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안상수 '좌파 문화계 바꾼다' 파문, 문화예술계 인사들 대거 반발 "파시즘 잣대로 길들이나"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국민의힘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를 두둔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쪽은 좌파들이 많다" "좌파 문화계 확 바꾸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윤석열 후보 집권시 '이명박근혜' 정권 때처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질 거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있으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데 앞장섰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핵심 격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을 구속기소 한 바 있는데, 정작 윤석열 후보 측에서 다시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까지 낳으며 문화예술인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핵심 격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흉상 모습. 공교롭게도 이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수사팀장'으로 있던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핵심 격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흉상 모습. 공교롭게도 이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수사팀장'으로 있던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영화산업노조, 한국영화독립협의회 등은 21일 서울 홍대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예술계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기 위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반헌법적 주장"이라며 "제1야당에서 블랙리스트를 부활시키겠다는 발언이 다시 나온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안상수 전 시장에게 석고대죄를 촉구했고 윤석열 후보에게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반성 없는 국민의힘과 안상수 전 시장 발언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수 리아, 배우 문숙, 영화감독 조정래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11명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도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인 연대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집권당으로서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정당이면서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하여 사과 한 마디 내놓은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파시즘 잣대로 예술계를 길들이려 하고 있다"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말살한 문화적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국정농단 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다시 '좌파예술인'이라는 분류로 예술계를 관리하는 블랙리스트 범죄를 다시금 자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지난 18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집권당으로서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정당이면서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하여 사과 한 마디 내놓은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사진=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페이스북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지난 18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집권당으로서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정당이면서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하여 사과 한 마디 내놓은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사진=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페이스북

이들은 국민의힘 전신 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난 2017년~2018년 현장의 예술인들로 구성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점도 언급하며, "안상수의 발언은 단지 개인의 발언으로 볼 수 없는 것이고,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주역들이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보 속에 감춰두었던 기저의 인식을 재확인하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이나 정치적 성향이 다른 문화예술인들은 줄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검열당하거나 지원사업에서 배제당하며 생계마저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으로 한류를 알린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나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등도 '블랙리스트'에 줄줄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과거 암혹했던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그대로 계승하듯, 문화예술 작품에 줄줄이 시비를 걸고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을 발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철저하게 배척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정권을 배출한 국민의힘에선 반성과 재발방지에 대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이러한 '블랙리스트'라는 만행을 저지른 정권 때문에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생계에도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한류가 더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벌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만행 때문에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생계에도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한류가 더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벌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만행 때문에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생계에도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한류가 더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만 보더라도, 집권할 경우 김기춘 전 실장 등이 주도한 '블랙리스트' 그 이상의 조처가 나올 우려도 충분히 낳고 있는 것이다. 

앞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김건희씨를 "존경받는 아티스트로 거론되어야 할 분이 좌파들의 네거티브 프레임에 씌어 공격당했다는 것이 굉장히 어처구니가 없고 답답하다"라며 "문화예술계 쪽은 좌파들이 많다"고 비방했다. 그는 곧이어 '좌파 문화계를 확 바꾸겠다'는 뜻까지 강조하며 사실상의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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