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송강호·정우성·박해일 등과 만나 '차별화' 의사 밝혀, 반면 정부는 블랙리스트 소송 패소에 항소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박찬욱 영화감독과 배우 송강호·정우성·박해일씨 등을 만나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하며 '차별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말과 대비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패하자 항소한 점에서다. 즉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진행한 만찬에서 지난달 칸 영화제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씨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등을 만났다. 같은 자리에 배우 정우성·박해일씨 등도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박찬욱 영화감독과 배우 송강호·정우성·박해일씨 등을 만나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하며 '차별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말과 대비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송강호씨와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박찬욱 영화감독과 배우 송강호·정우성·박해일씨 등을 만나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하며 '차별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말과 대비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송강호씨와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만찬에서 “칸 영화제에서 뜻깊은 쾌거를 이뤄 제가 국민을 대표해 여러분을 모시고 소찬이나마 대접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은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시작된 기조로서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승됐다. 마구잡이로 검열을 일삼던 군사독재정권과는 반대의 기조를 이어나간 것으로, 이는 한류의 세계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현장에서 뛰는 분들의 말씀을 잘 살펴서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 있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 “과거를 돌이켜보면 스크린쿼터라고 해서 국내 영화를 끼워 상영하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가고, 우리 한국 영화가 국민에게 더욱 사랑을 많이 받고 국제 시장에서도 예술성이나 대중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며 “이게 우리 국격이고 국가 발전의 잠재력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틀 전인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패소하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즉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독립영화를 배급하고 제작하는 '시네마달'은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봤다며 정부에 1억9천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 재판부가 정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으로 '시네마달'에 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이에 불복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주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은 정부에 비판적인 작품을 발표하거나 비판적 행동(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나 세월호 시국선언 등)에 나선 개인·단체의 명단을 작성, 정부 산하기관의 예산·기금 지원에서 배제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밥줄'을 끊었다는 점에서 매우 악랄한 사건으로 꼽힌다. 사진=고승은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주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은 정부에 비판적인 작품을 발표하거나 비판적 행동(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나 세월호 시국선언 등)에 나선 개인·단체의 명단을 작성, 정부 산하기관의 예산·기금 지원에서 배제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밥줄'을 끊었다는 점에서 매우 악랄한 사건으로 꼽힌다. 사진=고승은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주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은 정부에 비판적인 작품을 발표하거나 비판적 행동(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나 세월호 시국선언 등)에 나선 개인·단체의 명단을 작성, 정부 산하기관의 예산·기금 지원에서 배제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밥줄'을 끊었다는 점에서 매우 악랄한 사건으로 꼽힌다. 특히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한류에도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정우성·박해일씨 뿐만 아니라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나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등도 '블랙리스트'에 줄줄이 오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발언에선 '박근혜 정부와는 차별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작 정부의 행동은 이와 대비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으며,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을 구속기소한 적이 있다.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강한 단죄 의지를 보여줬던 윤석열 대통령의 본심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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