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은 언제나 옳다!

BBQ치킨이 최근 미국 외식 전문 잡지인 ‘테이스트 오브 홈(Taste of Home)’이 선정한 ‘최고의 프라이드 치킨’에 선정됐다. 테이스트 오브 홈은 미국 최고의 치킨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7곳의 순위를 매겼는데 거기다 BBQ 치킨이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이다. 7개 패스트푸드에는 일본의 치킨가라아게(唐揚げ), 미국의 KFC, 파파이스 등 세계 최고의 치킨 브랜드가 포함됐다, 심사단은 “어떤 프라이드 치킨보다 더 바삭하고 풍미가 뛰어나다”라면서 “이름(BBQ, Best of the Best Quality)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테이스트 오브 홈은 가장 인기 있는 미국 요리 전문 잡지 중 하나다. 이 잡지를 방문하는 웹사이트 방문객이 월평균 2,000만 명을 넘는다.

BBQ치킨 맛 블러그 갈무리
BBQ치킨 맛 블러그 갈무리

K-푸드 인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치킨이다. 치킨은 김치, 불고기, 떡볶이, 비빔밥 등과 함께 외국인의 선호하는 한식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란다. 우리가 치킨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외국인의 사랑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치킨공화국’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대략 20마리의 치킨을 먹는다. 한 달에 두 마리 꼴이다. 우리나라에 치킨집은 무려 8만여 개나 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맥도널드 매장(3만5,000개)의 두 배를 넘는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맛’밖에 없다. 경쟁이 K-치킨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삭한 프라이드 치킨과 매콤한 양념치킨, 그리고 튀김옷을 입히지 않은 닭강정을 만들었다. 닭고기를 끓는 기름에 넣으면 튀겨지는 매우 단순한 발상의 음식에서 어떻게 그런 독특한 맛이 날 수 있을까.

‘테이스트 오브 홈’으로부터 K-치킨이 호평받은 것을 계기로 한·중·일의 치킨 아니, 닭튀김요리에 관한 얘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한국식 치킨의 조상은 신라의 포계

잘 아시다시피 치킨은 19세기 미국 목화밭에서 태어났다. 목화밭? 19세기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노예)은 목화 생산노동자였다. 중노동에 시달리던 흑인 노예는 늘 배가 고팠다. 미국 농장주가 요리하고 버린 닭목이나 날개를 요리했다. 면실유에 튀긴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미국식 닭튀김요리는 1950년대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 창업하면서 미국의 대표 음식이 됐다. 한국에는 주한미군을 통해 들어왔다. 주한미군 부대가 많았던 대구에서 튀긴 닭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서문시장에서 판 던 튀김 닭의 이름은 ‘영양 통닭’이었다. 서문시장 닭집 종업원이 구미로 자리를 옮겨 최초의 가맹점을 만들었다. 치킨이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IMF 사태다. 준비되지 않은 퇴직자가 너도나도 치킨집을 차렸다. 2002년 월드컵 대회로 인해 치맥이 선풍적 인기를 얻으면서 양념치킨, 간장치킨, 구운치킨, 사과즙에 절인 치킨, 닭강정 등 메뉴가 다양화해졌다. 이게 우리나라가 프라이드 치킨 왕국이 되는 과정이다.

프라이드치킨과 포계 사이의 오해와 진실 - 닭고기 이야기 ⓒ 문화재청 갈무리
프라이드치킨과 포계 사이의 오해와 진실 - 닭고기 이야기 ⓒ 문화재청 갈무리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은 주한미군이 주둔하기 전에는 닭튀김요리를 맛보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아마도 신라시대부터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문서로 확인할 수 있는 닭튀김요리는 조선시대의 것이다. 주로 안동지방에서 먹던 닭튀김요리인 포계(炮鷄)가 그것이다. 귀한 손님에게 야식으로 대접하던 음식이다. 이에 관한 기록은 1459년 어의였던 전순의가 쓴 《신가요록》에 남아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농서이자 요리책이다. 이 귀중한 서적은 20여 년 전 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됐다. 절반 정도는 훼손된 상태였다. 훼손되지 않은 자료에 요리법 못지않은 중요한 자료가 있다. 바로 온실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영국에서 ‘난로형 온실’인 그린하우스라는 용어는 《신가요록》이 쓰인 시점으로부터 무려 200년이나 지난 뒤에 사용됐다. 

