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맹목적인 믿음과 신뢰의 비극 다룬 '클럽 제로'

영화 ‘클럽 제로’는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특별한 식사법을 교육하는 영양교사 미스 노백’(미아 와시코브스카)과 그를 맹신하는 엘리트 학교 학생들의 섬뜩한 이야기를 담은 에듀 스릴러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클럽 제로’는 오스트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베테랑 여성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2023년 제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토드 헤인즈 감독의 ‘메이 디셈버’ 등의 영화와 경쟁을 펼쳤던 영화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최고급 기숙사 시설을 갖춘 엘리트 학교를 배경으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 또래 집단 내의 욕망과 역학 관계, 믿음과 신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은 독일 하멜른의 구전 동화인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친절한 미소로 학생들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킨 뒤 위험한 믿음의 소용돌이에 빠트리는 미스터리한 영양 교사 미스 노백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제인 에어’, ‘로우리스 : 나쁜 영웅들’, ‘크림슨 피크’와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서 성년이 되던 날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 인디아 스토커를 연기하며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맡아, 절묘한 캐릭터 해석과 설득력 넘치는 연기를 선사한다.

미스 노백은 학생들의 영양 섭취 개선을 원하는 학부모회의 제안으로 새로운 영양 교사로 부임하는데, 그녀는 환경 보호에 기여하면서 체력을 향상시키고 자제력도 기를 수 있다는 의식적 식사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그들의 신뢰를 얻는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미스 노백은 스스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자신의 가르침이 실제로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굳건하게 믿고 있는 인물로, 학생 개개인의 욕망을 꿰뚫어 보며 마음을 사로잡고, 아이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점점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식사법을 가르치게 된다. 

이에 미스 노백을 믿고 따르던 아이들의 의식적 식사법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발레에 재능을 보이지만 선천적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부모님과 남동생과 떨어져 홀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프레드는 루크 바커가 맡아, 프레드를 살뜰히 챙기며 그의 신뢰와 애정을 얻는 미스 노백을 외로워서 믿는 학생을 연기해 공감을 준다.

트램펄린 연습에 매진 중인 라그나는 플로렌스 베이커가 맡아, 학부모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는 부모님을 귀찮아하며, 친구들과 함께 미스 노백의 의식적 식사법을 따르지만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여러번 실패하는 역으로 관객을 안쓰럽게 한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매사에 자신만만한 엘사는 크세니아 데브리엔트가 맡아, 자기 통제와 의지력을 시험하기 위해 또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섭식장애를 가진 어머니에게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의식적 식사법을 맹신한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벤은 사무엘 D 앤더슨이 맡아,  엄마를 기쁘게 할 전액 장학금을 받기 위한 필수 과목으로 영양교사 미스 노백의 수업을 듣게 되는데, 친구들과 달리 미스 노백의 가르침을 단번에 받아들이지 않으나, 결국 그녀를 믿고 따르게 된다.

‘클럽 제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 속에서 미래에 대한 아이들의 두려움과 욕망을 자신의 이념 속에 녹여내는 주인공 ‘미스 노백’을 통해 매우 개인적이지만 또한 동시에 매우 사회적인 식사라는 개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클럽 제로’를 연출한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은 독일 하멜른의 구전 동화인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감독은 1980년대 가톨릭 여학교에 재학 중이던 당시 친구들 사이에 퍼져 있던 절식에 대한 기묘한 믿음과 그러한 믿음을 따르지 않는 한 소녀에 대한 비밀스러운 존경심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전했다.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은 “한 개인이 얼마나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클럽 제로’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이 진짜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틀렸다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미친듯이 무언가를 믿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고 싶었다”며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은 “‘클럽 제로’는 신뢰를 악용하는 교사에게 학부모들이 아이들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감을 어떻게 전가시키는지 들여다본다. 미스 노백은 아이들을 조종하고 그들의 부모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부모가 아이들을 구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이미 때는 늦는다. 그들은 모든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과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그 악몽은 바로 아이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클럽 제로’는 이러한 실존적인 두려움을 제시하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을 때 어떻게 아이들을 살펴볼 수 있을까?하는 문제들을 숙고해 보게 한다”며 “이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이러한 일은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감독은 197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빈 영화 아카데미에서 연출을 공부하였으며, 재학 당시 단편영화 ‘플로라’(1996), ‘인터뷰’(1999) 등을 제작,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장편 데뷔작인 ‘러블리 리타’는 2001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되었고, 2004년 두 번째 장편 ‘호텔’ 역시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전신마비로 휠체어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 크리스틴이 기적의 성지 루르드로 순례를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루르드’(2009)는 베니스 영화제 경쟁작으로 선정되어 FIPRESCI상을 수상했다. 2019년 예시카 하우스너의 첫 영어 영화인 ‘리틀 조’는 칸 영화제 경쟁작으로 출품되었고 주연 배우 에밀리 비샴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영화 '클럽 제로'의 한 장면

‘클럽 제로’는 자기 신념 에 찬 교사가 아이들을 어떻게 따르게 하고 조정하는가?, 어떤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맹목적인 신뢰와 믿음에 빠져 드는가?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고 대하는가? 하는 것에 따라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가 하는 경각심을 주는 영화다.

영화 속 학생들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독특한 의상은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한 의상감독 타냐 하우스너가 맡아 각 캐릭터의 특징을 잘 표현하며, 작곡가 마르쿠스 바인더가 맡아 독특한 선율을 선사한 음악은 유럽 아카데미와 시체스 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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