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글로벌 미디어 산업은 각국의 영상콘텐츠 투자와 지원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선진국은 앞 다투어 콘텐츠 세제 지원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답보상태인 K콘텐츠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막상 국내 콘텐츠 업계는 막강한 자본력의 글로벌 미디어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제2의 오징어게임’이 나오려면 영상 콘텐츠 제작비의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세액공제율이 높아져야 재투자가 가능해지고 국내 기업들이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는 커녕 제작 대행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브리핑 갈무리
정책브리핑 갈무리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감과 인건비 상승으로 제작비는 치솟는데 세액 공제율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아 재투자 여력을 상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미디어 산업계는 국내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선순환 구축을 위해선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도 세제 혜택을 높여한다는 호소가 줄기차게 나온다. 글로벌 미디어기업 상대로 경쟁을 해야하는 K-방송영상콘텐츠 상황을 고려해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기업규모별 10~20%로 상향 조정해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대비가 세액 공제율이 미국은 30% 수준인데 한국은 겨우 3%이다. 현재 TV 프로그램, 영화 제작비 등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해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이 4.9%, 수출이 18.7% 상승하는 고성장 분야이면서 39세 이하 청년종사자 비중이 78.3%이다.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3조5000억원, 국내 콘텐츠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6.3% 성장한 137조원 기록으로 기대치가 높은 미래 유망산업이다. 

따라서 영상콘텐츠 산업분야가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등 빅3 산업에 못지않은 수준의 투자가치가 있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업체의 경쟁력 유지·제고를 위한 정부 지원책은 해외 주요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 선진국들은 자국의 콘텐츠 산업 육성, 고용 창출 등을 위해 콘텐츠 제작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 영국은 25%에서 34%로 올렸고, 스페인도 해외 콘텐츠 30%, 국내 콘텐츠 25% 등으로 공제율을 상향했다. 호주와 캐나다의 경우 공제율이 최고 40%에 이른다.  

미국 뉴욕주도 내년부터 영화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25%에서 30%로 높이기로 했다. 뉴욕주에서 영화를 촬영할 경우 1억달러를 쓰면 최대 3000만 달러를 되돌려준다는 얘기다. 미국과 영국이 세액공제율을 높인 것은 호주(최고 세액공제율 40%) 프랑스(30%) 스페인(25~30%) 콜롬비아(35%)등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 영국 등 콘텐츠 강국이 영화와 드라마 제작비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경쟁을 하는 배경은 촬영 장소로 선정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신규 고용 창출, 소비 확대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세금 인센티브보다 훨씬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콘텐츠 기업이 똑같은 금액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제작할 경우 한국에서 촬영할 때보다 최대 11배 많은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제조업체가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공장을 이전한 것처럼 콘텐츠 기업도 세제 혜택이 큰 곳으로 촬영 장소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콘텐츠업계에서는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세액공제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한국에서 제작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국내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순제작비 30억원 이상)가 2015년 53억원에서 지난해 124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는데도 제작비 세액공제율은 9년째 3%(대기업)~10%(중소기업)이다. 

미국의 경우 디즈니는 ‘완다비전’ 총 제작비의 25% 규모에 해당하는 666억원의 세액을 공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징어게임’ 총 제작비(200억) 보다도 3배 넘는 규모다. 실제 글로벌 제작사 디즈니가 받은 영화 1편에 대한 세액공제액은 최근 3년간 국내 영상콘텐츠 산업 전체 세액공제액의 총합과 맞먹는 수준이다. 

디즈니의 '인어공주' 경우는 제작비로 3224억원이 투입되어 미국 내 세액공제율 25%를 적용했다고 가정했을 때 약 806억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인어공주를 국내에서 제작했다면 대기업 기준 공제율인 3%를 돌려받아 약 96억 원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콘텐츠 산업계는 방송·영화·애니메이션 분야의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현행의 2배 수준으로 상향하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생산유발효과를 2조6142억 원, 부가가치를 9973억 원, 취업유발 효과를 1만3684명 각각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21일 한국방송협회,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위기의 영상콘텐츠산업, 경쟁국에 준하는 제작비 세액공제율 상향 촉구'라는 성명서를 내면서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의 공제율을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0%로 상향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콘텐츠 제작사들과 달리 외주 제작 투자, 방영권 구매 계약 등을 주로 하는 OTT 플랫폼 기업들은 제작비뿐만 아니라 투자비도 세제 지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야 플랫폼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업계의 이같은 목소리를 반영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인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가 지난달 진행된 1·2차 회의를 통해 콘텐츠 세액공제 확대방안을 중점 과제로 검토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6월 27일 기준 국회에 발의된 콘텐츠 세액공제율 관련 법률안은 3건이다. 해당 법률안들은 현행법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게 골자다.  

정부는 7월 4일 오후,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영상 콘텐츠 제작비의 세제지원을 반도체 등의 국가전략기술의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반도체·배터리·미래차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의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거대한 자금력에다 25%의 제작비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으며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콘텐츠 시장을 공략 잠식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국내 영상콘텐츠 산업을 살리고 보호 육성하기 위해서 정부 지원 확대가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이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 중 하나인 'K-컬처의 초격차 산업화' 달성을 위한 핵심은 영상콘텐츠로 설정하고 있다. 시의성과 실효성 있는 세액공제 제도 개선을 통해 한류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동력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촉구하는 바이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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