉주 전 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홍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별로다", "홍감탱이 후보 휘하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없다" 등 홍준표 의원을 비하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홍 의원 캠프 여명 대변인은 "진박 감별사로 나라와 박근혜 정권을 망친 사람이 친윤 감별사로 등장해 당을 수렁에 빠트리고 새털처럼 가벼운 입으로 야당을 농단하고 있다"며 "이제 그만 정계에서 사라져줬으면 한다. 국회의원 낙선했을 때 그때 사라졌어야 했다"고 저격하는 논평을 냈다.

이 대표와 윤 후보의 주도권 다툼이 윤 후보와 여타 후보들간 전면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이것은 ‘원희룡 효과’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이 대표와 윤 후보간 결정적인 갈등을 초래한 ‘저거 정리된다’ 논란을 통해 네거티브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대표와 대립구도를 통해 인지도와 집중도를 제고한 측면이 있다. 본격적인 경선을 앞두고 1위 후보 견제라는 측면에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후발주자들의 총공세가 시작된 측면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같은 대결구도는 윤 후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현재 윤 후보측은 지지율 1위를 앞세워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 행보를 시작하면서 내공이 없어 ‘1일 1망언’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였고, 캠프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였어도 의제와 정책 측면에서도 별다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의 불안감을 당내 역학구도에서 유리한 구도로 재편하는 과정, 당권장악 측면에서 분란과 갈등을 초래한다는 평가이다. 

이 대표 또한 지난 21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대선 경선버스를 8월 말에 출발시키려고 버스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운전대 뽑아가고, 밖에다 페인트로 낙서하고, 의자를 다 부수는 상황인 것 같다"며 윤 후보측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현 상황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대표는 "특정 캠프는 나중에 '이준석이 한 게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고도 대응을 못하니까 '그냥 이준석이나 때리자' 하며 토론회를 없애라는 요청을 나한테 말한 것"이라며 "내가 경준위에게 토론회를 없애라하면 월권"이라고 비판하면서 윤 캠프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 대표와 지지율 1위 후보와의 갈등, 후보간 난타전 등은 지금까지 보수정당 역사에서 보기드믄 풍경이다.  

30대 0선의 젊은 당 대표도 유례없는 일이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조국 일가’ 수사로 무력화 시키며 대립각을 세워 ‘반문’의 상징으로 아무런 검증없이 지지율 1위라는 대세론으로 대선까지 직행하려는 정치초보 후보와의 갈등에 다름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4.7재보궐에서 ‘당 자강론’을 앞세운 김종인 전 위원장의 전략을 이어받아 나름대로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고 한다. 가장 강점은 보수정당 역사상 한번도 접근하지 못했던 2030세대, 그리고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이다. 당내 김종인 만한 전략가도 권위도 없는 상황에서 젊지만 정치판 10년에 시대흐름과 2030세대의 표심을 끌어 올 수 있는 이 대표는 대선 국면에서 ‘토론과 이슈화이팅’ 등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문제는 ‘문재인 때리기’외에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전없이 ‘1일 1망언’으로 지지율 하락을 당을 장악해 만회하려는 윤 후보로서는 이 대표 방식을 받아 들일 수 없는, 오히려 유승민 홍준표 후보에게만 이로운 방식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당 대표와 지지율 1위 후보간 ‘케미(친근한 화학적 반응)’는 커녕 사사건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구도이다. 

윤 후보측 비대위설이 처음 나왔을 때 유승민 후보가 “당대표를 흔들고 경선위원장을 바꾸고 경선룰을 바꾸겠다는 게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인가”라면서 “이준석 대표가 없으면 필패한다”라며 윤 후보를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은 박빙승부에서 2030세대 표심을 강조한 측면이기도 하다.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윤 후보측 20-30세대 지지율이 빠지고, 그만큼 홍준표 후보에게 20대 남성표심이 몰리면서 범야권 2위로 홍 후보가 급부상 한 것은 이런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 국면의 난맥상은 젊은 이 대표의 새로운 선거운동과 중도층을 확장하겠다고 큰소리치다 정당정치 안에 갖혀버린 윤 후보식 계파정치의 충돌이다. 토론과 이슈로 국민과 소통하면서 검증받자는 이 대표와 “지지율 1위 후보를 토론회에 세우는 것이 불공정”이라는 윤 후보간의 대립은 미래지향과 과거회귀간의 충돌이기도 하다.

이제 선관위원장 임명으로 발등의 불은 껐지만 경선 여론조사에서 후보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을지 경선룰을 두고 각 캠프와 최고위, 선관위 등이 한바탕 대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맞춰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는 12명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젊은 정치인 이 대표의 리더십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후보들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대응이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도 새로운, 국민들이 동의하거나 시원하게 여기는 그림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래 아닌 과거로 뒷걸음 치는 국민의힘, 당 대표와 지지율 1위 후보가 만드는 기괴한 풍경을 조금 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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