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재현의 우선 조건은 지도자 선임에 달려 있어...

프로축구(이하 K리그) 출범 40년 역사에 K리그1에 초특급 쓰나미가 엄습하여 수원 삼성(이하 삼성)을 집어 삼켰다. 그야말로 '명가'의 몰락으로 인한 K리그2 강등이다. 1995년 창단 리그 4회(1998, 1999, 2004, 2008), FA컵 5회(2002, 2009, 2010, 2016, 2019), 리그컵 6회, 아시아 수퍼컵 2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회 정상에 오르며 '레알 수원' 애칭까지 얻었던 삼성이다. 아무리 스포츠 세계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지만 그러나 이렇게 삼성이 처참하게 몰락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이 28년 동안 K리그에 미친 영향은 K리그는 물론 더 나아가 한국 축구 발전과 직결된다.

때문에 축구팬 대다수는 삼성의 K리그2 강등을 아쉬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이 FC 서울과 형성한 라이벌전 '슈퍼매치'는 K리그 관중 돌풍을 일으키며 1경기 1만명은 물론 K리그 전체 300만명 흥행의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K리그 흐름도 삼성의 강등으로 위기감에 휩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8→8→6 이는 삼성이 지난 4시즌 동안 받아든 리그 성적표로 '명가'답지 않은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편으로 지난해 시즌 삼성은 리그 10위로 승강 플레이오프전까지 밀리며 K리그2 강등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열린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 수원 삼성과 강원 FC 경기에서 무승부 후 K리그2 강등이 확정된 수원 삼성 선수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 있다(사진=한국 프로축구연맹)
지난 2일 열린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 수원 삼성과 강원 FC 경기에서 무승부 후 K리그2 강등이 확정된 수원 삼성 선수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 있다(사진=한국 프로축구연맹)

하지만 가까스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 올 시즌 반등을 꾀했지만 리그 초반부터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채, 리그 최종전(38라운드) 강원 FC와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 결국 8승9무21패로 최하위(12위)로 마침표를 찍으며 강등이라는 굴욕을 맛보고 말았다. 삼성의 이 같은 6시즌 경쟁력 추락 탈출을 위한 방법은 바로 순혈주의를 표방한 구단 레전드 출신 감독 선임이었다. 서정원(53.2012.12~2018.12), 이임생(52.2018.12~2020.7), 박건하(52.2020.9~2022.4), 이병근(50.2022.4~2023.4), 최성용(48.2023.4~2023.5) 감독대행, 김병수(53.2023.5~2023.9), 염기훈(40.2023.9~2023.12) 감독대행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삼성의 이 같은 순혈주의는 결과적으로 대실패로 귀결지어졌다. 감독은 불가능을 가능성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 같은 존재가 아니다. 스포츠 세계에서 지도자의 지도 역량은 선수 능력과 비례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삼성이 2018년 시즌 이후 '명가'의 명맥을 잇기 위한 막대한 투자와 지원으로 경쟁력 있는 선수 영입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나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 관점에서 삼성은 분명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투자와 지원 축소로 경쟁력 있는 선수 영입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삼성의 몰락 원인으로 투자와 지원 축소가 우선 손꼽힌다. 그렇지만 아무리 삼성이 투자와 지원 축소를 단행했다고 해도 강등까지 추락할 선수 구성이 아니었다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분명 삼성은 상위 스플릿A 진출팀이었던 포항 스틸러스, 광주 FC, 인천 Utd, 대구 FC의 선수 구성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선수 구성이었다. 그럼에도 삼성은 축구의 가장 중요한 원팀의 응집력과 팀멘탈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원치않던 몰락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삼성 몰락 원인으로 대두되는 투자와 지원 축소 보다는 팀 사령탑인 감독의 갖은 교체로 인한 영향이 더욱 클로즈업 된다. 삼성은 '명가' 재건을 목표로 2020년 이후 3년 동안 무려 6명의 감독 및 감독대행 체제로 반등을 노렸다. 이 같은 삼성 구단 운영 방침은 실로 K리그 역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현실적 방침이다. 분명 삼성의 잦은 지도자 교체는 그야말로 악수 중 악수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 역사의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성적과 더불어 그 어느 구단 보다도 K리그 대표적인 레전드를 많이 배출한 삼성이다. 그 같은 삼성이 구단 출신 레전드를 사령탑으로 선임 궁극적으로 레전드 육성에 반하는 레전드의 무덤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이에 삼성의 몰락은 '자업자득'이다. 이제 삼성이 언제 '명가'를 재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 물음표(?)에 선결 조건은 투자와 지원 강화보다 '명가'를 재현할 수 있는 지도자 선택이 우선이다.

이점에 삼성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바로 굳이 자체 구단 레전드 출신 사령탑 선임 고수보다는. 지도 경험과 역량 및 선수 장악력을 갖춘 지도자로 승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경험과 역량 및 장악력은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확실성을 제공한다. 한편으로 리더십을 무기로 실추된 분위기 역시 반전시켜 축구에서 필요로 하는 응집력과 팀멘탈을 이끌어내 원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해준다. 삼성 지휘봉을 잡고 희생양으로 전락한 감독들은 삼성 뿐만 아니라, 미래의 한국 축구 자산으로서도 부족함이 없었던 젊은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삼성 레전드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열정을 불살랐지만, 모순된 구단 운영에 결국 축구까지 잃는 배신의 쓰라림을 맛봤다. 따라서 삼성이 아닌 한국 축구가 이들 지도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축구를 잠시 잃더라도 잊지는 말자'라는 말이다. 1등을 고집해온 초일류기업 ‘삼성’ 타이틀을 달고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쥔 축구단이다. 따라서 '명가' 재건의 초석이 될 K리그1 승격을 위한 삼성의 지휘봉을 잡을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는지 지금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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