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심심한 사과'와 '문해력' 문제로 논란이 됐었다. '심심한 사과'가 논란이 된 사연은 한 카페가 행사 예약 시스템이 오류가 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들은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며 해당 카페 측에 비난과 질타의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 

카페 측이 사과문에 사용한 '심심(甚深)하다'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인데, 이를 네티즌들은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가 없다는 의미의 '심심하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카페 측은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표현으로 수정해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이 사건을 두고 MZ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불거져 한때 논란이 뜨거웠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 인식의 차이로 세대 갈등으로 비쳐진 것이다. '심심한 사과' 뿐만이 아니라, ‘유수의 기업’이라고 했을 때 ‘유수(有數: 손꼽을 만큼 두드러지거나 훌륭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MZ세대는 거의 모르는 상황이다. 

문해력 (文解力)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렇게 문해력이 저하된 요인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우선 이들 MZ세대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다. 요즘은 특히 틱톡(Tik Tok)처럼 몇 초짜리 짧은 영상이 유행하면서 집중력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MZ세대는 성장해 온 환경이 항상 스마트폰과 모바일이 ‘연결된 환경’에서 살아왔다. 이 때문에 그들에게 지식은 검색하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활자 매체보다는 영상 매체에 익숙하고 정보와 지식의 연결망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편이다. 영상 매체 위주로 학습하고 지식과 정보의 검색에 보다 익숙한 이들의 문해력이 낮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문해력 저하 문제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M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카톡을 사용한 세대로 문장을 짧게 사용하면서 기성세대와는 언어가 많이 달라졌다. 유튜브 영상매체를 주로 접하다 보니 문자에 대한 거부감이 많고 어휘력 자체가 떨어진다. 

영상매체를 통해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 이해하려고 하지 글의 구조나 논리 흐름을 파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SNS와 영상매체 사용량은 대폭 늘고 상대적으로 독서량은 급격히 줄어든 탓에 기존에 사용되던 단어는 사장되고 대신 축약어나 신조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영상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양 자체가 매우 짧고, 책에서 사용되는 텍스트보다 너무 짧고 어휘 자체도 극히 한정돼 있다.  

젊은이들은 '알겠습니다' 대신 'ㅇㅇ'이나, 'ㅇㅋ'이 더 익숙하다. 줄임말을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한자어에 대해 거부감이 많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일상어와 달리 단어 속에 담긴 뜻을 해독해야 하는 한자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부터 적용된 '제7차 교육과정'에는 한문이 필수과목에서 빠져 한자(漢字)학습에서 거리가 멀어졌다. 

일상의 온라인 소통 언어 현실을 보면 각종 줄임말, 국적 불명의 신조어 남발로 가족들과 세대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있다. '깜놀', '노잼', '냉무', '듣보잡', '개드립'에서 '안물안궁', '갑분싸', '어쩔티비' 등,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신조어'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아날로그 세대들은 인터넷 환경에서 거의 '문맹'에 가까운 사람들로 간주된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디지털문화 공간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의 문해력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동안 젊은 세대가 기존에 두루 사용되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는 허다하다. '사흘'을 3일이 아닌 4일,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뜻의 '고지식'을 지식수준이 높다는 것으로, 지구력(持久力)을 "지구의 힘"으로, '무료(無聊)하다'를 "공짜"로 착각, 병역(兵役)을 "전염병 또는 질병과 관련된 말"로 오해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무운을 빈다"를 전장에 나서는 장수의 '武運'이 아니라 무운(無運), 즉 "운이 없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사태도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지선다(四枝選多)형 객관식 문제풀이와 정답 찾기를 위한 기계적 반복 학습만 계속된다면 문해력과 사고력 발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지선다는 ‘네 가지 중 나은 것을 골라라’라는 의미다. 여기서 ‘다(多)’는 ‘많다’가 아닌 “낫다, 좋다. 뛰어나다”로 쓰인다. 그러니까 네 개의 문항 중에서 가장 좋은 적합한 것을 고르라는 의미다. 우리 아이들은 즉 사지선답(四枝選答)형 인간이 되어 온 것이다. 문장에 대한 문해력이 위축되고 제한 된 것이다.

취약한 문해력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읽기 시험에서는 우리 학생들의 하위권 비율이 2000년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어나 2000년 5.7%에서 2018년 15.1%로 우려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시험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문항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유독 낮은 점수를 거뒀다고 한다. 비판적 사고력도 취약하다는 증거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조어와 줄임말 사용이 확산하면서, 한글 파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TV예능 방송에서도 흥미를 끌려고 이러한 신조어들을 과도하게 재생산하고 있으며, 신조어 줄임말 테스트, 신조어를 자막으로 넣는 등 심지어 프로그램 제목까지 ‘샘(선생님)’같은 줄임말과 외국어나 외래어를 내 걸고 있다. 이러다가 한국어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에도 해설 자막이 필요한 시대가 오는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문해력은 가장 기본이 되는 사회 능력이다. 이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한 문자언어 생활, 자기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 읽기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텍스트를 많이 접하는 것이 문맥을 파악하고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찍부터 문자언어에 익숙해지도록 교육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문해력 논란을 한자 교육부족 등 단순한 교육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언어의 사회적,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세대 간 소통을 강화해 언어적 소통 부족이 사회 갈등으로 확산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해력 향상은 가장 효과적인 학력 향상 대책이기도 하다. 모든 아이의 문해력을 길러주는 것은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삶의 힘을 키우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공교육의 근본적 책무다. 인력, 예산, 연구 등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학교교육 현장의 고민은 문해력이 떨어지면 결국 기초학력 자체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평균 어휘력이 지속적으로 퇴보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이며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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