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김문수의 ‘빨리 감기’로 보기

윤석열의 압축적 김문수화에 부쳐

윤석열 정권의 거침없는 극우화와 보수화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약칭 경사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분위기였다.

경사위 위원장은 자본과 노동 간에, 고용주와 근로자 중간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견지해야 마땅한 자리다. 김문수 전 지사는 민주노총을 북한 김정은의 기쁨조로 표현하는 등, 노조를 자극하고 도발하는 행동에 오랫동안 열중해온 사람이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주적이나 매한가지일 김문수를 과거에 노동운동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사회적 대타협 도출이 존재의 목적인 정부 기구의 총책임자로 내리꽂은 결정은 윤 대통령이 경사노위를 어떠한 용도와 의도로 활용할지를 뚜렷이 예고해준 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9.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9.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 결과는 해당 기구의 중요하고 필수적인 한 축인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전격 탈퇴였고, 대한민국 양대 노동단체로부터 외면받고 거부당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내년에 혹 있을지도 모를 김문수의 총선 출마에 필요한 경력관리용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 김문수의 변신 또한 단기간에 속성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김문수의 전향은 1991년 11월 18일에 있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 민중당 지도부의 청와대 공식회동 행사에 당시 민중당에서 활동하던 김문수가 아무런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은 데에서 이미 그 싹이 텄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 후 민주자유당의 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한 김문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민선 경기지사를 차례로 거치며 꾸준히 우클릭을 거듭해왔다. 장장 3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극좌에서 극우로 넘어온 셈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니 김문수의 변절은 어쩌면 한 인간의 생애주기에 조응하는 필연적 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민중당 간부들의 청와대 예방을 기점으로 통틀어 30여 년이 소요된 김문수의 변천사에 견주면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는 가히 빛의 속도로 구현됐다. 게다가 오른쪽을 향하여 일관되게 펼쳐진 김문수의 탈바꿈과 달리 윤석열의 변신은 좌에서 우로 가는 듯싶다가 어느 순간 느닷없이 핸들을 왼쪽으로 꺾기도 한다. 오전에는 극우적 색깔을 드러냈다 같은 날 오후, 극좌파에게나 어울릴 성질의 분노를 급작스럽게 폭발시키는 예측불허의 불가사의한 인물이 다름 아닌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습관적인 노조 때리기에서 확인되는 바처럼 시장경제 체제의 무조건적 맹신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기성 질서의 극렬한 옹호자들을 극우로 통칭해야 옳다면 윤석열은 한국 극우의 최고봉이자 끝판왕일 터이다. 그가 주문처럼 외워대는 자유의 고갱이가 기업들, 특히 내로라하는 재벌계열 회사들의 영업의 자유에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리라. 윤석열이 강조하는 노동조합의 기득권 타파도, 과감한 규제 완화도 본질은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

문제는 제한 없는 영업의 자유를 목청 놓아 부르짖던 바로 그 윤석열이 사교육 업자들의 영리추구 행위에 대해서는 고리대금은 물론이고 이자 자체를 아예 원천적으로 금기시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를 방불하게 하는 까탈스럽고 결벽증적 모습을 서슴없이 띤다는 점에 있다.

아침때만 해도 밀턴 프리드먼의 수제자를 자처하던 윤 대통령이 점심식사 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트로츠키나 체 게바라가 한국의 유명 학원 강사들을 겨냥해 뱉어낼 법한 언사들을 주저 없이 쏟아내니 대다수 일반 국민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김문수가 수십 년 걸려 완성한 변신과 전향의 궤적을 윤석열은 연 단위도 아니고, 월 단위도 아니고, 일 단위도 아닌 겨우 몇 시간 간격으로 주파하니 국민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오타니도 놀랄 윤석열식 이도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태생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투수로서도, 타자로서는 빼어난 성적을 거둬 ‘이도류’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일종의 이도류는 이도류이다. 그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제압할 때는 극우파의 진압봉을 사납게 휘두르고, 대치동 스타 강사들을 공격할 시에는 극좌파의 상징인 죽창을 살벌하게 손에 드니 정치판의 이도류가 아니면 또 뭐란 말인가?

준비된 대통령으로 집권한 사람은 여태껏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는 이념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완벽한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그렇다고 김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다른 전직 대통령들 모두를 과도하게 평가절하할 필요성까지는 없다. 그들은 최소한 이념적 측면에서만은 자신의 기준에서 준비돼 있었다. 그 이념이 설령 지극히 퇴영적이고 비뚤어진 것일지언정….

윤석열 대통령은 정책적으로는 물론이려니와 이념적으로도 전연 준비되지 않은 채 정권을 잡은 사례에 속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철두철미한 자유시장주의의 신봉자로 행세하던 대통령이 사교육으로 큰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고 돌연히 핏대를 세우겠는가?

나는 나이 어린 학생들을 입시 지옥에 몰아넣은 대가로 일부 사교육 종사자들이 막대한 거액을 수금해가는 작금의 세태에 단호히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타인의 피와 땀과 눈물을 쥐어짜 일확천금을 거머쥐는 사태가 어디 사교육에만 한정된 일이겠는가?

당장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철규 의원과 윤석열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대표로 기를 쓰고 밀어 올린 김기현 의원부터가 미심쩍고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겼다는 의혹과 구설수에 휩싸여 있다. 불로소득과 부당이득이면 전부 똑같은 불로소득과 부당이득이지, 어느 분야의 불로소득과 부당이득은 자유롭고 정당한 영업의 성과물이고, 어느 분야의 불로소득과 부당이득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착취와 수탈의 결과물이란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강남좌파의 기린아로 각광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찰수사의 형식을 빌려 타도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정점으로 단숨에 웅비했다. 허나 싸우면서 닮는다고, 윤석열은 강남좌파 조국보다도 한 술 더 뜨는 극우좌파가 되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강남좌파가 무너진 폐허더미 위에 강남좌파와 비교해 몇 배는 더 이율배반적이고 자가당착적인 극우좌파가 우뚝 선 양상이다. 강남좌파란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제일 먼저 쓰기 시작한 필자는 그야말로 자괴감을 느끼는 중이다. 이 불편하고 께름칙한 감정을 과연 언제까지 부둥켜안고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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