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이 사라지다

중국의 최대 부동산 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사라지게 됐다. 홍콩 법원이 지난 1월 29일 청산 명령을 내렸다. 443조 원을 빚을 진 헝다그룹을 청산해 달라는 채권자의 청원을 승인한 것이다. 

사진: 빚더미의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에 대해 29일 홍콩 법원이 청산 명령을 내린 이후 중국 당국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으로선 2년여 '앓던 이'를 뺀 것이지만, 안팎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아서다.
사진: 빚더미의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에 대해 29일 홍콩 법원이 청산 명령을 내린 이후 중국 당국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으로선 2년여 '앓던 이'를 뺀 것이지만, 안팎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아서다.

헝다그룹은 2년 전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는 중국 경제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였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중국 경제의 침체로 이어졌다. 중국 경제에서 주택 및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연간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헝다그룹의 위기는 중국의 위기였던 셈이다. 부동산 산업 중에서도 헝다그룹이 역점을 둔 주축 분야는 아파트 건설이었다. 헝다그룹이 지은 아파트는 중국 내 아파트의 40%를 넘는다고 한다. 잘 나가던 한때 중국 280개 이상의 도시에서 1,3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적도 있다. 사실상 중국 아파트 문화를 만들어온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헝다그룹과 직접 관계있는 얘기는 아니다. 필자가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1993년이다. 한중 수교가 이뤄진 이듬해였다. 상하이 푸둥공항 창공에서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을 봤다. 충격 그 자체였다. 하늘로 치솟은 마천루가 즐비했다. 대부분 아파트였다. 당시 한국의 아파트는 성냥갑으로 묘사되던 시절이었다. 상하이는 달랐다. 단지(?)마다 아파트 디자인이 달랐다. 단지 내 아파트의 모양과 색깔이 각양각색이었다. 또 한국 아파트처럼 평면적이지 않았다. 입체적이었다. 상공에서 본 아파트는 매혹적이었다. 

중국의 분양아파트를 왜 ‘돌집’이라고 할까

비행기의 고도가 낮아졌다. 한국 아파트에서 볼 수 없는 게 보였다. 집마다 긴 막대기가 창문 밖으로 나와 있었다. 대나무 막대기였다. 막대기에는 빨래가 널려 있었다. 흉했다. 당시 중국 아파트에는 베란다가 없었다. 행거를 둘 곳이 없었다. 그래서 대나무 막대기에 빨래를 널어 말렸다. 중국 사회주의 국가이다. 토지를 국가가 소유한다. 이용권만이 거래된다. 당연히 아파트의 설계도 국가에서 맡게 된다. 이 때문에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 분양할 때 우리는 내부구조를 완성한 뒤에, 더 나아가서 빌드인 가구까지 다 챙겨서 분양한다. 반면 중국은 구조물만을 분양한다. 그것을 일명 ‘돌집’이라고 한다. 돌집은 전기, 수도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다. 새로 집에 들어가는 사람이 해야 한다. 인테리어도 전혀 안 되어 있다. 심지어 문과 창문도 없다. 분양받거나 매수한 집주인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실내장식을 한다. 아파트 내부가 판박이 같은 우리 아파트와는 사뭇 다르다. 이 때문에 부유한 사람은 매혹적이며 동시에 편안한 집안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아파트 실내장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하지만 작은 평수 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사람은 한 평이라도 넓은 공간을 확보하길 원한다. 일부러 베란다를 만들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창밖에 ‘고층 빨래터’가 만들어진 사연이다. 

만일 중국 아파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주의할 점이 있다. 미리 방문해야 할 아파트의 위치를 꼭 확인해야 한다. 대단지 아파트의 특정한 동호수를 찾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열 순서대로 동 번호를 붙이듯 동호수를 정한다. 번호를 찾기가 쉽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지어진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다. 

조금 전 ‘거래’라는 표현을 썼다. 이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틀린 말이다. 중국은 아파트 소유는 국가다. 이용자는 사용권만을 갖는다. 이용 권한만을 매매할 수 있다. 그 기한은 최대 70년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부동산 상속세와 거래세는 없다. 여기서 비롯된 다른 나라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일도 생긴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은 유료다. 집주인도 주차장을 임대해 써야 한다. 

중국에는 아파트 전세는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사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임대제도다. 과거 정부나 은행에 제 역할을 하던 시절에 생긴 사금융제도인 셈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월세로 아파트를 빌린다. 베이징에서는 두 달 치 선지급 임대보증금을 내고 매달 월세를 낸다. 광저우는 선지급 1년 치를 내고 1년 동안 사는 게 보통이다.

한국 아파트에서 한옥을 볼 수 있다

중국 아파트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분리수거다. 대도시 아파트에는 입주민 분리수거 요원이 있다. 그들은 분리수거장에서 각종 재활용품을 사들인다. 생활 쓰레기에도 재활용 여부와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있다. 버리는 종이, 각종 병, 플라스틱이 등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 있다. 분리수거 요원은 그 가격으로 쓰레기를 사서 재생업체에 다시 되판다. 노인 일자리, 환경보호, 자원 재활용 등 일거양득의 효과가 나는 셈이다. 

