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구속 직전의 밤 12시 서울구치소 ⓒ장건섭기자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17일 새벽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온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되면서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새벽 12시18분 발부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의 구속영장도 발부됐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종착지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며, 새벽 김 전 기획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기획관은 청와대에 근무하던 지난 2008년부터, 2차례에 걸쳐 국정원 특수활동비 4억 원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보안을 유지하며 이명박 청와대의 특활비 상납 수사에 총력전을 펴왔다. 수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 전 대통령 쪽에서 말 맞추기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수사인 만큼 기초수사를 탄탄하게 해야할 필요도 있었다.

검찰은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기념품 비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 전 기획관이 특활비 상납을 요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획관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구속됐다. 김 전 기획관이 혐의사실을 전면부인했는데도 법원이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의 이런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그동안 비공개로 이명박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에 관여한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뿐 아니라 김 전 기획관에게 직접 돈을 건넨 국정원 기조실 예산관 등을 조사해 김 전 기획관에게 총 4억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비서관은 줄곧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5천만 원가량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만 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속을 피하진 못했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전달한 돈이 '민간인 사찰 입막음' 용도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2008년 5월 국정원 특활비가 김 전 기획관에게 상납된 뒤 청와대에서 또 돈을 요구해오자 직접 이 전 대통령을 면담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자꾸 갖다 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2010년 김 전 기획관은 개의치않고 국정원으로부터 2억원을 추가로 상납 받았다. 국정원으로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셈이다. 잇달아 구속된 김 전 기획관과 비서관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과 집안 대소사를 40년 넘게 관리해오며 'MB 집사'로 불려 왔고, 김진모 전 비서관 역시 청와대 근무를 마친 뒤, 보수 정권에서 검사장까지 지내며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핵심 인물 2명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국정원 돈이 '이명박 청와대'로 들어간 구체적인 경위와 사용처를 추적해,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가리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그런 만큼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 없이 특활비를 몰래 받았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로서 “이 전 대통령 재산을 대통령보다 더 잘 아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 9월 청와대는 대통령실 훈령까지 개정해 총무비서관을 수석급인 총무기획관으로 바꿔 ‘위인설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파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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