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를 '경제부처'로 정의한 尹대통령, 미래 인재의 '자아실현'은?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적잖다. 즉 60~80년대 고도성장 시기 군사독재정권이 내세웠던 슬로건인 '산업역군' 양성을 떠올리게 해서다.

특히 이같은 '산업인력 양성'은 약 30년전 노태우 정부까지(1988년 2월~1993년 2월)의 교육정책인 것으로 규정된 교육부 정책보고서가 발견되며,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군사정권 시기에 머물러 있음을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적잖다. 즉 60~80년대 고도성장 시기 '산업역군' 양성을 떠올리게 해서다.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적잖다. 즉 60~80년대 고도성장 시기 '산업역군' 양성을 떠올리게 해서다.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월 교육부가 낸 정책연구보고서인 '교육정책 중장기 방향과 과제 수립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광복 이후부터 노태우 정부까지는 주로 직업교육 정책 목표가 '산업인력 양성을 통한 국가와 기업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김영삼 정부 이후에는 국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요구와 적성을 반영하여 '직업교육을 통한 또 다른 성공 경로를 구축'하는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고 돼 있다.

또 해당 보고서에는 "한국교육의 목표는 산업인력 양성에서 전인적 인간형성으로 확장되어 왔다"며 "직업교육정책 목표 또한 '산업인력 양성을 통한 국가 경제 발전'에서 '능력 중심 사회 구현'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변화되어 왔다"고 강조돼 있다.

또 해당 보고서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급속한 과학 기술 발전으로 불평등이 확산하고, 사회적 분열이 심화하는 시점에서 개개인의 넓은 의미에서의 복리(well-being)와 더 적극적이고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하는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돼 있다. 

즉 세계적 교육 추세는 과거의 천편일률적이고 집단적인 교육에서 개인의 자아실현과 적성에 보다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산업인재 양성'은 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핵심은 휴먼 캐피털(인적 자본)”이라며 “교육부가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도 발언하며, 반도체 관련 첨단산업인재 양성을 교육부에 주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처럼 교육부를 사실상의 '경제부처'로 정의한 것은 교육부의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부처라 할 수 있는데, 이와는 거리가 매우 멀어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발상에 대해 "산업화 시대에도 비판받았을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학생들을 우리나라의 미래 주권자가 아니라 산업체에 공급해야 할 인적 자원으로 바라보는 것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처럼 교육부를 사실상의 '경제부처'로 정의한 것은 교육부의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부처라 할 수 있는데, 이와는 거리가 매우 멀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처럼 교육부를 사실상의 '경제부처'로 정의한 것은 교육부의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부처라 할 수 있는데, 이와는 거리가 매우 멀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현영 대변인은 "교육이 지향할 바는 학생들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소양과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지, 산업인력으로 양성되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욱 문제는 이것이 대통령의 개인 인식의 노출을 넘어 관계부처에 대한 업무지시라는 점이고, 정부는 이를 정책으로 입안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대통령의 철학 없음이 교육정책마저 후퇴시키고 있는 현실에 개탄스럽다"라며 발언 철회 및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10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3년여 전 교육부가 낸 정책보고서를 언급하며 "29년만에 대통령 입을 통해서 나온 것"이라며 "전혀 동의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금까지 스타일을 보면 본인이 한 말을 그대로 실행하려는 분"이라며 "교육 관련법이 바뀔까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앱으로 구직하는 때 온다' '고등학교를 기술·예술·과학고로 나눠야 할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하며, 세상물정에 매우 어두운 것이 아니냐는 구설에 휩싸인 바 있다. 즉 그가 수십 년 전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짐작케 했는데, 그의 이번 발언도 낡은 사고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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