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코와의 세 번째 만남 같던 국무회의 모두발언「인연」은 수필가 피천득(1910~2007) 선생을 대표하는 수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빼어난 문학작품도 교과서에 실리는 순간 흥미와 감동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시험점수 매기는 도구로 그 쓰임새가 차갑게 변하는 까닭에서이다.「인연」은 교과서에 수록됐다는 악조건을 무릅쓰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서늘한 아름다움을 안겨주었던 글로 곱씹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짙은 여운을 두고두고 오래도록 남겨준 글의 말미 대목이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
59분 윤석열은 어디로 갔을까22대 총선이 윤석열 대통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현행 헌법 아래에서 현직 대통령은 모든 형태의 공직 선거에 직접 후보로 출마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를 ‘윤석열 대통령의 참패’로 서슴없이 규정하였다. 선거는 윤석열 얼굴로 치러야 한다는 건 다름 아닌 윤 대통령 본인의 일관된 주장이고 고집이었기 때문이다.윤 대통령의 바람대로 올해 총선은 윤석열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난 선거였다.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총선 개입은 친위세력을 총동원해 이준석을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무리하
정치개혁을 동반하지 못했던 정권교체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야당이 승리하고 여당이 패배하는 총선이 될 것으로 대다수의 정치 전문가들과 여론조사 분석가들이 예측하는 분위기이다. 단지, 집권당이 어느 정도 의석수 차이로 질 것이냐는 데 대한 의견에 약간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했듯이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관건은 오늘 상대방이 범했던 졸전의 원인이, 내일 나에게 닥칠 패전의 빌미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윤석열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래로
유승민에 관한 이유 있는 재평가“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이 지금 이 순간 간절하게 듣고 싶은 격려와 위로의 말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현재 판세를 종합하면 올해 총선에서 여당은 영남과 강남권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그런데 필자는 어제 지인과의 전화 통화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정치권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직접 출마도 해본 경험이 있는 인물인 터라 나는 지인의 말을 허
숭례문 방화 사건의 참담한 기억2008년 2월,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 즉 남대문이 통째로 불타 무너져 내린 사건은 1997년 늦가을과 초겨울에 걸쳐 발발한 외환위기 사태와 함께 현대 한국인의 뇌리에 가장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오점으로 자리해 있다.어느 노인이 토지보상비에 불만을 품고 남대문에 불을 질렀다는 속보가 처음 전해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내 불길이 잡힐 줄 알았다. 수십 대에 달하는 소방차가 일제히 출동해 남대문 지붕 위로 부지런히 엄청난 양의 물을 뿌려댔기 때문이다.이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화마는
대선주자의 사법 리스크는 대통령에 당선돼야만 해소돼조국 전 법무부 장관 즉 조국 대표가 주도해 창당한 조국혁신당의 강세가 심상치 않다. 오는 4월 10일에 실시될 예정인 제22대 총선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에 표를 주겠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비율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3월 12일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조국현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지지율 2위로 약진하는 기염을 토했다.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이다. 조국
밥알이냐, 밥상이냐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최근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그가 주도해 창당한 개혁신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답보 상태에 빠졌고, 이준석의 정치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긍정과 비교해 부정이 우위를 점유한 상황이다. 개혁신당이 본격 출항도 하기 전에 항구에서 허망하게 좌초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 하겠다.2024년 총선이 ‘이준석의 시간’이 되리라고는 이준석 본인조차 믿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이른바 ‘별의 순간’은 총선에서 찾아오지 않는다. 보통은 대선에서 맞이하는 법이다. 이회창은 1996년 신한국당의
마지노선 VS 지크프리트선“상처 입은 조개만이 진주를 만든다.”시련과 고난이 인간을 단단하게 한다는 교훈적 사실을 강조할 때 빈번히 소환ㆍ동원되는 식상한 경구이다. 문제는 상처 입은 조개의 대부분은 진주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머잖아 죽고 만다는 점이다.과학적 사회주의(Scientific Socialism), 곧 현대 공산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창도한 카를 마르크스는 인간을 ‘사회적 관계의 총체적 산물’로 규정ㆍ표현했다. 타인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충돌하며 한 인간의 자아와 정체성이 형성된다는 시각이다.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
쏟아진 물에는 우열이 없다물에는 가치의 등급이 있다.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녹아내린 물로 만들었다는 프랑스산 고급 생수 브랜드 에비앙과 녹슨 주전자 안에 며칠 동안 방치돼 쉰내가 진동하는 거무뎅뎅한 보리차가 동급으로 취급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닥에 엎지른 물은 다 똑같은 엎지른 물일 뿐이다.엎지른 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거취와 선거운동의 최종지휘권을 행사할 주체를 둘러싸고 지난 수일간 개혁신당에서 벌어진 극심한 내홍은 필자처럼 기득권 거대 양당 체제의 극복과 청산을 주도ㆍ견인할 제3지대 정당의 등장과 약진이 시급하고 필수
수서역에서 생긴 일2024년 2월 8일 목요일 오전, 무척 인상적이면서도 조금은 야릇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약칭 전장련) 대표의 갑작스러운 만남이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SRT 수서역에서 성사된 것이다.이준석 대표는 박경석 대표가 이끄는 전장련과 그간 날카롭게 대립해왔다. 서울지하철, 그중에서도 4호선 열차의 운행을 집중적으로 가로막으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전장련의 시위 방식에 이준석이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4호선은 이준석의 집이 위치한 상계동을 통과하는 노선이
