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공동정부인가"..누가 국정파트너? 野 대표 안만나는 대통령
최근 일주일 일정만 7건..'국정 영향력 행사'
"尹이 직접 요청"..'국정 파트너' 광폭 행보
"정부가 납북자 귀환에 힘써야"..'정치 메시지'
동물보호단체 초청 "임기내 개 식용 종식 노력"
김건희 동기 김승희, 의전비서관 임명
취임 1년에도 야당 대표 '협치'는 묵살

[정현숙 기자]= 주가조작 허위이력 등의 혐의로 국민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조용히 내조에만 전념 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여사가 국정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면에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신축 대사관 개관식에 앞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2023.4.15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신축 대사관 개관식에 앞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2023.4.15 [대통령실 제공.]

15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김여사는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총 6건의 공개 일정과 1건의 비공개 일정을 가졌다. 매일 1~2건의 일정을 가진 셈으로, 지난 11일부터는 사흘 연속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김여사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VIP2'라고 불린다고 했지만, 최근의 행보는 대통령 이상의 선을 넘은 'VIP1'의 면모를 보인다. 주로 문화·예술 분야 행보에 나섰던 전과 달리 국가 보훈이나 안보 행사까지 찾아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접촉하는 등 대통령의 영역을 넘나드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김여사의 이런 행보에는 '국정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적극 당부한 윤 대통령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일정이나 회의 때문에 다 챙기지 못하는 일정은 김 여사가 대신 자리하고 있다"라며 "윤 대통령도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하시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12일 김건희여사는 경기도 파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역대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납북자·억류자 가족들을 만나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라고 대통령처럼 정부에 직접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13일에는 전몰·순직 군경 유족을 면담했고 14일에는 새마을 이동 빨래방 봉사와 대전 태평전통시장 방문 등 공개 일정을 가졌다. 15일에는 프랑스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해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환담했다.

최근엔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권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개 식용 금지 문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국정 권한이 없는 대통령 부인이 임기내 종식을 언급한 것은 '국정 개입'으로 비판이 제기된다.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2023.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2023.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친교 차담에 동행한 김씨는 "최근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거나 베트남에서 일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라며 "주석님께서 이 문제를 관심 있게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외교부에서 다룰 민감한 문제를 영부인이 개입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용한 내조'를 국민 앞에서 공언했던 김건희씨의 국정 개입 광폭행보에 "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윤석열·김건희 공동정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대통령실의 김 여사 화보 촬영 놀이가 더는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라며 "대통령실은 김 여사 화보 전시회라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김건희 여사의 '조용한 내조'는 없고, 공적 권력을 동원한 사적 욕심 채우기만 보인다"라며 "대통령실 공무원들이 김건희 여사 개인 사진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고, 공적 자원인 대통령실 홈페이지가 김건희 여사 개인 사진 게시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소한의 공사 구분도 하지 못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외교 참사에 경제는 위기이고, 민생 경제는 파탄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사진 놀이'가 아닌 대한민국 위기 극복에 진력하기 바란다"라고 일침했다.

한편 김건희여사의 국정 개입과 국정 사유화 논란은 최근 윤 대통령이 신임 의전비서관으로 김승희 선임행정관을 임명한 것에도 드러난다. 야당은 "의전비서관실을 제2부속실화한 것이냐"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이상한 인사 파문의 끝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의 승진이었다"라며 "김 의전비서관은 김 여사의 대학원 동기로 소위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대통령의 국내외 일정과 동선을 책임지는 막중한 의전비서관 자리에 영부인의 측근을 기용한 사례는 최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더욱이 김 의전비서관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더불어 김성한 전 안보실장,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전격 경질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던 장본인"이라면서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에 대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어물쩍 넘어가더니 결국 김 여사 최측근 임명으로 마무리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김건희여사 일정과 메시지 등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 과거에는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고위급 참모인 '제2부속실장(1급 비서관)'이 있었다면, 지금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영부인을 보좌하고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지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다. 영부인 관련 업무가 과거보다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국정파트너로서 협치가 필요한 야당 대표와의 만남은 수차례 요청에도 거부했다. 야당을 만나지 않기로는 사실상 역대 최장 기간 공백기인데, 당선 당시 약속한 '협치'는 요원해 보인다. 반면 여당과의 만남은 잦아 기울어진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드러낸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라며 '초당적 협력'과 '의회주의'를 수차례나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부터 명예회장 추대패와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그동안 대통령 배우자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해왔다. 2023.4.11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부터 명예회장 추대패와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그동안 대통령 배우자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해왔다. 2023.4.11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 백원경매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맸던 넥타이를 기부하고 있다. 2023.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 백원경매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맸던 넥타이를 기부하고 있다. 2023.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12일 경기도 파주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찾아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2023.4.12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12일 경기도 파주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찾아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2023.4.12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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