라조기는 중국 튀김 요리, 파오지의 후신

포계는 《신가요록》에 소개된 226개 요리법 중 하나다. 살찐 닭 두 마리를 24~25조각 낸다. 그것을 기름에 튀긴 뒤 간장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 참기름으로 풍미를 더 한다. 여기에 물에 갠 밀가루 반죽으로 닭을 코팅한 뒤 식초를 뿌려 튀기면 완성된다. 포계와 프라이드 치킨은 1:1 대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간장 치킨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요리의 모습
중국요리의 모습

그럼 중국으로 넘어가 보자. 중국은 튀김 요리가 가장 발달한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닭튀김요리가 없었을 리가 없다. 중국도 아주 오래전부터 ‘포계(炮鷄·파오지)’란 음식이 있었다. 중국과 조선의 닭튀김요리 이름이 똑같다. 포계가 중국에서 전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나라의 ‘포계’는 판이한 요리법을 갖고 있다. 파오지는 통돼지 기름으로 튀긴 닭요리다. 조선 포계는 밀가루옷을 입혀 넉넉한 기름에 튀긴다. 중국 파오지는 알몸으로 기름에 들어간다. 기름도 튀긴다고 얘기하기에 기름이 부족하다. 기름을 바른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흥건한 기름에 옷을 입혀 튀기는 요리는 따로 있다. 현대식 중국 닭튀김요리 요우린지(油淋鷄)다. 

한국의 중국 식당에 가면 라조기라는 닭볶음 요리를 볼 수 있다. 라조기는 한국화된 중국의 닭튀김요리인 라즈지(辣子鶏)이다. ‘라’는 맵다는 의미다. ‘지’가 닭을 뜻한다. 기름에 데쳐 준비한 닭고기를 매운 양념으로 볶아낸 요리다. 특히 말린 붉은 고추를 듬뿍 넣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매운맛이 돈다. ‘불닭 볶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가라아게와 덴푸라의 차이를 아세요?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 1200년 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다. 고기를 보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여겼다. 에도시대의 다이묘나 고급 사무라이가 가마를 타고 푸줏간을 지난다고 하자. 가마꾼은 가마를 들어 올려 푸줏간 안에 매달린 고기를 보지 못하도록 했다. 고기를 안 먹는 나라에 ‘푸줏간’이 왠 말이냐고 반문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맞는 얘기다. 흔하지는 않았지만 ‘약용 푸줏간’이 있었다. 약으로 파는 고깃집이다. 육식 식용을 금지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육식 요리는 그 역사가 길지 않다. 아무리 길어야 200년을 넘지 않는다.

일본의 가라아게와 덴푸라
일본의 가라아게와 덴푸라

일본은 튀김 요리를 ‘가라아게(唐揚げ)’로 통칭한다. 가라아게에는 닭·두부·채소·고래 고기·생선 튀김 등 수없이 많다. 하지만 특별한 재료를 명시하지 않은 채 ‘가라아게’라고 하면 닭튀김요리로 통용된다. 가라아게는 간장을 베이스로 밑간한 닭고기에 전분을 얇게 입혀 튀긴 요리다. 짠맛이 강하지만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나는 게 특징이다. 간식이 아니라 반찬으로 먹는 이유다. 편의점의 ‘가라아게 도시락’은 큰 인기가 있다. 닭살만이 아니라 가슴뼈 연골(난코쓰 가라아게), 껍질(스킨 가라아게), 모래집(스나즈리 가라아게)만을 튀긴 요리도 있다. 

일본은 밀가루 반죽으로 옷을 입힌 다양한 튀긴 음식 덴푸라라고 한다. 가라아게와 덴푸라를 다른 음식으로 취급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반죽으로 옷을 입힌 닭튀김은 그저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부른다. 밀가루 반죽은 물론 전분조차 입히지 않고 재료만 튀기는 방법도 있다. 스아게(素揚げ)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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