X세대 선두주자의 양두구육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카노사의 굴욕’을 방불하게 하는 기이하고 엽기적인 구도의 광경을 눈밭에서 그려낸 바로 다음 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두 사람이 각기 이끌고 있는 정당의 당대당 통합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뇌물 성격이 짙은 고가의 외제 명품 디올 가방을 수수해 궁지에 몰린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거취와 안위를 둘러싸고 세간의 지적대로 사전에 치밀하게 각본이 짜인 약속대련을 벌인 것인지, 아니면 윤 대통령과의 동반침몰을
이준석, 이제야 셀럽에서 리더로이준석 (가칭)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의 기세가 무섭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법대 후배로 부장 검사를 지냈던 김용남 전 의원이 개혁신당에 전격적으로 결합한 일은 이준석 위원장이 활용ㆍ동원할 수 있는 인재풀이 향후에 더욱더 폭넓고 다양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이 위원장의 김 전 의원 영입은 세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첫째로 이준석이 유명인 즉 셀럽에서 지도자, 곧 리더로 변신하고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전문가는 나의 능력을 뽐내는 인간이다. 리더는 남들로부터 능력을 뽑아내는 사람
이재명, 대반격의 서막을 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본격적인 대반격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기습적으로 제안한 이재명 대표의 모습에서는 자못 승자의 여유마저 은근슬쩍 느껴질 정도다. 정부여당을 향해 3대 요구조건을 제시하며 국회 본청 건물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할 무렵의 굳은 결기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려고 지팡이를 힘겹게 짚고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휘청휘청 들어설 즈음의 비장함은 지난 며칠 사이에 가뭇없이 사라졌다.생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규정한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에 담긴 함의는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9월 27일 오전 2시 20분경 기각됐다. 검찰이 적용한 다양한 범죄혐의들에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이재명 대표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주요 사유였다.길게는 지난 대선국면으로부터 시작된, 짧게는 이재명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의 불체포특권 포기선언에서부터 비롯된 이른바 ‘이재명 사법 리스크 정국’은 이로써 일단락을 짓게 되었다.집권당인 국민의힘은 검찰을 향해
이재명의 단식투쟁과 윤석열의 폭식행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8월 31일을 기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건물 앞에서 비장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의해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사태를 막을 마지막 수단은 자신의 무기한 단식뿐이라며 현재의 집권세력을 향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① 민주주의 훼손을 멈추고 민심과 소통할 것②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일본의 행위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것③ 국정의 전면적 쇄신과 개각을 단행할 것조
최진석의 안철수 학습효과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한국의 희망」이 2023년 8월 28일 월요일, 여의도에 자리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거행했다. 지난 6월 발기인 대회를 개최한 한국의 희망은 중앙당 창당대회에 앞서서 서울, 부산, 광주, 경기, 전남의 5개 지역 시도당 창당대회를 치른 바 있다. 이로써 한국의 희망은 다양한 신당 추진 세력들 가운데 최초로 공식적 정당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한국의 희망이 출범한 일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에 사실상 흡수합병되면서 소멸한 제3지대
바보야, 문제는 ‘민주당의 사법화’야“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였노라.”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에 쏠린 사회적 관심의 크기만 놓고 보자면 위와 비슷한 평가가 가능할지 모른다. 언제 출범한 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세간의 이목을 초강력 진공청소기처럼 순식간에 빨아들였기 때문이다.문제는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그 어느 정당의, 그 어느 혁신위원회도 누리지 못했던 김은경 호를 향한 폭발적 관심이 몹시나 부정적 성격을 띤다는 데 있다. 현재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본격적인 유튜브 활동에 나섰다. 적잖은 이들에게는 이준석이 유튜브 활동에 나섰다는 소식이 조금은 이상하고 어색하게 들릴지 모른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누리꾼들이 유튜브 사이트에 접속하면 모종의 알고리즘이 작동해 이준석이 나오는 영상물이 도처에서 자동으로 떴을 테기 때문이다.이준석 전 대표는 대부분의 유력 정치인들과는 달리 실제로는 작심하고 유튜버로 활동하지 않았다. 그가 등장한 각종 시사 관련 프로그램들의 콘텐츠가 유튜브에 게시됐을 따름이다. 그가 오롯이 자신이 주도하는 독자적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경우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28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보도되었다. 언론이 ‘명락회동’으로 호명한 이번 만남에는 김영진 의원과 윤영찬 의원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 인사로 통하는 김 의원은 현재 당의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처럼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윤 의원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입성한 다음 이낙연을 지근거리에서 계속 돕고 있다.이재명과 이낙연이 오랜 샅바싸움 끝에 대면한 지난주 금요일은 하필이면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3
‘이승만 재평가’를 재평가한다6ㆍ25 전쟁의 포성이 멎은 후 만으로 정확히 70년이 지났다. 2023년 7월 27일이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을 정식 명칭으로 하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 기념관에 세워진 이승만 동상"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맺어진 휴전협정문에서 한국군, 곧 대한민국 국군은 협정의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에는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군이, 다른 한편에는 조선인민군 즉 북한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름만 살짝 바꿔 달은 중국 인민지원군이 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