한국식 아파트
한국식 아파트

우리나라에는 아파트가 1,000만 채가 넘는다고 한다. 국민의 60%가 아파트에 사는 셈이다.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된 아파트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된 게 언제일까.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2년에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건너편에 세워진 충정아파트가 최초의 아파트다. 일본인을 위한 사옥으로 지어졌다. 장기 여행객을 위한 여관으로도 사용됐다. 지금은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아파트는 도로에 직면해 있는 시가형 아파트다.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는 1962년에 지어진 마포아파트였다. 박정희 정권이 도시 빈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건축했다. 완전히 서구 아파트를 모방해서 지었다. 양변기도 설치하고 라디에이터로 난방도 했다. 이때부터 아파트의 판매가 시작됐다는 게 학자들의 얘기다. 1980년대 들어서 아파트가 대세를 이룬다. 결정적 역할을 ‘사건’이 있다. 노태우 정권이 추진한 200만 호 건설이다. 분당, 평촌, 일산, 산본 등 서울 근교에 집단거주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것을 일명 ‘신도시’라고 했다. 과다한 공급은 문제를 초래했다. 입주 물량의 1/10 정도만이 분양됐다. 당시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나 구조는 일반 서민에게 친숙하지 않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글이 있다. 조정래 작가가 197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쓴 《비탈진 음지》이다. 아파트에 관한 책 속의 논평을 들어보자. ‘머리 위에 불을 때고, 머리 위에 똥을 싸고, 그 아래서 밥을 먹고, 사람이 포개지고 ……’라는 표현이 나온다. 특히 집안 어른이 아파트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며느리나 사위와 같은 변기 사용을 꺼려서 그랬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형식적 차원에서도 다른 나라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아파트에 한옥 양식을 도입했다. 연탄보일러 설치가 가장 대표적 사례다. 그 이전에 어떤 나라에도 온돌형 난방을 아파트에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 ‘연탄보일러 아파트’는 한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것도 잠깐이었다. 순식간에 가난의 대명사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이협 전 의원이 있다. ‘가난한 국회의원’ 즉 청렴한 정치인으로 이름이 높았다. 국회의원 4선을 하도록 연탄보일러 때는 소형아파트에 살아서 얻은 ‘명성’이었다. 기자가 간혹 “21세기인데 아직도 연탄보일러 아파트에서 사느냐”고 물으면 “그래도 ‘잠실’에 있는 아파트야”라고 받아넘겼다. 지금은 온돌 난방식 아파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동과 동구 여러 나라에서는 한국 기업이 지은 아파트, 특히 온돌형 난방을 갖춘 아파트는 엄청 비싼 가격으로 판매된다.

한국식 아파트 구조도 유별나다. 거실을 중심으로 방을 배치한다. 한옥의 구조가 그 원형이다. 거실이 마당이고 마당 둘레에 방을 만들었던 것과 같은 원리인 셈이다. 다른 나라의 아파트는 그저 방을 배열하는 느낌을 줄 뿐이다. 

대단지 형태 아파트도 우리나라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대단지 아파트가 별로 없다. 일본은 50가구 정도로 구성된 아파트도 ‘대단지’로 규정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아파트가 노동자의 합숙소로 취급받거나 가난한 사람이 사는 주거지로 대접받기 때문에 ‘대단지 아파트’에 들어가는 걸 꺼린다.

일본에서 아파트에 산다면 가난뱅이?

사진: 일본식 아파트
사진: 일본식 아파트

사실 외국인은 한국의 대단지 아파트를 보고 깜짝 놀란다. 필자가 일본인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그는 “강변에 고속도로가 있는 게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고속도로를 따라 아파트가 줄지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강이라는 천혜의 자연 자원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힐난이었다. 세계적인 영어 가이드북인 론리 프레넷(Lonely planet)가 서울을 ‘영혼이 없는 도시’라고 혹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과 한국은 아파트 개념 자체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연립, 빌라 등을 맨션이라고 한다. 반면 일본에서 맨션은 우리가 말하는 아파트를 뜻한다. 반면 우리의 맨션이 일본의 고급아파트다. 일본은 1960년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공동임대주택이 생겨났다. 이게 일본식 ‘아파토’다. 이것은 주로 임대용으로 활용되면서 서민 임대주택의 대명사로 쓰인다. 맨션은 호화 대저택(잇코다데)을 의미했는데 잘사는 사람이 고급아파트를 갖게 되면서 아파트와 차별화하기 위해서 맨션이라는 이름이 사용된 것이다.

일본 아파트의 구조도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목욕탕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일본은 분리되어 있다. 이게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는 임대계약 방법이 큰 차이가 난다. 일본에 힛코시빈보(引越し貧乏)라는 말이 있다. ‘자주 이사하면 가난해진다’라는 뜻이다. 이사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 주택은 기본적으로 월세 형태다. 새로 월세로 집을 얻었다면 이사하는 첫 달에 월세의 4~5개월 치의 돈을 주인에게 내야 한다. 야친(家賃)이라는 월세에다가 보증금으로 월세의 1, 2개월 치를 내는 시키킨(敷金·보증금) 그리고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준 데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레이킨(禮金·사례금)이 있다. 초기자금이 꽤 많이 들어간다. 야칭이 20~30만엔 집이라면 초기자금이 100~150만엔 들어간다. 집을 뺄 때 시키킨에서 수리비, 청소비 등 비용을 빼고 주인에게 돌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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