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숲으로, 숲으로부터"

"비밀의 정원" 공연이 진행되는 3일간, 정동극장과 정동마루, 야외마당은 '숲'과 '식물'을 주제로 단장하여 이색적인 공간으로 변신하였다. /(사진=Aejin Kwoun)
"비밀의 정원" 공연이 진행되는 3일간, 정동극장과 정동마루, 야외마당은 '숲'과 '식물'을 주제로 단장하여 이색적인 공간으로 변신하였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가을이 걸어오는 길목을 환영하며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단 3일간 정동극장과 정동마루에서 열린 “비밀의 정원-가을음감회”가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편안한 위로와 치유의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비밀의 정원”은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공간화 함께 낭독과 음악을 즐기는 공간 체험 음악회이다.

"비밀의 정원" 공연사진 |  /(제공=정동극장)
"비밀의 정원" 공연사진 | 신비로운 오브제로 연출한 '숲' 무대를 배경으로 라이브 연주 속 낭독과 어우러진 배우들의 노래는 편안한 위로와 치유의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제공=정동극장)

“숲, 숲으로, 숲으로부터” 소제목으로 정동극장에서 함께 한 음악회는 라이브연주로 숲에 관한 소설들의 낭독과 그러한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 노래들을 들려주며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비밀의 정원" 공연사진 /(제공=정동극장)
"비밀의 정원" 공연사진 | 뮤지컬 배우 류제윤, 문진아, 안지환, 김지혜 /(제공=정동극장)

독창적으로 감각적인 시 세계로 발표와 동시에 문단의 주목과 독자의 사랑을 받은 유진목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식물원’, 체코의 자연과 숲의 고요함 속으로 안내하는 다비드 돌렌스키 작가의 ‘숲으로 간 루푸스’, 늘 따뜻한 감성으로 대상을 응시하고 그 대상을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이동순 시인의 ‘숲의 정신’, 인간과 자연과 노동의 새로운 조건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담론을 노래하는 80년대 대표적인 노동자 시인 백무산의 ‘’인간의 시간’ 중 숲으로 간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만 헤세가 나무와 삶에 대해 써 내려간 시와 에세이를 담은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중 ’나무들, ‘복숭아나무’, ‘안개 속에서’, ‘시든 잎’, 풍부한 시적 통찰력으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수필집 ‘윌든’, 오랫동안 슬픔을 생각해 왔다는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 중 숲속에서‘의 하나하나 주옥같은 7 작품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출간한 ’산악기상관측망 구축·운영 표준 매뉴얼‘이 하나의 작품인 양 뮤지컬 배우 김지혜, 류제윤, 문진아, 안지환의 음성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비밀의 정원" 공연사진 /(제공=정동극장)
"비밀의 정원" 공연사진 | 첼로(조은진), 바이올린(김지은), 피아노(이현영), 기타(정재형), 타악(박다열) /(제공=정동극장)

문장과 노래가 만나는 지점을 절묘하게 편곡한 강예진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노래하고 사람을 노래하고 삶을 노래하며 직접 손 내밀어 위로를 전하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마음이 답답할 때 힘이 되어주는 김동률의 ’출발‘로 따뜻한 위로부터 안겨주었다. 그리고 영화 속 혜원이 떠오르게 만들던 짙은의 ’Little Forest’, 감수성 짙은 가사로 심금을 울리는 양희은&악동뮤지션의 ‘나무’,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엑소 디오의 솔로곡 ‘괜찮아도 괜찮아’, 발라드의 감성으로 재즈의 영혼을 만나게 하는 박효신&박성연의 ‘바람이 부네요’를 듣는 동안 삭막한 건물들 사이 청량한 숲 내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빈센트 반 고흐를 추모하기 위해 쓴 Don McLean의 ‘Vincent’, 여행자이자 철학자의 감성을 담아낸 듯한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 영화 속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던 Loren Allred의 ‘Never Enough(’위대한 쇼맨‘ 중)’, 힘들고 지친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는 아이유의 ‘Love Poem’...까지 어디서 이런 노래들을 이리 한꺼번에 뮤지컬 배우의 음성으로 들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Maroon 5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전 매니저를 위해 만든 ‘Memories’는 심장을 울컥하게 해 주었고, Les Miserables 중 ‘Bring Him Home’은 차분하게 음악 감상을 하던 관객들이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만들기도 하였다.

"비밀의 정원"은 시작 전 무대 사진부터 커튼콜 사진까지 제한되어 아쉽기도 하였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쉬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여운은 굳이 커튼콜을 잘 찍어보겠다고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었을 듯 하다. /(사진=Aejin Kwoun)
"비밀의 정원"은 시작 전 무대 사진부터 커튼콜 사진까지 제한되어 아쉽기도 하였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쉬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여운은 굳이 커튼콜을 잘 찍어보겠다고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었을 듯 하다. /(사진=Aejin Kwoun)

일상 속에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려 다양한 책 속에서 만나는 ‘숲’과 ‘식물’의 문장들과 그 풍경을 만들어내는 음악을 엮어 공연을 구성한 황정은 작가와 윤혜진 연출이 만들어 낸 무대는 하나하나 매력이 가득한 문장과 노래들을 한 무대에 올려내기까지 어떠한 공과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어갔을지 가히 상상되지 않는다. 게다가 각각 저마다의 이야기로 위로와 응원을 하는 문장과 노래들은 뮤지컬 배우들 모두가 저마다의 매력이 뛰어남에도 자신의 색보다는 함께 어우러짐을 보여주며 뮤지컬 무대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비밀의 정원" 포스터 /(제공=정동극장)
"비밀의 정원" 포스터 /(제공=정동극장)

낭독의 배경음악과 아름다운 노래들을 매력적으로 연주해 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를 비롯하여 드럼, 실로폰, 트라이앵글 등을 넘나들며 그 자신들부터 온몸으로 음악을 느끼며 박자를 맞추던 연주자들의 모습까지 눈과 귀 그리고 머리와 가슴까지 즐겁게 해 주었던 이번 작품 “비밀의 정원”을 보고 나오면 문득 숲에 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숲에서 나와 오롯이 만나는 시간을 가진 후 나를 위로해 주던 따듯한 이들을 포근하게 안아주고 싶어진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 내가 받은 따스한 위로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해 주고 싶어진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