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식품업체, 삼양사 대표전화로 직원 확인 후 물품대금 입금
삼양사, 직원사칭 사기 제보 잇따랐지만 뒤늦은 공지로 업체 피해
경찰, 삼양사 '전화 가로채기' 수법에 "사기 아닌 것 같다" 돌려보내

[경남=뉴스프리존]박유제 기자=삼양그룹의 모기업으로 코스피 상장업체인 삼양사 직원을 사칭한 물품대금 사기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기범의 '전화 가로채기' 수법에 경찰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김해에 있는 식품업체 A사에는 지난 9일 자신을 삼양사 영업부 차장이라고 소개한 B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B씨는 "식용유 할당량이 남아 신규업체 코드 발급이 가능하다"며 "식용유를 공급해 줄테니 3000여만 원을 입금해 달라"며 코드계좌를 보냈다.

이에 A사 측은 삼양사 본사 대표 전화번호로 연락해 B씨가 재직 중이라는 사실과 코드 계좌번호가 정상적인 계좌라는 콜센터 안내를 받고 통화내용을 녹음한 뒤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입금 다음날 B씨는 연락을 받지 않았고 삼양사 콜센터도 계속 통화중이라 이상하다고 판단한 A사는 김해중부경찰서를 찾아가 수사상담을 했고, 경찰 수사관이 직접 삼양사 홈페이지에 있는 본사 대표번호로 연락한 결과 A사와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진해 중이며 물품이 곧 입고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A사 관계자 말에 의하면 해당 수사관은 "본사에 확인한 결과 사기는 아닌 것 같다"며 "13일까지 지켜본 뒤 물품이 안오면 그 때 다시 방문해 달라"며 자신들을 돌려보냈다.

직원 사칭 사례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안내팝업창 ⓒ삼양사 누리집 화면 캡처

그러나 13일이 되어서도 물품은 도착하지 않았고, 본사 콜센터로 다시 전화를 했을 때는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배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영업부 차장이라는 B씨에게 다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SNS를 통해서도 대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거나 문자메시지 답변이 없었다. 

이상한 낌새에 A사 측은 다시 경찰을 찾았지만 날벼락이 떨어졌다. 경찰 수사관이 B씨 전화로 연락을 하자 자신은 B씨가 아니고 연락처를 변경한 사람이며, 삼양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경찰이 녹음파일의 음성과 전화를 받은 사람의 목소리가 같은 사람으로 추정된다며 고소를 하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안내했고, A사는 삼양사 전화번호를 해킹한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됐다고 판단해 B씨를 즉시 형사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삼양사와 경찰의 초동 대처에 헛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양사에는 A사가 피해를 입기 전에도 삼양사 직원을 사칭한 물품대금 선입금 사기사건 제보가 잇따랐지만, 피해예방을 위해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 삼양사는 A사 피해가 확인된 뒤인 14일에야 홈페이지에 '삼양사 직원 사칭 주의 안내'라는 팝업창을 띄웠다.

삼양사 관계자는 "여러 건의 직원사칭 제보가 있어 거래업체 등에 안내공문을 발송하는 등 주의를 당부했고, 피해업체가 발생함에 따라 팝업공지를 하는 등 피해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양사 측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삼양사 본사가 대표번호가 해킹되었다거나 사기피해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즉시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렸으면 회사가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전화 가로채기'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갔다. '보이스피싱' 사기피해를 의심한 A사 측이 최초 수사상담을 했던 김해중부서 담당 수사관이 삼양사 홈페이지에 있는 대표전화를 걸었지만, 이 전화를 가로챈 사기범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 바람에 초동수사에 헛점을 드러낸 것이다.

고소장을 접수한 김해경찰서 경제2팀은 일단 해당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명령을 신청한 뒤 '보이스피싱' 담당부서인 지능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한 상태다.

김해중부경찰서 뉴스프리존
김해중부경찰서 ⓒ뉴스프리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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