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황 생각도 않고 '성차별' 딴죽, 왜 문화예술 창작·감상에까지 시비 거나?

[ 고승은 기자 ] = 꾸준히 폐지 혹은 대대적인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정부 기관으로는 단연 여성가족부가 꼽힌다. 최근에도 '여가부 폐지' 찬반 여부를 두고 TV토론회까지 진행됐을 정도였다. 여가부의 정식 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로, 즉 '성평등'을 지향하는 기관이라 돼 있으나 실제론 우리 사회의 '성 갈등'만 조장하는 기관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아오고 있다. 

이번에도 여가부의 행위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93년 열린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인 '꿈돌이'와 '꿈순이'를 두고서다. 거의 30년 전에 등장한 캐릭터인데, 여기에 여가부가 '성차별'을 걸고 넘어지면서다. '꿈돌이' '꿈순이' 이름과 생김새 등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꿈순이'는 분홍색이며 빨간 리본을 머리에 달고 있다.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대전시 도룡동 옛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아래에는 꿈돌이와 꿈순이 조형물이 나란히 서 있다.

지난 93년 열린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인 '꿈돌이'와 '꿈순이'와 관련, 여가부가 이들의 이름과 생김새 등이 '성차별'이라며 문제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이 꿈돌이에게 명예주민증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93년 열린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인 '꿈돌이'와 '꿈순이'와 관련, 여가부가 이들의 이름과 생김새 등이 '성차별'이라며 문제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이 꿈돌이에게 명예주민증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최근 ‘생활체감형 정책 특정 성별영향평가’ 용역을 실시했다. 성별영향평가란 정부와 자치단체 정책이나 사업에 나타나는 성차별적 요소를 없애고, 양성평등정책이 정착되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수년 전부터 시행돼 왔다. 

여성가족부는 해당 용역에서 전국 지자체가 사용 중인 캐릭터나 마스코트, 교가, ARS 등을 대상으로 성별영향평가 점검 대상을 선정했다. 또 선정 결과를 각 지자체에 통보해 성별영향평가에 반영하도록 권고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대전 꿈돌이 등 상당수 캐릭터 등이 점검 대상으로 뽑혔다는 것이다. 

성별영향평가 권고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바꿔야할 의무는 없으며 결정권은 자치단체에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의 권고사항인만큼, 지자체가 무시하기 쉽지만은 않다. 캐릭터를 교체할 경우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며 저작권자의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꿈돌이'는 거의 30년전에 나온 캐릭터인만큼, 이제 와서 '성차별'적이니 따진다는 것은 정말 시덥잖은 여가부의 시빗거리에 불과하다는 질타가 나올 수밖에 없다. 2020년대인 현재와 1990년대초의 시대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전후 맥락을 무시하는 '뻘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꿈돌이' '꿈순이'는 거의 30년전에 나온 캐릭터다. 2020년대인 현재와 1990년대초의 시대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제 와서 '성차별'적이니 따진다는 것은 정말 시덥잖은 여가부의 시빗거리에 불과하다는 질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꿈돌이' '꿈순이'는 거의 30년전에 나온 캐릭터다. 2020년대인 현재와 1990년대초의 시대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제 와서 '성차별'적이니 따진다는 것은 정말 시덥잖은 여가부의 시빗거리에 불과하다는 질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여가부 관련 이같은 시비는 올초에도 또 있었다. 여가부 산하 양성평등진흥원이 '서울YMCA'에 의뢰해 나왔던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어린이프로그램)' 보고서 내용 때문이었다. 해당 보고서에서 문제삼은 애니메이션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검정고무신'이었다.

서울YMCA는 보고서에서 '검정고무신'의 한 장면에 대해 "기철이 아버지는 3대가 함께 생활하는 대가족의 생계부양자이다. 그의 부모님은 고생하는 아들을 '한 집안을 이끄는 일은 힘든 일이다'라고 말하며 남성 가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한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은 가부장적인 가족의 형태이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구분짓고 있다"고 한다.

또 보고서에선 "할머니는 자기 아들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것을 걱정하며 며느리에게 아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아내에게만 남편을 보살피고 배려하도록 강요하는 모습이다" "의사는 남성, 간호사는 여성으로 그려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성별적 고정관념을 강화하였다" 등으로 서술했다. 

군사독재정권 시기인 1960년대 당시엔 가부장적 사고가 매우 강했던 시기로 바깥 생계는 남성이, 집안일은 여성이 도맡아 하던 것이 거의 당연시됐다. 다자녀를 두면서 장남을 우선시하는 그런 분위기도 당연시되던 시기다. 당시의 시대상황을 다루는 문화예술 작품이라면 이를 더욱 상세히 묘사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왜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들의 보고서 내용에 황당하는 반응이 쏟아졌었다.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시각으로 '성차별' 문제를 따지고 들겠다는 것은, 예전 드라마나 영화나 가요 등 예전 작품까지도 다 검열해서 수정을 요구하겠다는 시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결국 문화예술을 창작하고 감상하는 그 자유에까지 '페미니즘'이라는 잣대를 끌어들여 시비를 걸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으며, 시민들로부터는 볼멘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현재 '페미니즘'이 불러온 한국 사회의 갈등은 주요 외신에까지 보도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혜택을 얻은 게 없는 젊은 남성의 경우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매우 심하다. 사진=CNN 홈페이지
현재 '페미니즘'이 불러온 한국 사회의 갈등은 주요 외신에까지 보도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혜택을 얻은 게 없는 젊은 남성의 경우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매우 심하다. 사진=CNN 홈페이지

여가부가 주도하고 있는 이런 시덥잖은 검열이 과연 우리사회의 '성평등'을 위한 방안인지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성평등'을 지향한다는 여가부가 해야할 일은 여성이 느끼는 차별,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 사례들을 모아 서로 불만이 줄어들도록 개선해 나가는 일임에도, 이런 시빗거리로 '성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성 갈등' 현상 그 배경엔 여가부와 여가부가 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이 상당히 기여했다는 비판이 적잖은 이유다. '페미니즘'이라는 의제가 결국 소수 기득권 여성의 더 많은 특권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나 대다수 언론도 여가부와 여성단체의 페미니즘적 시각을 '성평등'이자 '다수 여성의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그 심각성이 주요 외신에까지 보도되고 있음에도, 어느 수준에 달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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